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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발랄 직렬 5기통 달고 ‘빠빠빠’가 달린다

K팝의 새로운 코드 크레용팝…코믹·단순함 내세워 흥행 몰이

용원중│대중문화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3.08.21(Wed) 1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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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시장에서 크레용팝은 ‘갑툭튀’다. 최근 K팝 시장에서 ‘아이돌 그룹+여성’이라는 코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미각’을 강조하며 엉덩이나 다리를 손으로 쓸어내리고 몸을 배배 꼬는 동작과 함께 짧은 후렴구를 무한 반복한다. 그런데 크레용팝은 노출과는 거리가 먼 레고 블록처럼 단순한 의상을 입고 나와 아이들 같은 춤을 춘다. 심지어 색상마저 장난감 세계를 닮았다.

그럼에도 크레용팝의 <빠빠빠>(Bar Bar Bar)는 음원 차트 1위를 휩쓸고 있고, 뮤직비디오 조회는 20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일명 ‘직렬 5기통’ 춤은 경찰 유튜브 동영상을 비롯해 ‘구라용팝’ ‘유아인 류수영 빠빠빠 댄스’ 등 수많은 패러디 영상을 양산하는 중이다. 3040세대 남성의 팬심 고백도 줄을 잇는다.

미국 <빌보드>와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소니뮤직이 발 빠르게 이 5인조 여성 그룹을 주목했다. 8월13일 <빌보드> 공식 홈페이지는 ‘크레용팝 <빠빠빠> 2013 K팝 시장에서 대유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크레용팝은 웃음을 기반으로 한 춤으로 현재 한국에서 광범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사에서는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빌보드 K팝 핫100 차트에서 2위에 올랐다. 이들은 눈에 띄는 헬멧을 착용하고 색색의 옷을 맞춰 입어 일명 ‘파워레인저’라고 불린다. 원통 모형의 엔진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따온 안무로 멤버들이 부분적으로 움직이는데 이를 ‘5기통 직렬춤’이라 부른다. 크레용팝의 갑작스러운 성공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빠빠빠>가 <강남스타일>과 같이 서서히 타오르고 있다. 싸이의 뒤를 이을 준비가 다 됐다’고 소개했다.

같은 날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크레용팝 측과 앨범 라이선스 및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소니뮤직은 “크레용팝의 차별화된 시도와 독창성에 반했고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아티스트, 콘텐츠라고 판단해 계약했다”고 전했다.

   
ⓒ 크롬엔터테인먼트 제공
“일베팝?” “일본 그룹 표절?” 논란

이러한 성과는 여성 그룹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후발 주자로, 그것도 SM·JYP·YG와 같은 메이저 기획사가 아닌 마이너 기획사(크롬엔터테인먼트)에서 이뤄냈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해 데뷔한 크레용팝은 기존 걸그룹과 달리 코믹함과 건강한 귀여움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디어는 이들을 향해 ‘병맛(황당하거나 우스꽝스럽다는 뜻의 신조어) 코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다.

한창 인기몰이 중인 <빠빠빠>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와 제국의 아이들의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 김유민이 만든 곡으로 중독성 강한 후크(반복되는 후렴구)와 시원한 리듬감이 특징이다. 가사 내용은 단순하다. ‘걱정, 고민하지 말고 다 함께 뛰자’는 게 전부다. 동요를 연상케 할 정도다. 하지만 뻣뻣한 율동 같은 퍼포먼스와 의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직장인 장선형씨(27)는 “음악이나 안무가 누구나 따라 하기 쉽고 재미나다. 쉽고 재밌다는 건 중독성이 있다는 뜻 아니겠나. 바라보면서 감탄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하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크레용팝만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고생 교복, 이소룡 트레이닝복에 이어 ‘전대물’(아동용 특수 촬영 드라마) 패션에 헬멧을 쓴 채 장난스럽게 춤추는 크레용팝의 모습은 걸그룹의 섹시 콘셉트에 식상한 가요 팬들을 맹렬히 끌어당기며 경쟁이 심한 아이돌 시장에 연착륙하는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크레용팝은 ‘일베팝’ ‘일본 그룹 표절’ 논란으로 노래보다 먼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난 6월22일 공식 트위터에 ‘오늘 여러분 노무노무 멋졌던 거 알죠?’라는 글을 올렸던 것. 해당 글 속 ‘노무노무’는 일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던 표현이라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진보 성향의 대중에게 십자포화를 맞았다.

2009년 데뷔 후 일본 가요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해 NHK 연말 가요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여성 아이돌 그룹 ‘모모이로 클로버 Z’ 이미지 카피설에도 휩싸였다. 어린 학생 및 오타쿠를 겨냥한 독특한 팬덤을 형성한 모모이로 클로버 Z의 파워레인저 복장과 헬멧 착용 모습, 4차원적인 그룹 콘셉트와 애니메이션 주제곡 같은 노래, 친근한 여동생 이미지 등이 흡사하다는 것이다.

소속사 측은 “팬들에게 요즘 아이들 특유의 혀 짧은 소리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던 것인데 일베 논란으로 확산돼 곤혹스러웠다”며 “모모이로 클로버 Z라는 그룹은 기사를 보고서야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들과 우리는 콘셉트가 전혀 다르다”고 각각의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우연이든 고의든 <빠빠빠> 히트를 앞두고 연이어 터졌던 논란은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쏠쏠하게 거뒀다는 것이 가요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강남스타일> 성공 도식과 <빠빠빠>

크레용팝의 <빠빠빠> 신드롬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성공 법칙을 연상케 하는 측면이 적잖다. 주류의 문법에서 벗어난 ‘치기’와 ‘똘기’ 충만한 B급 정서가 그렇다. ‘오빤 강남스타일~’을 반복하는 것과 ‘빠빠빠빠~점핑 예 점핑 예 에브리바디’를 무한 반복하는 것, 따라 하기 쉬운 ‘말춤’과 ‘직렬 5기통 춤’의 형태가 닮았다. 세계인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중독성 강한 노랫말과 안무, 확산 속도가 빠른 유튜브 효과를 누리는 점 역시 유사하다.

무엇보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 침체기에서 복잡하거나 심각한 분위기를 털어낸 코믹함과 단순성은 지역과 인종, 세대를 초월해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강남스타일>과 <빠빠빠>는 맞닿아 있다. 크레용팝 소속사 측 역시 이런 분석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동안 아이돌 시장에서 섹시, 큐트, 파워풀이 대세였는데 크레용팝의 경우 일반적인 여성 그룹이 하기 힘든 콘셉트를 시도했다”며 “상업적 성공을 노렸다기보다는 모험과 도전이었다”고 강조했다.

크롬엔터테인먼트 김기남 실장은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TV를 틀었을 때 과도하게 섹시하거나 파워풀한 모습이 비친다면 서로 민망하고 부담스럽지 않겠나. 연령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레용팝의 음악과 겉모습에 대해 지나치게 장난스럽고 유치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크레용팝의 음악을 즐기며 소비하는 층이 확대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만큼 가요 시장의 천편일률적인 획일화와 병목현상이 심화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크레용팝은 최근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신규 ‘아이돌 제품군’에서 신선함과 차별성을 앞세워 일단 데뷔 첫해에 달콤한 승리의 축배를 들어 올린 듯하다. 이 5명의 말괄량이 삐삐 소녀는 한국 팬을 넘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싸이처럼, 기존 K팝과는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K팝의 메신저’로 동남아를 거쳐 유럽·남미 등 지구촌 곳곳의 무대를 무한 질주할 수 있을까? 일단 이들은 외친다. ‘걱정은 No/ 고민도 No/ 빠빠빠빠 빠빠빠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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