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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광기 배설하는 폭주 기관차

타인의 상처 아랑곳 않고 아이까지 융단 폭격하는 안티 카페

하재근│문화평론가 ㅣ 승인 2013.06.26(Wed) 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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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밤-아빠! 어디가?>에 출연 중인 윤후에게 안티 카페가 생겼다고 해서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다. 윤후는 이제 여덟 살에 불과한 아이다. 그런 아이가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안티 카페까지 생긴단 말인가? 윤후 안티 카페에 경악한 네티즌은 검색창에 ‘윤후 사랑해’ 혹은 ‘윤후 천사’ 등을 검색해, 안티 카페 관련 검색 키워드 밀어내기 운동을 펼쳤다. 여기에 연인원 수백만 명 이상의 네티즌이 참여했고, 그 열기에 놀란 윤후 안티 카페측은 결국 자진 폐쇄했다. 이 사건은 안티 카페 전성시대를 상징하는 에피소드로 여겨져 일간지에서 사건 관련 사설을 내기까지 했다.

윤후의 경우 인기가 높아 안티 카페가 큰 이슈도 되고, 네티즌의 노력으로 조기 진압도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윤후 정도의 국민적 사랑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면 언제라도 안티 카페의 희생자가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찬민 아나운서의 일곱 살 된 딸인 박민하와 김성주씨의 아들인 아홉 살 김민국 안티 카페도 활동했지만, 윤후 안티 카페 덕분에 함께 이슈화될 때까지 이렇다 할 사회적 제재는 없었다.

지난 5월에는 리틀 싸이라고 불리는 아홉 살 황민우군에 대한 악플 사건이 이슈가 됐다. 이 경우는 포털 사이트에 안티 카페 하나를 개설한 수준이 아니라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라는 사이트 자체가 사실상 안티 카페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단적인 증오의 양상을 보였다. ‘일베’는 또 전라도를 겨냥한 거대 안티 카페처럼 보일 만큼 해당 지역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노골적으로 난무하는 곳으로도 악명 높다.

   
ⓒ MBC 제공
유명인·일반인 가리지 않고 표적

애초에 안티 카페는 아이나 특정 지역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는 곳이 아니었다. 한국에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된 직후 출발한 안티 카페 문화는 처음엔 일종의 사회운동 양상까지 보였다. 대표적으로 안티 조선 카페가 있었는데, 이 운동의 취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이론이 있겠으나 어쨌든 사회운동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그 밖에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도 있었고, 편의점 안티 카페도 나타났다. 편의점 안티 카페에서 지적한 건 프랜차이즈 본점의 횡포, 즉 대기업의 횡포였다. 요즘 화두가 되는 갑을 관계 문제까지 진작 안티 카페에서 지적됐던 것이다.

안티 카페는 곧 연예인을 향한 증오의 감정과 결합하게 된다. 특정 연예인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모여 증오를 배설하는 통로로 발전했다. 2000년대 초엔 당시 신인 꽃미남 스타였던 강동원이 드라마에서 키스를 하자, 상대 여배우에 대한 안티 카페가 개설돼 안티 카페 대상자가 얼마나 마구잡이로 선정되는지를 알게 했다.

뒤이어 일반인까지 안티 카페의 공격 대상이 된다. 2000년대 중반쯤엔 초등학생들이 ‘담임 안티 카페’ 같은 것을 만들기 시작했고, 곧이어 왕따 문화와 안티 카페 문화가 결합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친구 왕따 카페가 만들어졌다. 이 흐름은 요즘 들어 SNS 왕따, 스마트폰 채팅 왕따 등으로 발전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태가 터졌다. 타블로의 학력이 의심스럽다면서 타블로와 그 가족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타진요는 안티 카페의 파괴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 사건으로 인해 타블로와 그 가족은 일반 연예인의 차원을 뛰어넘는 이례적인 수준의 악플 공격을 1년 이상 당해야 했다.

그 후 ‘진실을 요구합니다(진요)’라는 슬로건은 안티 카페의 명분으로 자리 잡았고, 네티즌의 눈 밖에 나는 사람은 곧 진실을 요구하는 ‘진요’ 카페와 마주해야 했다. 황당한 것은 정작 각종 ‘진요’ 카페 회원이 진실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진실을 요구한다’는 미명 아래 상대를 다그치고 공격하는 행위에만 중독된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 안티 카페 사태는 더욱 문제다. 7세, 8세, 9세 아이한테까지 안티 카페가 생기는 현실 말이다. 이 사태는 현재의 안티 카페 문화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희생자를 양산하고 있는가를 알게 해준다. 어린아이에게 안티 카페를 만들어 증오를 표출할 정도면 누군들 대상이 안 되겠는가. 바야흐로 안티 카페 폭주 시대, 안티 카페 전성기다.

안티 카페는 증오의 부흥회

피해자는 누가 되든 상관없다. 사람들은 그저 마음껏 증오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할 뿐이고, 그 대상의 직업이 어떻든 나이가 어떻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속 시원히 공격할 적당한 구실만 있으면 된다. 사회적 정당성이 이럴 때 최적의 명분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의 특권을 떠올리게 한 타블로에서 최근엔 왕따를 했다는 티아라까지. 아이나 스포츠 선수가 너무 상업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좋은 명분이다. 윤후, 박민하, 손연재 등이 그렇게 찍혔다.

일단 대상자가 찍히면 인터넷에 모여 서로의 증오심을 경쟁적으로 표출한다. 원래 인간의 감정은 모이면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똑같은 경기를 응원해도 집에서 혼자 할 때와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여 함께할 때의 강도가 같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모여 같은 정서를 공유할 때 인간에겐 광기가 접신하는 법이다.

안티 카페가 바로 그런 증오 감정 증폭의 장이 된다. 불특정 다수가 모여 증오 감정을 공유하는, 말하자면 ‘증오의 부흥회’다. 이곳에선 연일 증오 간증이 이어지고, ‘나처럼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하며 각자의 증오에 정당성이 확인된다. 그것은 더욱 강한 증오로 이어지고, 결국 사교 집단처럼 인지 부조화에 빠져 현실의 반증이나 반론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맹목적 폭주로 발전한다. 방송사와 공공기관이 아무리 타블로의 학력을 증명해도 절대로 믿지 않았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분노가 커지는 반면 합리성은 줄어들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렸을 때부터 경쟁의 압박을 받기 때문에 정상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마음속엔 분노가 쌓이고 합리적 성찰 능력은 길러질 틈이 없다. 학교를 졸업해도 사회는 여전히 무한 경쟁이고, 패자에겐 냉혹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냉혹한 구조에서 자란 사람은 타인에게 냉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타인이 받을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그를 대상으로 자신의 분노를 배설할 수 있게 된다. 합리적 성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브레이크도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안티 카페가 자연스럽게 증오의 폭주 기관차가 되어 아무나 들이받으며 무한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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