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끌기 경쟁’ 눈 뜨고 못 보겠네
  • 반도헌 객원기자 ()
  • 승인 2013.06.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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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스탠드’, 선정적 사진과 제목으로 방문자 모으기 혈안

네이버가 뉴스스탠드를 전면 도입한 지 2개월이 지났다. 뉴스스탠드는 네이버의 전작인 뉴스캐스트에 이어 국내 온라인 미디어의 지형을 다시 한 번 바꿔놓고 있다. 포털 의존적인 국내 온라인 미디어 현실에서 뉴스스탠드는 언론계에 한바탕 태풍을 몰고 왔다.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언론사들은 급격한 뉴스 트래픽 하락을 경험하고 있고, 이는 수익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언론사로서는 양질의 기사를 꾸준히 생산해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원론적 해결 방법이 있겠지만 이는 즉각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언론사들은 선정적인 기사와 낚시성 제목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선정적으로 편집된 네이버 뉴스스탠드의 한 언론사 메인 화면. ⓒ 시사저널 이종현
뉴스스탠드에선 사진 낚시질이 대세

네이버는 뉴스스탠드를 도입하면서 ‘브랜드 중심의 뉴스 소비 패턴 정착을 통한 뉴스 품질 제고’를 내세웠다. 하지만 사실상 뉴스캐스트가 야기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뉴스캐스트는 언론사의 수익 증대에 이바지했지만, 선정적 기사와 낚시성 제목을 양산했다. 내용이 비슷한 기사가 쏟아지면서 언론사 브랜드가 사실상 지워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뉴스스탠드는 뉴스캐스트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네이버의 대답인 셈이다. 그렇다면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선정적 기사가 사라졌을까.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뉴스스탠드의 특성상 일부 메이저 신문사와 방송사, 전문지 등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도입 후 두 달이 지난 현재 온라인 미디어의 선정성 문제는 여전하다. 선정성 문제는 뉴스스탠드 내부에서도 잘 드러난다. ‘충격’ ‘경악’ ‘섹시’ ‘노출’ 등 각종 자극적인 제목과 더불어 선정적인 사진이 더해졌다.

‘뉴스스탠드에서는 사진 낚시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각 언론사의 첫 화면은 여성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선정적인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일부 메이저 언론사들의 첫 화면에서조차 연예, 가십, 해외 토픽 등 말초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진 자리가 고정적으로 마련돼 있다.

네이버는 뉴스스탠드를 도입하면서 언론사 홈페이지 화면 편집과 뉴스스탠드 화면이 일치되도록 하라는 주문을 했지만 이는 무용지물이 됐다. 뉴스스탠드에는 뉴스 가치보다 ‘자극’이라는 키워드가 우선시되고 있다. 인쇄 신문에서는 구석에도 들어오지 못할 내용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선정성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스포츠신문과 연예 전문 신문이다. 일부 스포츠신문에선 ‘스포츠’라는 제호가 무색할 정도로 스포츠가 배제되고 그 자리를 선정적 뉴스가 차지하고 있다. 5월30일을 기준으로 한 스포츠신문의 톱은 ‘영상 이대 텀블링녀 핫팬츠 사이로 속옷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차지했다. 이화여대 축제 중 트램펄린 이벤트에 참여해 텀블링을 하고 있는 한 여대생의 모습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대생의 화려한 동작으로 화제가 된 동영상이지만, 이 언론사는 반바지 안에 받쳐 입은 검은색 속바지에 집중했고, 이를 메인 기사로 올린 것이다. 게다가 메인 화면에 두 꼭지의 연관 기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제목에 ‘핫팬츠’라는 키워드가 들어 있다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선정적 기사였다. 게다가 기사가 작성된 시점도 1월13일과 3월3일로 시기적 연관성도 없었다.

제목 낚시질도 여전했다. 한 연예 전문 미디어는 ‘옥타곤걸 이수정 가슴 크니 머리 커’라는 제목의 기사를 사진과 함께 왼쪽 상단에 올렸다. 기사 내용은 해당 연예인이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자 사이즈의 안전모를 부탁했다는 내용이었다. 원문 기사와 제목 어디에서도 ‘가슴’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매체는 해당 연예인의 글래머러스한 이미지를 차용해서 뉴스스탠드 제목에 성적인 내용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종합일간지의 경우 대부분 선정적 뉴스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뉴스스탠드에 포함된 10대 종합일간지 중 절반 이상이 양쪽 사이드 또는 하단부에 자리한 해외 토픽과 포토뉴스를 통해 선정적 기사를 내보냈다.

뉴스스탠드 화면에 등장한 사진 가운데 반 정도를 선정적인 내용으로 채운 종합일간지도 있다. 이 매체에서 가장 큰 사진을 제공한 기사는 한 여성 아이돌 그룹의 미국 공연에 관한 내용이다. 해외 진출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무대에서 벌어진 선정적 공연이라는 내용을 담은 기사 제목에는 ‘엉덩이’ ‘배꼽’ ‘노출’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언론사 메인 화면에 자극적인 글과 사진이 올라와 있다.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트래픽 급감

하단에 위치한 포토뉴스에는 한 아이돌 여가수의 공연 사진에 ‘풍만한 가슴’이라는 제목을 사용해 클릭을 유도했다. 해외 토픽 란에는 ‘키워서 결혼할 것, 14세 소녀와 동거남’ ‘난 아빠 성노리개, 14세 소녀의 충격일기’라는 제목으로 중국과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반인륜적이고 자극적인 사건을 실었다.

다른 종합일간지에서는 뉴스스탠드에 한 TV 프로그램 출연자 관련 기사를 소개하면서 ‘짝 출연녀 로리타 복장까지’라는 제목을 붙였다. 제목 옆에는 옷을 입은 몸통만 등장하는 조그만 사진이 자리했다. 하지만 원문 기사는 제목과 관계가 없었고 사진도 등장하지 않았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막론하고 언론사가 온라인에서 선정적인 기사와 편집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뉴스캐스트가 운영될 당시 선정적인 뉴스와 제목 낚시질로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뉴스스탠드 도입으로 트래픽이 급감한 현 상황에서 과거에 효과를 경험했던 전가의 보도를 꺼낸 것이다.

실제로 뉴스스탠드가 미디어업계에 입힌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미디어 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이 5월28일 온라인 트래픽 분석업체 코리안클릭에 의뢰해 주요 언론사 사이트의 지난 3개월 트래픽 추이를 분석한 결과 뉴스스탠드 전면 도입 이전인 3월에 비해 4월과 5월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뉴스스탠드 회원 언론사 32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주간 평균 방문자 수는 지난 3월 대비 56.0%, 페이지뷰는 33.2% 줄었다. 전체적으로 하락했지만 매체별로 페이지뷰의 감소 폭은 다르게 나타났다. 브랜드 파워가 센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메이저 신문사와 KBS·MBC 등 방송사들은 비교적 선방했다.

주목할 점은 스포츠서울과 뉴스엔 등 선정적 편집 기조를 전면에 내세운 스포츠와 연예 전문 매체의 트래픽 하락 폭이 비교적 적었다는 것이다. 반면 선정적 뉴스가 비교적 적었던 IT 전문 매체 블로터닷넷과 디지털타임즈의 페이지뷰는 각각 82.5%, 84.2% 가까이 줄어들었다. 선정적 기사와 편집이 트래픽 방어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이다.

뉴스스탠드가 자리 잡고 그에 따른 온라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 두 달은 짧다. 네이버측에 따르면 뉴스캐스트가 자리 잡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후 긴 호흡으로 양질의 기사를 생산한 매체들이 뉴스스탠드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선정적 기사의 효과를 확인한 온라인 미디어들이 유혹을 이겨내기에 6개월은 짧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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