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경쟁 카운트다운!
  • 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3.07.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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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대대적 물갈이, 야권은 현직 프리미엄 예상

시·도지사들이 전국적 뉴스망에 오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수도권 단체장 3인의 ‘무상보육 국고 지원 확대’, 전국 시·도지사 거의가 서명한 ‘취득세 인하 논의 중단’ 촉구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데 묶여서 뉴스가 되는 것과 별개로 개별적으로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경우도 많다.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한 홍준표 경남도지사,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와 관련한 문서 위조 사건의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등등. 취득세 인하 논의 중단 공동 촉구 이후에 계속 “최근의 경제민주화는 경제 하향 평준화밖에 되지 않는다”며 중앙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김문수 지사의 날 선 모습도 뉴스를 장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량진 배수구 인명 피해 사건에 대한 책임과 무상보육 추경 예산 편성 거부 등이 새누리당의 공격을 받으며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들 시·도지사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자체적으로 뉴스 소재가 되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이기에 뉴스가 되기도 하고, 더 비중 있는 뉴스가 되기도 한다. 시쳇말로 ‘○○○ 때리기’의 대상이 돼 도마에 오르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뉴스는 더욱 커진다. ‘○○○ 때리기’는 대권 후보로 거명되면서 겪는 유명세적 성격도 있지만, 대권과 무관한 시·도지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작으면 작은 대로 적은 어느 곳에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발길질’은 상대 진영에서뿐 아니라 같은 당에서도 날아들기 마련이다. 같은 정파 내의 보이지 않는 경계와 견제는 사태의 파장을 키우는 결정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터라 현직 시·도지사의 행보는 주시의 대상이 되게 마련인데, 변수가 많아 정작 본인들도 아직 헷갈리는 상황이다.

7월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전국 시·도지사들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취득세율 인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여론조사 결과 제각각…섣부른 예측 어려워

지방 탐구를 두 달여 넘게 연재하는 동안 각 지역을 돌면서 그 지방의 현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노력했지만, 역시 관심은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쏠려 있었다. 아직은 선거가 10개월가량 남은 시점이다 보니 지역 민심은 안갯속이다.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되는 조사 결과들이 제각각인 데다 그나마 들쑥날쑥하다.

예컨대 홍준표 지사의 경우 어느 조사에서는 차기 공천은 물론, 본선에서 어느 야당 후보도 감히 상대가 안 된다는 결과를 내놓는가 하면, 다른 조사에서는 ‘모두 어렵다’는 정반대의 자료를 제시하기도 한다.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보수 진영 지도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낳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당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며 다음은 어렵다고 전망하는 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관한 조사도 흡사하다. 한 조사는 박 시장의 시정 수행 지지도가 58.7%로 부정적 평가보다 무려 29.6%포인트나 높았다고 발표했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재임 일자가 다른 단체장의 절반밖에 안 되는 박 시장이지만 재지지 45.8%, 비지지 37.3%로 재지지 지수가 1.23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는 것. 이는 3선 단체장들을 뺀 14개 시장·도지사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박 시장이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함께 최고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정작 다음 선거에서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3.0%로 지지하겠다는 응답(37.5%)보다 5.5%포인트 높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단순히 조사 방법론이나 조사자의 의도 등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주요한 지표들이 상수가 아닌 유동성이 너무나 큰 변수이기 때문이라고 파악하는 게 적확할 듯하다. 한마디로 ‘안갯속 정국’이기에 섣부른 예단을 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다만 몇 가지 유사 내지 공통점으로 볼 대목은 있다.

첫째,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현재 민주당을 앞선다는 점이다. 내년 6월 선거에 임박해서는 얼마나,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지만 현 시점에선 그렇다. 둘째, 부동층이 여전히 많다. 셋째, ‘안철수 신당’에 따라 수도권과 호남권은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넷째, 현직 시·도지사들의 도정(시정) 운영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충청·호남·수도권이 비교적 높아 60%대에 이른다. 재신임률도 40%에 가깝다. 그러나 재신임 비율이 운영에 대한 지지율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새 인물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정당 지지율 앞서는 새누리당 내부 경쟁 가열

모든 게 이렇다 보니 공천 얘기부터 시끄럽다. 야당의 경우에는 현직 프리미엄이 절대적이어서 별 논란이 없지만 여권은 다르다. 민주당 현직 시·도지사 가운데 차기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는 박원순 시장, 송영길 시장, 안희정 지사 등의 공천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대안이 없다는 이시종 지사의 공천은 당연시된다. 그러나 여당에게 뒤처지는 기색이 뚜렷한 강원도의 최문순 지사를 비롯해 문서 위조 논란으로 곤경에 처한 강운태 광주시장 등은 난관이 예상된다. 호남은 민주당이 텃밭으로 여기는 까닭에 현직도 마음을 놓을 처지가 아니다. 특히 3선으로 불출마가 확정된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뒤를 놓고 후보를 노리는 이곳 출신들의 경쟁이 뜨겁다.

전반적으로 정당 지지율에서 야권에 비해 앞선다고 자신하는 새누리당의 공천 경쟁은 사뭇 치열할 전망이다. 텃밭으로 여기는 영남은 물론, 호남을 제외한 현직이 없는 시·도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고 여기는 만큼 후보 경쟁은 상상을 넘어선다. 5 대 1 이상의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일각에서 집권 후 실시된 첫 전국 일제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지만, 지도부의 귀에는 안 들리는 모양새다. 야권이 부각되는 지도자 없이 흔들리고 ‘안철수 신당’까지 겹쳐 혼미를 거듭하자 의기양양인 듯하다. “결국 경제가 어찌 굴러가느냐에 달렸다”며 “그런데 경제가 좋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안갯속이다. 


차기 대선과 맞물린 내년 6·4 지방선거 

내년 실시될 6·4 지방선거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의미가 있어서만이 아니다. ‘한국 정치사에 발전적 전기를 마련할지’ 여부를 포함해 장·단기적으로 많은 시사점을 내포하는 선거가 될 게 분명한 탓이다.

우선 민선 6기로 불리는 2014년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제 부활 20년에 즈음해 실시된다는 시기 그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 곱건 밉건 나름의 연륜을 쌓았다는 뜻에서다. 아직 지방자치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하는 단체장·의원·유권자가 상당한 현실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문제점을 발굴·개선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게 그런 평가와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지난 7월25일 민주당이 기초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배제키로 한 것은 고무적인 요소다. 지방선거의 가장 큰 폐해로 꼽히던 정당 공천제였으나 국회의 정치꾼들은 자신의 잇속만 챙기느라 그 악습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선수를 친 마당이어서 새누리당도 이제는 달리 도리가 없게 됐다.

사실 우리의 지방자치제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외형을 실현했는지는 몰라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나오게 돼 있다. 소속 공무원 급여도 충당하지 못하는 재원을 가진 처지임에도 빚잔치를 해가며 온갖 선심 행정을 마다않는 것은 거의 ‘전국 공통 작폐’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나중에 어떤 부작용·부담이 생기든 상관없다는 ‘나 몰라라’ 행태가 만연해 있다. 인기를 얻기 위해 우선 떠벌리고 보는 식이다. 당장 망하는 것도 아니고, 책임 추궁이 닥치는 것도 아니니 개의치 않는다는 투다. 시설·기구의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와 이 과정에서 오가는 검은 거래도 알 만한 이는 다 아는 얘기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예산 나눠먹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음습하게 이뤄지는 매관매직 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렇듯 문제가 첩첩이 널려 있더라도 지방자치제는 결코 폐지되지 않는다. 그 자체의 당위성에다 일단 실시된 제도의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던 기초의원이 유급(有給)으로 되고, 이제는 보좌관을 붙여달라는 요구까지 나오는 현실은 또 다른 폐해를 방증한다.

어쨌거나 정당 공천이 유지되는 가운데 치러질 광역단체장·의원 선거는 가깝게는 박근혜정부, 좀 멀리는 향후 대선의 장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성년으로 접어들면서 시·도지사는 예전의 시·도지사, 즉 차관급 대우에 만족하는 지방 장관이 아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들 상당수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후보로 거론된다. 나중에 어찌 달라지든 당장의 조사는 그러하다. 그리고 지방선거의 향배에 따라 ‘현실화’될 소지는 농후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대선의 직접적 변수가 아닌 시·도지사라 할지라도 정치 지형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이래저래 내년 지방선거는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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