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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없으면서 무슨 ‘퓨전’ ‘실험’이야

정체성 잃은 창작 국악 밴드들…내공 쌓아야 해외에서 인정

한덕택│운현궁 예술감독·전통문화 콘텐츠 기획자 ㅣ 승인 2013.06.12(Wed) 14: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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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의 연이은 히트로 대중음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을 갖고 세계 무대에 적극 도전하고 있다. K팝에 자극받은 전통문화예술계와 정부 또한 K컬처(Culture) 확산을 위해 여러 접근법과 방법론을 놓고 고민하는 등 어느 때보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1970년대 이래 우리 전통음악계에서 한국 음악의 현대화·대중화·세계화에 대한 시도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틀을 짜는 과정에 지나치게 정체성과 전통의 음악 어법들을 고집하다 보니 대중을 끌어들이는 데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외부적으로는 국악 교육 시스템과 국악 진흥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미흡했던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며 오늘날 창작 국악계에 영향을 미친 단체가 여럿 있다.

   
2011년 1월 열린 ‘검고소리’ 시연회에서 정가악회 단원들이 연주하고 있다. ⓒ 뉴시스
‘실험’한다며 국악 정체성 버리는 일 없어야

그중 작곡자이자 지휘자인 이준호가 주도해 만든 ‘슬기둥’은 원일·김용우·유경화·허윤정·강은일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진 연주자들을 배출했다. 슬기둥은 지금도 젊은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또 유은선의 ‘다스름’이 눈길을 끌었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인 원일이 주도한 ‘바람곶’ ‘푸리’ 등 연주단체, 허윤정의 ‘토리앙상블’ 등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활동하면서 후배들에게 많은 자극이 됐다.

독특한 실험을 한다고 해서 국악 대중화에 기여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최근 국악 공부를 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만큼의 실력조차 되지 않는데도 퓨전 국악 밴드라는 이름을 내건 팀들을 간간이 봤다. 게다가 퓨전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너무 야한 의상을 입고 튀게 보인다거나 현대적 해석을 한다며 어울리지 않게 비보이를 등장시키는 등 전통 국악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애쓰는 시도는 좋지만 예술적 실험이 아니라 지나친 포장이라면 문제다.

한 현역 음악감독은 퓨전 국악 밴드의 인기에 대해 “대중의 입맛에는 맞을 수 있지만 ‘퓨전’이 국악을 대표하는 대표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기본기를 갖추지 않은 음악이 국내외에서 마치 우리 음악을 대표하는 듯이 비치는 것은 좀 걱정스러운 현상”이라고 씁쓸해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국악 연주단체 중 자기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내 호평받고 있는 팀도 많다. 이들에게서 우리 시대 국악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과 교집합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퓨전 국악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재 홍대 앞 클럽을 중심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다양한 음악적 컬래버레이션과 실험을 하고 있는 wHOOL(훌)은 음악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연주단체다. 박승원 등과 함께 ‘공명’에서 활동하던 최윤상이 중심이 돼 만들었다. 훌은 용산전자상가 독각귀 홀에서 장기 공연을 하며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왔다. 국악을 베이스로 하면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연계해 실험적이면서도 완성도 있는 곡을 만들고 있다.

2003년 결성된 바이날로그는 2007년 대금 연주자인 이영섭과 작곡가 양승환을 중심으로 젊은 연주자들이 모여 새롭게 출발했다. 바이날로그 또한 전통음악의 어법에 충실하면서도 대중성과 음악성을 두루 갖춘 팀이다. 팀 이름이 담고 있는 것처럼 아날로그적이며 풍부하고 따뜻한 질감의 소리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각자 국악관현악단, 굿판, 무용 반주, 풍류 음악 등 전통음악의 현장에서 다양한 학습과 연주를 통해 내공을 닦고 있다. 이런 음악적 실험들은 지난해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에 참가해 쟁쟁한 8팀의 경합에서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 21C한국음악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며 국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월드뮤직밴드 AUX(억스). 이 팀은 전통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기악과 성악이 어우러진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치 있는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사랑가> <품바> 등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억스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와 야마하 아시안비트 그랜드파이널 준우승 등으로 이미 실력을 검증받았다. 지금도 정체되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악 퓨전밴드 바이날로그(위)와 자유국악밴드 타니모션 공연. ⓒ 뉴시스
개방적 음악 작업 통해 시대 정서 담은 점은 높이 평가

최근 2~3년간 등장한 연주단체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로 꼽히는 타니모션은 사람의 감정을 타고 놀겠다는 팀 명칭처럼, 장르 구분 없이 한국 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녹여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타니모션은 21C한국음악프로젝트, 천차만별콘서트 등에서 수상하며 입지를 굳혔다. 전통 국악에 기초했으면서도 대중적으로도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월드뮤직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어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충무아트홀 상주 단체로 활동 중인 앙상블 시나위 역시 만만치 않은 음악적 공력과 대중성을 갖추었다. 앙상블 시나위는 연극과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해 표현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으며 흥행에서도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한국 전통음악의 색깔이 가장 강한 정가악회는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된 악당이반의 음반 <가곡> 작업에 참여했다. 지난해와 올해 스페인을 방문해 현지의 플라멩코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하는 등 월드뮤직 시장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인 것은 창작 국악이나 퓨전 국악, 월드뮤직 등 다양한 범주 안에서 활동하는 국악을 토대로 한 단체들이 자기 정체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며, 개방적인 음악 작업과 우리 시대의 정서와 감수성을 반영한 음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 노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침 국립국악원에서 창작 국악, 퓨전 국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하는 학술토론회가 열린다. 이 토론회를 계기로 우리 시대 창작 국악이 갖춰야 할 방향성과 장기적인 과제, 발전 전략 등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를 이끌어내고 현재의 작업들을 토대로 심기일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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