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파트에 못 들어가게 하나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09.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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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덕이 ‘신동아 파밀리에’ 입주 예정자들, 시공사·채권단의 공매 시도로 발 동동

경기도 고양시 덕이지구 ‘신동아 파밀리에’가 시끄럽다. 시행사·시공사·채권은행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이로 인해 입주자와 입주 예정자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인 신동아건설 임직원의 특판 분양, 800억원에 이르는 세금 체납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 아파트는 총 3316가구의 대형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이 중에서 3024가구가 분양돼 92%에 이르는 높은 분양률을 기록했다. 2011년 5월경 준공된 후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부실 공사 논란 등으로 인해 실제 입주는 1300여 가구에 그쳤다. 대신 계약자들의 소송이 잇따랐다. 800여 가구가 계약 해지 소송을, 1900여 가구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송이 길어지자 입주하지 않은 계약자 1700여 가구 중 532가구가 분양 대금 80%를 내고 잔금 20%는 2년간 유예하는 조건으로 2012년 7월부터 입주하기로 시행사인 드림리츠와 합의했다. 그런데 채권은행이 소유권 이전을 못 해준다며 이들의 입주를 막았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에 위치한 일산 하이파크시티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 단지. ⓒ 시사저널 최준필
대주단(채권 금융기관)에 속한 8개 기관 중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중인 신동아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이 사업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농협이 반대했다. 나머지 여섯 곳은 입주에 동의했지만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우리은행과 농협 그리고 신동아건설이 사업장을 파산시켜 분양된 아파트까지 공매처분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일정 부분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대행사를 통해 잔금을 납부하지 않은 분양 계약자로부터 공매에 참여하겠다는 이른바 입주 의향서를 받았다. 총 200여 가구로 이들에 대한 공매 절차가 곧 진행될 예정이다. 대주단 내에서 두 곳을 제외한 여섯 곳이 동의해 공매는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입주 문제에 합의를 봤던 시행사와 입주 예정자 측은 공매 움직임에 대해 “신동아건설이 임직원 명의로 허위 분양한 300여 가구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공매를 통해 면탈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임직원 명의로 허위 분양을 하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김희철 벽산건설 회장이 이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신동아건설, 임직원 상대로 360가구 ‘특판’

신동아건설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분양을 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판(특별 판매)을 했다. 임직원이 분양받을 수도 있고 임직원의 지인이 분양받을 수도 있다. 정확한 비율은 모르지만 6대 4 정도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허위 분양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분양 가구 수는 360가구로 중도금 1300여 억원은 우리은행과 농협으로부터 대출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는 계약자가 아니라 신동아건설에서 내고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입주한 가구는 본인이 부담하고, 입주하지 않은 가구는 회사가 이자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60가구 정도가 입주했다고 한다. 나머지 300가구에 대한 중도금 이자는 신동아건설이 내고 있는 것이다. 시행사 측은 “중도금 대출 이자까지 다 내주고 있는데 허위 분양이 아니고 뭐냐”고 지적했다.

신동아건설 측은 아파트 경기가 안 좋아 처리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중도금 이자 부분을 회사가 책임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측 설명과 차이가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개시되기 전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별로 향후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현황을 파악하는데 거기에 회사 임직원 특판 부분도 잡아놓았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 한도 내에서 회사 자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안은 현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진성 계약인지, 부당 계약인지 검찰에서 시행사와 시공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드림리츠 측은 “서부지검에 고발한 상태”라고 했고, 신동아건설 측도 “수사를 받은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의혹의 핵심은 신동아건설의 임직원 분양 가구를 처분하기 위해 공매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신동아건설 측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채권은행에서 굳이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겠나. 우리 회사가 바쁠 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드림리츠 측은 “임직원 분양에 대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하니까 자신들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런데 300여 가구가 해결되지 않자 공매를 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분양 대금 80% 납부, 20% 잔금 2년 유예’에 반대해놓고 이보다 원금 회수율이 낮을 가능성이 큰 공매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은행이 기존의 분양 계약자를 대상으로 받은 입주 의향서에는 분양 대금 할인 등과 관련한 조건이 명시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 사업에 관여해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입주 예정자들이 시행사와 합의한 것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 공매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한 번 유찰되면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분양 대금 15% 할인에 중도금 연체 이자 탕감 등을 더하면 20~25% 할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은 또 “시행사 눈치를 보느라 입주 의향서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데, (공매 참여 가구들에게) 소유권 이전이 되면 따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공매는 분양 대금 80%를 납부하고 20% 잔금을 2년 유예하는 방식과 비교할 때 채권을 지닌 대주단이 더 손해를 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잔금 20%를 2년 후에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반대했다는 논리와도 상충한다. 일반 공매로 내놓을 경우 할인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인근에 조성된 유명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30~35%까지 할인하고 있다.

분양 대금이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사와 합의한 입주 예정자에게 소유권 이전을 해주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사업과 관련해 체납된 세금은 부가세 200억원과 법인세 600억원을 더해 총 800억원에 이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신탁된 재산에 대해 1순위 우선권을 갖고 있는데 소유권 이전에 동의해주면 신탁된 부분을 해지해야 한다. 그러면 자금이 일차적으로 세금으로 나간다”고 밝혔다. 세금 체납 부분이 소유권 이전에 문제가 된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지난 4월19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덕이지구 신동아 파밀리에 분양 계약자들이 소유권 이전과 공매 시도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 “권리 행사에 문제없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금융계 인사에 따르면, 세금 납부와 관련해 일종의 중재안이 논의됐다고 한다. 부가세 200억원은 우선 납부하고 법인세 600억원 납부는 원리금 상환 후로 늦추자는 안이다. 국세청과도 어느 정도 협의가 진행돼 대주단 내에서 이 안이 올라왔는데 우리은행과 농협이 반대해 없었던 일이 됐다고 한다. 우리은행 측은 “시행사와 입주에 합의한 가구들이 납부해 신탁계좌에 들어온 200억원으로 부가세를 내자는 것이었는데, 이는 시행사의 입주안에 대한 동의나 마찬가지라서 납부하지 못한다고 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세금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소유권 이전을 해주지 않은 이유는 20% 잔금의 완납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우리은행 측 주장이다. 시행사가 입주 예정자와 개별적으로 합의를 하다 보면 분양 대금을 완납하기까지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2년 뒤에 또 합의를 통해 잔금이 유예될 수 있고, 소송이 제기될 여지도 있다는 설명이다.

역으로 제안한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분양 대금 80% 중에서 아직까지 납부하지 않은 10%를 3~6개월 등 한시적으로 언제까지 완납할 것이며 그때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공매를 한다는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조건을 달았다고 한다. 이러한 제안을 시행사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지 일방적으로 반대만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우리은행 측이 밝힌 입장의 근간에는 2011년 말 PF 대출 연장이 안 됐기 때문에 시행사의 권한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 상황에서 대주단의 승인 없이 시행사가 입주 예정자와 맺은 계약은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대주단이 기존 계약 주체인 시행사와 분양 계약자의 동의 없이 공매를 추진할 수 있는지 여부와도 직결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채권 행사를 한 번도 못 했는데 권리 행사를 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드림리츠 관계자는 “로펌으로부터 법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은 상태”라며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결국 지난한 소송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단지 아파트 분양 사업에 오랫동안 관여해온 한 금융권 인사는 “시행사가 가처분 소송을 낼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아직 덜 곪았다. 최소한 3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주 예정자인 이 아무개씨는 “1년 넘게 소유권을 받지 못하다 보니 담보 대출이 안 돼 그만큼 이자 부담이 크다. 중도금 대출 이자가 가구당 월 160만원에서 230만원에 이른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의혹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시행사와 입주 예정자 측에서는 신동아건설·우리은행·농협의 유착을 의심하며 그 배경에 고위 인사들의 인맥을 통한 로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동아건설 회장과 우리은행 고위 인사의 친분 관계, 농협에서 자금 담당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신동아건설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동아건설·우리은행·농협 측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대응할 필요도 없다” “사실무근이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대주단 내에서도 “우리은행과 농협이 신동아건설을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보호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대주단에 소속된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처음에 분양 대금을 다 내고 입주한 사람은 손해 보고 ‘떼법’ 쓰는 사람은 이익을 보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계약자에 의해 제기된 소송에서 지면 배상을 하면 되고 이기면 잔금에 대해 추심에 들어가면 된다. 그렇게 추심을 해도 못 받아낼 경우 공매에 들어가면 되는데 그런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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