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1조원 교회 수두룩, 조계종은 최대 땅 부자
  • 정락인·안성모 기자 ()
  • 승인 2013.06.0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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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교회들 수백억 들여 ‘성전’ 짓기 경쟁 사찰 재산은 주지스님만 알아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다. 문화체육부가 2011년 발표한 ‘한국의 종교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종교시설과 종교인은 개신교가 7만7966곳(14만483명)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불교 2만6791곳(4만6905명), 천주교 1609곳(1만5918명), 기타 3302곳(2만9505명)이다. 하지만 종교시설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재산 규모와 신도들이 내는 헌금(시주금) 등이 정확히 파악된 적은 없다.

교회가 지닌 재산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교회가 아직도 재산 내역은 물론 재정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재산은 하느님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다. 재정을 공개하는 교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교회에서 돈 문제는 몇몇 핵심 인사들만 공유하는 비밀에 속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12일 경기도 이천의 한 교회에서 충현교회를 설립한 김창인 원로목사가 회개에 나선 점이 주목된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충현교회는 국내 대표적인 대형 교회 중 하나로 꼽힌다. 한때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이 교회의 장로를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현재 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한 김 원로목사는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데 대한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김 원로목사는 “자질이 없는 아들을 목회자로 세우는 무리수를 둬 하나님과 교인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향해 “모든 직책에서 떠나라. 임기 연장은 꿈도 꾸지 말라”고 호통을 쳤다.

(왼쪽)세계 최대 신도 수를 자랑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 시사저널 윤성호. (오른쪽) 오대산 월정사는 단일 사찰로는 최대 규모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형 교회들, 세습으로 자식들에게 대물림

당시 ‘교회 세습’에 일침을 놓았던 김 원로목사는 그해 10월2일 노환으로 별세했고, 충현교회는 올해 3월 새 담임목사를 결정했다. 부자 목사 간 갈등 양상으로 치달았던 충현교회 사태는 교회 재산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충현교회의 재산이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우선 교회가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있다. 3.3㎡(1평)당 5000만원씩만 계산해도 교회 땅값은 대략 5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경기도 광주 기도원과 공동묘지, 현금 등을 합하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교계에서는 보고 있다.

충현교회는 한때 출석 신도 수가 4만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이보다 훨씬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충현교회는 신도 수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지도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신도 수가 많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충현교회보다 10배 이상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교회 재산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외에 조용기 목사의 동생인 조용묵 목사의 은혜와진리교회, 김홍도 목사의 금란교회, 김선도 목사의 광림교회, 이호문 목사의 인천숭의교회, 옥한흠 목사의 사랑의교회 등이 대표적인 대형 교회다.

대형 교회의 재력은 몇 년 사이 유행처럼 번진 교회 건물 신축에서 잘 드러난다. 말 그대로 초대형 ‘성전’을 짓고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맞은편에 신축 중인 사랑의교회는 공사비만 2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서울 강남의 중심지인 신사동 주택가에 위치한 광림교회는 660억원을 들여 사회봉사관 건물을 짓고 있다. 올해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 강서구 명일동에 위치한 명성교회는 지난해 초 공사를 완료했다. 명성교회는 준공 당시 한 건설사와 497억원에 공사 계약을 맺었다. 분당할렐루야교회의 경우 12년간 800억원 넘게 들여 초대형 교회를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현교회처럼 상당수 대형 교회가 세습되는 배경에는 막대한 교회 재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란교회, 광림교회, 인천숭의교회 등에서는 이미 아들이 담임목사 자리를 물려받았다. 교회가 부를 대물림하는 종산 복합체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계종은 국가 다음으로 땅 많아

불교계가 가지고 있는 재산 규모도 정확히 파악된 것은 없다. 무소유를 기본으로 하는 불교계의 경우 재산을 상업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에 반감이 크다. 그렇다 보니 어디에 얼마가 있고, 값은 얼마나 나가는지 계산법에 익숙하지 않다.

불교계도 이런 가치 평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물론 불교계에도 엄밀하게 따지면 유·무형 자산이 존재한다. 불교의 경우 천년의 역사를 지켜왔다. 주로 도심보다는 산속에 있어서 종단이 소유하고 있는 임야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시사저널>은 2008년 5월13일자에 조계종이 소유한 사찰 땅 3만3058㎡(1만평) 이상의 임야를 소유한 사찰을 최초로 공개했다. 당시 조계종이 소유한 임야 면적은 7억7798만㎡(2억3534만평)나 됐다. 제주도(18억472만㎡)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고, 서울시(6억552㎡)보다 넓다. 공시지가로 4975억원쯤 됐다. 시가로 따지면 1조원이 훨씬 넘는다. 서울 여의도보다 넓은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 사찰은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외에 19곳이나 된다. 지금도 부동산 소유권의 변동이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조계종은 국가 다음으로 땅이 많다. 면적으로만 따지면 우리나라 최고의 땅 부자인 셈이다. 그렇다고 조계종 종단에서 부동산을 처분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조계종 산하에는 전국에 걸쳐 3000여 개의 사찰이 있다. 조계종 ‘예산회계법’에 따르면 매년 총무원에 예·결산서를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예산을 신고하는 사찰 수는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고의로 보고를 회피하거나 규모가 작아 보고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탓에 총무원도 각 사찰의 재산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징계·권리제한 등 특별한 제재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분담금도 마찬가지다. 조계종 산하 사찰들은 매년 총무원이나 본사에 분담금을 내야 한다. 물론 꼬박꼬박 분담금을 내는 사찰은 많지 않다.

신도들이 내는 시주금이나 불사금(건축물 공사)은 가장 큰 수익원 중 하나다. 하지만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내는 돈이어서 누가 얼마를 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각 사찰에서도 알 수 없고, 본사나 총무원은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절간의 돈은 부처님도 모른다’는 말이 일반화돼 있다.

지방 사찰의 한 승려는 “스님들의 꿈은 주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절에 들어오는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절에는 불전함이 비치돼 있는데, 주지스님이 불전함의 돈을 가져다 개인적으로 써도 얼마를 썼는지 알 수가 없다. 또 신도들이 주지스님에게 시주금이나 불사금 명목으로 건네는 돈이 있는데, 이것도 스스로 공개하지 않으면 주지스님 쌈짓돈이다”라고 말했다.

개신교·불교 등 국내 종교계는 상업적인 ‘재산’이라는 개념이 희미하다. 그런 만큼 종교인 과세를 통해 종교계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신도들이 내는 헌금이나 시주금의 사용처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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