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후, 다음 타깃은?
  • 이승욱·조해수 기자 ()
  • 승인 2013.06.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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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총장 체제 검찰, 정치권·대기업 전 방위 수사

이쯤 되면 전 방위 수사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듯하다. 지난 4월4일 채동욱 총장 체제가 출범한 지 2개월여가 지난 지금, 검찰은 전 정권의 최대 치적인 4대강 사업부터 CJ그룹을 비롯한 대기업 수사, 원전 비리,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등 각각의 사건 하나만으로도 우리 사회를 뒤흔들 만큼 굵직한 대형 사건들을 수사하고 있다. 정치권도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사위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에 대한 불공정 거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명숙 전 민주당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2심 재판도 진행 중이다.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서도 전국여성연대와 통합진보당의 고발에 따라 조만간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현재 4대강 비리, CJ 비자금, 원전 비리 등 전 방위 수사에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연합뉴스
대기업 수사 불똥, 정치권까지 튈 수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의 다음 타깃이 어디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기업 수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이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 이 회장이 국외 페이퍼컴퍼니와 차명계좌를 활용해 모두 510억원의 세금을 포탈했고, CJ제일제당의 회사 자금 600여 억원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곧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소환조사 후에는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겠나. 6월 말이나 7월 초에는 모든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이 회장이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고려대 동문을 중심으로 한 지난 정권의 주요 인사 등과의 친분설도 나오고 있어 수사의 불똥이 자칫 재계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수사는 대기업 오너들을 정조준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보다 앞서 한화그룹과 SK그룹 오너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실형을 받은 상황이라 재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CJ그룹과 유사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대기업 오너가 상당수 존재하며, 검찰이 이러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어 조만간 추가 수사 대상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이미 대기업 H사와 다른 H사, D사, L사 등에 대한 내사를 마쳤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례를 봤을 때 총수 일가 등 핵심 인물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수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반면, 4대강 수사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보인다. 현재 검찰은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비자금과 뇌물 수수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일부 지역 공무원들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건설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정황이 포착됐다. 문제는 검은돈이 흘러간 ‘최고 윗선’을 밝힐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를 놓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언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말하자면 아직 ‘배신의 계절’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급할 것 없다.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면, 제 발 저린 사람들이 자연히 실토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수십 년 동안 썩은 내가 진동했던 ‘원전 마피아’에 대한 수사도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제어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 몇몇 관련자들만의 비리가 아니라 원전부품업체와 검증업체, 검수기관이 공모한 조직적 비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특수통으로 유명한 김기동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이 수사단장을 맡고 고리·월성·영광 원전 비리 수사 경험을 갖춘 검사 7명과 수사관 12명이 투입돼 원전 비리 파헤치기에 나섰다.

검찰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사건도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있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 수사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과 관련된 사건이다. 박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박 회장은 경매로 43억원에 낙찰받은 서울 역삼동 사무실 건물을 2010년 스마트저축은행에 전세로 빌려주면서 시세보다 많은 5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2011년 대유신소재의 실적이 악화된다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본인과 가족 소유의 주식을 팔아 수억 원의 손실을 회피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대선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된 사안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듯이 대응하던 금융감독원이 뒤늦게나마 불법 행위를 밝혀내고 (검찰에) 고발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를 (특수부가 아닌) 금융조세조사부가 맡으면서 금감원 고발 건에 대해서만 수사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인 만큼 권력형 비리가 있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벌써부터 여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6월13일 검찰은 대선 당시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 신고되지 않은 대선 캠프를 운영하면서 SNS 활동을 벌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법)로 민주당 ㅇ의원실의 차 아무개 보좌관을 긴급 체포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발표를 앞두고 ‘물 타기’를 시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야당 역시 선거법 위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여당에게 반격 카드를 줬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친인척·야당 거물급 인사도 사정권

검찰에 호기롭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야당이지만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야당 역시 검찰의 사정권 내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연루설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의 신상 정보를 누설한 정 아무개씨와 기밀 정보를 전달받아 민주당에 건넨 전직 국정원 직원 김 아무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측에서는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대선에서 기여하면 민주당이 집권한 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자리나 총선 공천을 주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범주를 넘어 특정 정당이 국정원에 대해 정치 개입을 했다는 점에서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라고 공격하고 있다.

검찰은 한때 ‘정치검찰’의 오명을 썼던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항소심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2007년 초 비서 김 아무개씨를 시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3억여 원을 받아오게 했다”는 내용의 공소 사실을 추가했다. 이는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진 “한 전 총리가 한 전 대표에게 ‘직접’ 돈을 받았다”는 내용을 바꾼 것으로, 1심 법정에서 한 전 대표가 “3억원을 비서 김씨에게 빌려줬다”는 진술 내용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 밖에도 서울중앙지검은 민주당 중진 의원의 전 비서와  관련된 재개발조합 비리에 대한 수사도 펼치는 등 전 방위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잡은 채동욱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여야 모두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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