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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처럼 수술 안 해도 된다

유방 그대로 둔 채 약으로 치료…조기 발견하면 5년 생존율 90% 넘어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3.07.09(Tue) 16: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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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치료의 표준은 예나 지금이나 수술이다. 수술은 그동안 림프절을 적게 떼어내고, 될 수 있으면 유방을 보존하려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계속될 전망이다. 유방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장기로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다. 암이 유방 밖으로 나갈 때 림프절을 통과한다. 그 림프절이 겨드랑이 부위에 있다. 과거에는 유방암 수술을 하면 유방은 물론 겨드랑이를 따로 절개해 림프절을 모두 제거했다. 림프절에 있을지도 모르는 작은 암세포를 모두 없애려는 시도였다. 그렇지만 수술 후 림프절 부위가 붓는 후유증에 시달리는 등 환자가 받는 신체적 부담이 컸다.

1990년대 중반부터 림프절을 검사해서 제거할지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유방암 세포가 가장 먼저 전이되는 겨드랑이 부위의 림프절(감시림프절)의 조직을 검사해서 암세포가 없으면 나머지 림프절에도 전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때는 림프절을 제거하지 않고 유방만 절제한다.

   
유방암 환자가 유방 X선 촬영을 하고 있다. ⓒ 한림대의료원 제공
   
잘라내는 유방 범위도 점점 축소되고 있다. 과거 유방암 수술은 유방 전체를 들어내는 방식이었다. 여성으로서는 여성성을 잃은 수치감을 느끼고, 심하면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유방암이 어느 정도로 퍼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암을 제거하는 부위를 축소하는 방법이 고안됐다. 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암 조직과 그 주변 정상 조직 일부만 제거한다. 유두를 포함한 유방의 상당 부분을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용 효과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요즘은 림프절을 제거하지 않거나,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이 전체의 70~80%에 이른다.

유방 조직을 제거한 후 보형물을 넣는 식으로 유방을 만드는 수술도 한다. 유방 재건 수술은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보다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떼어낸 유방 자리를 복원하거나 남은 다른 유방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균형을 맞추려고 건강한 유방의 크기를 줄이기도 하지만 유두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유방암 수술에는 유방암 전문의 외에도 성형외과와 정신과 전문의가 참가하는 병원이 많이 생겼다.

김이수 한림대성심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유방 보존 수술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유방암 검진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조기 유방암 진단율이 높아졌고, 그만큼 유방 보존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수술 자국이 남을 수 있어서 될 수 있으면 절개를 작게 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0.5cm의 구멍을 뚫어 카메라를 집어넣는 복강경 수술, 지름 5㎜의 내시경을 넣는 내시경 수술 등 수술 기법이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암센터 교수는 “내시경 수술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수술 후 효과가 기대한 것만큼 좋지 않다”고 말했다.

유방암 진단은 손으로 만지는 것(촉진), 눈으로 보는 것(영상), 조직 검사가 기본이다. 암 조직이 1cm 정도 되면 손으로도 만져지고, 유방 X선 촬영과 초음파 검사의 영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방 X선 촬영과 초음파 검사는 보완적인 면이 있어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인다. 초음파 검사는 종양을 발견하는 데 탁월하다. 반면 유방암의 조기 징후 가운데 하나인 석회질 조직을 찾을 때는 유방 X선 촬영이 낫다. 자기공명영상(MRI)은 대부분 암이 확인된 후 암의 위치를 확인하고 치료 방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기에 암을 발견해서 치료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하지만 검진받지 않았다면 유방암으로 진단되지 않았을 사례까지 수술 등과 같이 과잉 치료하는 경향도 생겼다. 한원식 교수는 “그냥 놔두면 커지지 않고 전이도 되지 않는 암이 있는데, 굳이 발견함으로써 불필요한 치료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방 X선 촬영 사진. ⓒ 연합뉴스
유전자 검사로 유방암 예방하는 시대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로 유방암이 생길 환자를 미리 알아내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미국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올해 초 유방을 제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의 어머니는 10년 동안 난소암으로 투병하다 2007년 사망했다. 어머니, 자매, 이모 등이 50세 이전에 유방암에 걸렸다면 4명 중 1명꼴로 유방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여성 10명 중 평균 1명이 유방암에 걸리는 것에 비하면 높은 비율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를 받고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0%를 넘는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현재까지 유전자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암을 완벽하게 예방하는 약은 없다. 그래서 그는 유방암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유방을 제거했다.

양쪽 유방의 겉 피부는 그대로 남겨놓은 채 안쪽의 조직을 떼어냈다. 이어서 유방 확대 성형수술과 마찬가지로 실리콘 보형물을 넣어서 외형을 복원시키는 수술까지 받았다. 즉, 암을 발생시키는 유방 조직을 없앨 뿐 겉모습은 그대로 살린 것이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예방적 유방 절제 수술을 받은 600명 환자의 암 예방 효과는 90%로 높다. 국내에서는 여성의 중요한 신체 일부가 없어졌다는 박탈감과 외모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예방적 수술을 택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그렇다고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공포를 과도하게 느낄 필요는 없다. 유전성 유방암이 전체 유방암의 5~10%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해서 유방을 제거하는 것이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 유방 자체를 떼어내므로 유방암 예방이 된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유방을 제거해도 남아 있는 조직과 근육 등에 암이 생길 수 있어서 권할 만한 수술이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의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30세 이상의 여성은 매년 유방 X선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받아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방암은 조기(1~2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다. 유방암 수술 전문가인 양정현 건국대병원 의료원장은 “특히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유전자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전성 유방암보다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이 가족력이 있는 사람의 유방암 발병이다. 60대 유방암 환자가 수술받기 위해 입원했다. 병시중을 들던 40대 딸이 유방암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딸도 유방암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돌연변이 유전자가 없는데도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대체로 비슷한 생활환경에서 오는 인체 내 호르몬 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가족력 있는 여성은 유전자 검사 필수

유방암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들은 발견됐다. 결혼하지 않았거나, 했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 모유 수유를 꺼리는 여성, 빠른 초경에 비해 늦은 폐경의 여성, 비만인 여성에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한마디로 여성 호르몬과 밀접하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여성 호르몬 중에서 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될수록 유방암 발병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초경이 이르고 폐경이 늦으면 여성 호르몬에 많이 노출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비만이나 과체중 역시 에스트로겐 수치를 높여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출산은 그 기간 중 에스트로겐 분비가 중단되기 때문에 유방암 발병률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항에스트로겐 약을 사용해 유방암의 재발을 예방하는 방법이 나오기도 했다.

서양의 유방암 발생률은 높다. 미국 여성은 8명 중 1명꼴로 유방암에 걸리는데 한국인은 20~25명 중 1명이다. 국내 유방암 발병은 서양보다 적지만 증가하는 추세다. 특이한 점은 40대 여성의 유방암 발병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은 나이가 많을수록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는데, 한국에서는 40대가 가장 많고 50대 이상에서는 오히려 줄어든다.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일부 전문가는 식습관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점차 서구식 식습관이 늘어나면서 한국인의 유방암 발병률이 서양을 닮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에서 유방암은 갑상선암 다음으로 여성에게 많다. 한국유방암학회가 발표한 ‘2012 한국 여성 유방암 백서’를 보면 유방암 환자가 2010년을 기준으로 1만6000명을 넘었다.


“치료제와 유전자 검사 비약적 발전” 
남석진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장

   
ⓒ 시사저널 임준선
유방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다. 과거보다 작게 절개하고, 유방을 보존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수술보다 유방암 치료제 개발 발전이 빠르다. 유전자 검사로 유방암을 예측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남석진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장(유방내분비외과 교수)은 “앞으로 수술은 줄어들고 약으로 치료하고 유전자 검사로 예방하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25일 남 센터장을 만났다.

 

유방암 수술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수술법의 발전 방향은 세계적으로 동일하다. 과거보다 정밀하게 진단해서 암 조직 부위를 떼어낸다. 되도록 유방 조직을 남기는 것이다. 림프절을 건드리지 않는 방법이 대세다. 앞으로 수술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술 외에 다른 치료법이 발달한 것인가.

유방암 치료제(허셉틴)는 유방암 환자의 20~30%에서 효과를 보인다. 10%만 효과가 나도 주목할 만한 성과인데 그 정도면 획기적이다. 앞으로 더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올 것이다. 특히 정상 조직에는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타격하는 표적 치료제가 나올 것이다.

유전자 검사로 유방암에 걸릴지를 알아내는 기술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과거에는 유전자 검사가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지금은 1000달러에 2주일이면 그 결과를 받을 수 있다. 그만큼 기술이 발달했다. 앞으로 기술은 더욱 발전하므로 비용이나 기간이 많이 줄어든다. 단백질·대사물질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유방암을 예측하거나 진단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유방 확대 수술을 한 여성은 유방암 진단에 어려움이 있지 않나.

과거에는 유방 속에 넣은 보형물 때문에 유방을 촬영해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점을 고려해서 유방 확대 수술을 하므로 유방암을 진단하는 데 큰 불편은 없다.

혈액으로 암을 찾아내는 연구가 활발한데, 유방암도 그런 방법으로 진단할 수 있나.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장비가 개발되고 있다. 정확도 등의 문제로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물론 미래에는 가능할 것이고. 시간 싸움일 것이다.

국내외에서 치료 백신에 대한 연구도 많은데 성과를 보이는가.

항체 백신으로 유방암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많은데, 좀처럼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사람마다 유방암 염기서열이 제각각이어서 한 가지로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늘 걸린다. 동물 실험에서 아무리 좋은 결과가 나와도 사람에서 전혀 다른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백신 개발의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 외에 흡연·음주·비만 등 유방암 원인으로 밝혀진 것들이 있는가.

아직 그 원인은 불분명하다. 다만 연관성을 찾아낸 성과는 있다. 예컨대 술은 관련이 있지만, 담배는 역학조사 결과 모호하다. 유방암 환자 중에 술이나 담배를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물론 뚜렷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비만은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유방암 전문가로서 일반인에게 권하고 싶은 예방법은.

전체 유방암의 50%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에서 발견한다. 건강검진을 소홀히 볼 게 아니다. 또 30~40%는 유방암 검사로 확인한다. 평소 유방 건강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이 유방암에 좋은 식품을 묻는데, 유방암에 좋은 음식을 찾기보다 유방암에 나쁜 가공식품을 피하는 편이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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