“청렴 도시 1위, 정말 뿌듯하다”
  • 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3.05.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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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대전시장 “위정자는 국민 무섭게 여겨야”

끈기, 집념, 성실, 근면…. 선출직 공직자의 덕목을 말할 때 흔히 원용되는 단어들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겸양’이 그것이다. ‘겸양’이 특별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직 후보자’들은 거의 다 갖추고 있는데 정작 ‘공직자’에게는 적다는 사실 때문이다. 염홍철 대전시장이 다른 공직자와 차별화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에서다. 시장이 되고 나서 더 고분고분해졌다는 평가는 공직자 입장에서는 찬사일 수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언제였던가 싶게 당선되는 순간 을(乙)에서 갑(甲)으로 표변하는 공직자가 많은데 염 시장의 경우는 예외라는 전언이다. 갑을(甲乙) 관계가 여일하다는 것이다.

염 시장의 ‘을의 자세’는 2006년 대전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공고해졌다고 한다. 당시 현역 시장이던 염 후보는 테러당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수술에서 깨어나며 던진 “대전은요?” 한마디에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박성효 후보에 패배했다. 염 시장이 절치부심 4년 만에, 이번에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된 과정은 이 지역의 변화무쌍한 정치 지형만큼이나 곡절이 많다.

이에 대해 염 시장은 한 차례의 낙선이 약이 됐지만, 실은 그 이전부터 그래야 했노라고 했다. “밑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 과정에서 체질화된 것”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가 남긴 족적을 따라가 보면 수긍이 간다. 공업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고 박사 학위를 받아 대학교수가 되고, 총장도 됐지만 이른바 ‘일류’에서는 비켜난 험로를 걸어야 했던 그다. 자신의 집념과 성실로 ‘일류 그 이상’의 성취를 이뤄냈다. 살아남기 위해 노력과 근면, 나아가 ‘겸양’은 필수였음이 짐작이 간다. 이런 것들이 자수성가를 바라는 다수 서민들의 마음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는 듯하다.

염 시장은 10여 권의 전문 서적 외에 시집을 냈다.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폭탄주 10여 잔도 거뜬히 해치우는 그이지만,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페이스북을 열고 대화를 시작한다. 건강 유지를 위해 걷기 1시간을 지킨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구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소화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까다롭기 마련인 대도시 유권자들의 ‘식성’을 맞추는 것도 이런 데서 기인하는 듯싶다.

인터뷰 중간에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해 기자를 놀라게 했다. 광역단체장이라도(더구나 같은 새누리당 소속) 대통령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머뭇거리는 게 일반적인데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은 존중돼야 하지만, 잘못은 잘못이고 지적돼야 마땅하다는 얘기다.

集思廣益(집사광익). 대전시청 현관에 걸려 있는 구호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 많은 사람을 위한 더 큰 이익을 얻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청사 밖에서는 확성기를 내건 노조의 시위가 한창인데, 주위 어디에도 긴장감이라곤 없다. 접견실에 들어서는 염 시장에게선 권위주의 냄새가 풍기지 않아 편했다.

 

ⓒ 시사저널 전영기
건강해 보인다.

건강해야 시민을 위해 뛰어다닐 수 있고 봉사도 가능하다.

대전 자랑을 해달라.

대전은 신수도권의 중심이다. 대전시·세종시에는 중앙 부처 기능 63%가 몰려 있다.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선도할 위치에 있다. 세종시는 아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만큼 대전이 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문화·의료 인프라가 두루 갖춰진 정말 살기 좋은 도시다. 인구 152만의 첨단과학기술도시가 바로 대전이다. 대전 신동·둔곡 지구는 과학벨트의 거점이다. 2017년까지 5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이다. 국내 최대 R&D(연구·개발) 특구로 창조경제를 실현할 최적지다. 30개 정부출연기관에 6만여 종사자가 있고, 그 가운데 석·박사만도 2만명이다.

인구 전망은.

현재 세종시·청주시 등과 함께 거대 도시권 인구가 250만명이다. 2030년에는 350만명(대전 185만명, 세종 70만명, 청주 100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대전시장으로서 특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

지난해 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전국 지자체 중 ‘청렴 도시 1위’로 선정됐다. 쑥스럽지만 이 부문 1위는 정말 뿌듯하다. 130개 기업을 유치했다. 임기 중 7만8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한다.

복지와 관련해 대전시가 전국 표본이 되고 있다던데.

복지 전달 체계를 효율적으로 개편했다. 복지의 민간화와 함께 통합·전문화했다. 나눔과 섬김의 상생 모델이라고 평가받았다. 복지 수요가 급증하는 마당에 관이 이를 죄다 끌어안으려 들면 안 된다. 한계가 빤한 만큼 민간화가 시급하다. ‘복지만두레’를 통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살기 어려운 1만2000가구를 83개 조직, 2800여 회원, 1200개 기관·단체가 이중 삼중으로 결연을 맺어 돕고 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사람들 사이의 좋은 관계망’을 뜻한다. 도로·항만·철도 등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되는 사회간접자본(SOC)과 달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잘 닦아두면 사회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필수다. 신뢰·배려·나눔·참여·소통·존중·포용·협력 등의 공적 가치가 갖춰지면 사회는 한층 밝아지고 따뜻해질 것이다. ‘성장 사회’에서 ‘성숙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절대 필요한 자본이다. 더는 망설여서는 안 되는 시대정신이다. 새로운 이웃을 환영하고 마을 정보 제공하기, 지역 도서관에 대한 참여·자원봉사, 헌혈, 재능 기부, 마을합창단 가입,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기, 지역 푸드뱅크 기부, 안 쓰는 책·의류 기부, 집 주변 낙엽·눈 쓸기, 저녁을 가족과 함께하기, 지역 공원 청소하기 등등을 우선 실천하자고 권고하고 있다. 대전형(型) 모델을 만들어 20가지 실천 강령을 제시했다. 많은 시민이 동참하고 있다. 총 19명으로 출범한 사회적 자본 확충 지원위원회가 본격 가동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 참여로 예산 지원 효과가 몇 배나 된다. 앞으로는 모든 시책에 연결하고자 한다. 업그레이드된 새마을 운동이라고 봐도 무난하다. 정부의 국정 과제와 맥을 같이하기 때문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선진화 포럼과 전국 확산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전한 충남도청 청사에 시민대학 등 편의시설을 설치했다고 들었다. 민원인과 대화를 위해 제2 시장 집무실을 설치했고. 그런데 실제 이런 게 효율적인가. 많은 단체장이 홍보성 업무에 빠져든다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시민과 가까이 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다. 다만 상당수 단체장들이 전시용 행정에 집착하는 게 사실이고, 시정해야 마땅하다.

도시철도 2호선은 대전의 주요 현안이다. 어떻게 되고 있나.

예비 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내년 말까지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설계를 마치려고 한다. 2019년에는 이용이 가능할 것이다.

염 시장은 시정 업무에서 정실 인사 배제를 철칙으로 한다고 들었다. 임명직 대전시장이 되기 전에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근무한 것으로 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성추행 스캔들을 일으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처사를 개탄하면서 ‘인사 시스템’을 언급했는데.

윤 전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본디 그런 존재다. 내가 청와대에 있을 때 ㄱ비서관이 행정관으로 데려왔기에 잘 안다. 어쨌거나 박 대통령으로서는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위중한 시기에 소중한 성과를 이루고 돌아왔는데 분별없는 참모의 망동으로 저리 어지럽게 됐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인사 시스템이 잘못돼 이리 됐다는 식의 (박 대통령의) 지적은 실상과 다르다. 국민은 하늘같은 존재다. 어렵게 대해야 한다. 대충 넘어가려 해선 곤란하다.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으로서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비판하면 행여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지 않나.

대통령을 모시려면 제대로 모셔야 한다. 눈치나 보며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과 나라를 망치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현장 점검’은 염 시장이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다. 탁상행정이 ‘민원(民怨-民願)’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 대전시 제공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나설 생각인가.

당장 할 일이 많다. 지금도 바쁜 판에 내년 일까지 당겨서 신경 쓸 필요가 있겠나.

중앙당에서는 ‘야당 후보’ 대항마로 적당한 인물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때문에 염 시장의 재출마를 기대하는 분위기라던데.

(웃으며) 말하지 않겠다. 여러 사람이 선거 때문에 들떠 있는데 현 시장까지 덩달아 그래서야 쓰겠나. 눈앞의 업무 처리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출마하겠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나.

많은 분으로부터 권유받고 있음은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내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적 풍파를 겪었음을 언론에서도 잘 알지 않는가. 정치 세계란 그런 것이다. 시민의 뜻을 받들면서, 주어진 소임을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할 뿐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다. 

 

새누리당 강세에 애태우는 야권 
대전 충청권 정가 동향

1997년 정권 교체를 이뤘던 ‘DJP 연합’의 한 축인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다. JP 이름 하나로 생겨난 자민련 역시 충청권에서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한때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 광역·기초 단체장 및 시·도의원 등 압도적 다수를 휩쓸었던 공포의 자민련이 있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자민련의 맥을 이었던 선진통일당의 이인제 대표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합류하자 나머지 반대파들은 제각기 갈 길을 찾아 떠났다. 충청권에서 자민련은 정치 무상과 동의어다.

그 정치적 공백은 일단 새누리당이 메우는 모양새다. 지난 4월24일 부여·청양 보선에서 이완구 새누리당 후보가 거둔 압승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보냈던 지지 열기가 여전함을 말해준다. 새로운 충청권의 맹주를 노리는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 지역에서의 새누리당 위상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시장 자리를 노리는 이들이 많다. 일단 여당에는 강 의장과 가까운 염홍철 시장이 버티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나 권선택 전 자민련 의원 등 시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던 이들로서는 새누리당의 위상 강화가 반가울 리 없다. 연속 3선의 드문 기록을 세운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건재하지만, 자민련(혹은 선진통일당)이 사라진 양자 대결 구도에서 민주당은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만 해도 민주당은 한나라당, 선진통일당과의 3파전에서 어부지리를 챙긴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현재의 추세라면 내년 재보선 전망이 암담하다고 걱정하면서도 ‘새 정권 들어 실시된 첫 전국 규모 선거에서는 여당이 고전한다’는 ‘과거의 공식’이 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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