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버르장머리 고쳐주자”
  • 중국 베이징=박승준│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 승인 2013.07.3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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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국주의 부활’ 야욕 맞선 한중 관계

‘아베는 중국 봉쇄를 추구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중국 내 최고 권위의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7월25일 아침 신문에 ‘Abe seeking to ‘contain’ Beijing’이란 제목을 커다랗게 달아서 중국을 여행하는 외국인과 중국 내 지식인들의 식탁에 올려놓았다.

‘컨테인(contain)’은 ‘포위한다’ 또는 ‘봉쇄한다’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다.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본 전략이 ‘컨테인먼트(containment·봉쇄 또는 포위)’와 ‘인게이지먼트(engagement·포용 또는 끌어안기)’를 적절하게 섞어서 구사하는 것이라고 본다.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한 결과를 헤드라인으로 장식한 중국 신문들. ⓒ AP연합
중국, “일본 준동의 배후는 미국” 의심

7월22일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일본의 아베 총리가 25일 말레이시아·싱가포르·필리핀 등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나선 것은 중국의 동남아 시장 장악에 맞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눈꼴사납게 보고 있는 것이다. 또 그런 행동은 2011년 11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하와이에서 선언한 ‘미국의 태평양 세기(America’s Pacific Century)’라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일본이 앞잡이처럼 하는 행동이라고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심기를 표현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더구나 미국이 태평양 서쪽 지역, 즉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대해 본격적인 개입 정책을 펼치고 있고, 특히 한국·일본·필리핀·태국·호주 등 5개국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중국은 인식하고 있다. 실제 지금 일본과 필리핀이 적극적으로 중국과의 해상 영토 분쟁에 나서면서 중국을 물어뜯고 있는 형국이라고 보는 중국 외교 당국자들의 시각이 반영돼 있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차이나 데일리는 중국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류야동 소장의 말을 인용해 “아베가 동남아에 자주 가는 이유는 중국을 포위할 목적으로 해양동맹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베의 행동은 중국이 필리핀·베트남과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의 남사군도(南沙群島)와 서사군도(西沙群島)를 둘러싼 해상 영토 분쟁에 일본도 한발 들여놓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아베가 이번에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이유도 일본이 미국의 후원을 받아가며 추진하고 있는 TPP(Trans Pacific Partnership)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이 주동해서 추진하고 있는 TPP야말로 중국이 오랫동안 진행해온 동남아 ‘비동맹 국가’들에 대한 경제공동체 형성에 대해 일본이 던지는 도전장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그런 일본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 문제 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7월25일 보도에서 거친 용어를 동원해 아베의 일본을 공격했다. 아베의 목적이 “일본과 필리핀이라는 두 악의 축을 형성해서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친 생각(日菲軸心漸成,‘包圍中國’是狂想)”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환구시보>는 “일본이 동해에서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배후에는 미국이 버티고 있으며, 중국이 발전할수록 중국에 대한 일본의 압력 행사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실었다.

중국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에 환호한 이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지난 7월2일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6월 중국 방문 때 중국인들이 열광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일본 요인도 있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메이신위(梅新育)의 기고를 통해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개인적으로 중국 사회에 상당히 광범위한 호감을 얻었으며, 이런 무형의 자산은 한국과 중국 양국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다른 국가에 상당한 계시와 경고를 주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이신위가 말한 ‘동북아 지역 다른 국가’란 일본을 가리키는 것으로, “일본은 현재 총체적으로 잘못된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잘못된 책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중국과 경제면에서 상당히 두터운 기초를 쌓아놓고도 정책을 결정하는 지도층이 전 방위적으로 중국에 대항하는 잘못된 선택을 했으며, 역사 인식과 영토 분쟁 등에서 중국의 국익을 훼손하려 들고, 중국의 존엄과 감정을 다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신위는 “솔직히 말해 중국과 한국 사이에도 이런저런 모순과 편견이 존재해왔으나 박 대통령은 이번 ‘신심지려(信心之旅·믿음의 여정)’를 통해 눈앞의 작은 이익을 버리고 외교에서 정확한 결단을 내려 중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커다란 성과를 올렸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이처럼 일본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배경에 대해 최근 서울을 방문한 한 중국 학자는 역사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이 중국과 한반도보다 앞서 근대화에 성공하고 앞서서 경제 발전을 이룬 역사라고 해야 150년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과 한반도는 지난 150년 동안 일본에 뒤떨어져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과 한국이 현대화에 성공한 이상, 수천 년간 중국과 한반도에 뒤처져 있던 일본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7월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상하이 총영사관과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한반도 정세 및 한중 관계 세미나’에 참가한 중국 학자들도 필자 등 관계자들 앞에서 아베 정권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에 대한 비난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들은 “일본의 잘못을 고쳐주기 위해서는 중국과 한국이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일본의 잘못된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이 적극 공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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