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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재산’은 정말 0원일까

측근들 ‘대우’ 이름 달고 왕성한 활동…조세 회피처 페이퍼컴퍼니도 드러나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3.07.09(Tue) 15: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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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행보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주로 베트남에 머무르고 있는 그가 어떤 물적 토대가 있기에 베트남에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질문이 들어올 때면 “지인들의 도움으로 살고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돕는다”고만 말하고 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부쩍 주목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인물들이 현 정부에 많이 진출했고, 김 전 회장이 10·26 사태 이후 고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과 더불어 박지만씨의 후견인 노릇을 해왔다는 인연 때문이다. 지난 3월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46주년 기념행사에 관심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재기 가능성을 부인하고 행사가 끝난 후 바로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3월22일 열린 ‘대우그룹 창립 46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대우산업개발과 대우송도개발의 이상 행보

하지만 어떤 돈으로 사업을 벌이는지, ‘한국 기업의 진출을 돕고 어떤 대가를 받고 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가 한국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재산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모두 그에게 천문학적인 추징금이 따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 대우는 계열사 41개, 해외 법인 396개를 거느리고 ‘세계 경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대우그룹은 공중분해 됐다. 김 전 회장은 프랑스·독일 등 해외를 떠돌다 5년 8개월 만에 귀국했다. 법원은 그에게 분식 회계와 사기 대출 등의 혐의로 징역 8년6월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00억원을 선고했다. 2007년 12월 대통령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검찰은 그의 은닉 재산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부인 정희자씨 명의로 돼 있던 경주 힐튼호텔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김 전 회장의 재산은 국내에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대우 해체 이후에도 공식적으로 뚜렷한 대주주 없이, 김 전 회장의 비서 출신인 이동호 전 사장이 10년 넘게 경영권을 행사해온 대우자동차판매(대우자판)를 주목하는 이도 있다. 김 전 회장이 국내 활동을 할 때면 늘 이 전 사장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우 해체 이후 흩어진 대우맨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던 대우자판은 이동호 사장이 우리사주조합과 함께 오랫동안 경영권을 행사했다.

12월 송도 매립지를 소유한 대우송도개발, 건설 사업 부문을 가져간 대우산업개발, 버스 판매권을 가진 자일자동차판매 등 3개 회사로 나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동호 사장이 2010년 11월 퇴임한 직후, 김우중 전 회장의 측근인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전 대우 무역부문 사장)이 2011년 3월 대우송도개발(옛 대우자판)의 사외이사로 영입됐다는 점이다. 이후 2011년 8월 대우송도개발은 회생 절차에 들어갔으며 그해 장병주씨는 2012년 3월 퇴임했다. 대우송도개발측은 그의 사임 이유에 대해 “대주주인 산업은행 쪽에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전했다.

대우송도개발에서 떨어져 나온 대우산업개발의 행보도 의문이다. 대우송도개발은 지난해 대우산업개발의 새 주주로 들어온 신흥산업개발유한공사(JL GLOBAL CO., Ltd,.)에 대한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해외 자본을 유치했다고 발표해놓고는 다른 돈이 들어왔다는 게 요지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 선협씨가 운영하는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 ⓒ 시사저널 사진자료
베트남의 김우중 회장 사업에 관심

대우송도개발이 이의제기를 한 것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애초 중국 풍화그룹이 대우산업개발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투자한 곳은 홍콩에 세워진 신흥산업개발이란 기업이고, 이 회사는 한국인 이상영 회장 1인 주주 회사로 알려졌다.

대우산업개발 관계자는 “이 회장이 풍화그룹의 오너 집안과 인척 관계(사위)이기에 대우산업개발은 풍화그룹의 관계사가 맞다”고 밝혔다. 이상영 회장은 대우산업개발을 인수하면서 측근인 한재준씨(44)를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앉혔다가 한 달 뒤 우림건설 출신의 김진호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김진호씨는 영입된 지 1년도 안 된 지난해 11월 사임하고, 다시 한재준씨가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7월5일 임시주총에서 삼호 출신의 고광현 대표를 영입했다.

대우산업측은 이상영 회장의 신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한재준씨의 또래이고, 한씨는 맥킨지의 컨설턴트 출신으로 코카콜라의 브랜드 매니저를 지낸 후 풍화그룹에서 기획실장을 지냈다고 설명했다.

이상영 회장이 인수한 대우산업개발이 올해 들어 관급 공사 시장에서 발군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올해 들어서만 아산 탕정의 700억원짜리 주공아파트 공사를 비롯해 1000억원대의 공사를 수주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고전하고 있는 요즘 건설 시장에서 ‘외국계’로 넘어간 대우산업개발의 호성적은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김우중 전 회장과 관련해 최근 대우맨들이 조세 회피처에 세운 회사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다.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가 2005년 7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콘투어 퍼시픽이라는 회사를 세운 것.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를 부인하며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가 2010년 인수했다.

유춘식 전 대우폴란드자동차 사장도 2007년 BVI에 선웨이브매니지먼트라는 회사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례는 김 전 회장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 전 회장 주변 인물들의 움직임이 심상찮은 것만은 분명하다.

대우는 조세 회피처에 세워진 회사의 역할에 대해 국내 어느 기업보다 잘 알고 있었고 활용도 잘했다. 대우 해체 과정에서도 런던 외곽에 세워진 비즈니스파이낸스센터에서 사라진 거액의 돈을 놓고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정희자씨가 경주 힐튼호텔을 지배하는 연결 고리로 내세웠던 필코리아리미티드도 케이먼 군도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이 국내 활동을 재개하기에는 갚아야 할 추징금이 너무 많다. 하지만 아들인 선협씨나 선용씨는 다르다. 선용씨가 베트남에서 골프장과 건설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몇 년 전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두 아들의 해외 비즈니스가 얼마나 커질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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