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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사능 공포’ 한국 식탁 덮치다

일본산 수산물 기피증 전국 확산…의학계 “안전한 방사능 수치란 없다”

조현주 기자·조수영 인턴기자 ㅣ cho@sisapress.com | 승인 2013.09.04(Wed) 11: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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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발 방사능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새어나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7일 일본 정부 원자력재해대책본부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년 동안 원전 방사능 오염수가 매일 최소 300t씩 바다로 흘러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이 8월19일 이 사실을 시인하면서 제2의 방사능 파동이 벌어지고 있다.

“방사능 생선 몰려온다” 불안감 고조

연이은 방사능 오염수 누수 보도로 한국의 수산물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지난 8월28일 오후 7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은 곳곳에 문을 닫은 가게가 보이는 등 한산했다. 저녁 장사 준비로 분주했던 평소 이맘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호객 행위에 열중인 상인들의 낯빛에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이곳 상인들에게 ‘방사능 오염 생선 괴담’은 단순한 설이 아니라 생계를 위협하는 공포 그 자체였다.

   
8월29일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장 전체가 한산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일본산은 아예 취급조차 못 하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전인 2010년만 하더라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본 생태는 한 해 374만kg이 팔려나갔다. 하지만 원전 사태가 터지고 난 후인 2011년에는 208만kg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취급량이 129만kg으로 급감했다.

국산이라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어류인 명태를 파는 가게들은 방사능 직격탄을 맞았다. 동해가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 쪽 해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이 영업을 마치는 시간은 대개 오후 9시에서 10시 사이다. 이날 명태를 취급하는 가게 대부분이 이른 시간임에도 문을 닫았다.

좌판을 정리하던 한 상인은 “명태뿐만 아니라 대구 가게도 거의 다 문을 닫았다. 특히 냉동 대구를 파는 상인들은 요즘 더 일찍 영업을 끝낸다”고 말했다. 

서해에서 잡히는 어종도 ‘방사능 파동’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13년간 고등어·삼치 등 대표적인 서해 어종을 취급해왔다는 최 아무개씨는 “사람들 인식엔 방사능 오염수가 모든 바다에 흐르는 것처럼 되어 있다”며 “게다가 등 푸른 생선은 회유성 어종이라며 다들 피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하루 겨우 고등어와 삼치 만원어치를 팔았다”고 밝혔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최씨 가게에선 하루 10만원어치의 고등어와 삼치가 팔렸다고 한다.

추석 대목을 앞둔 때이지만 상인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인천광역시 중구 항동에 위치한 인천어시장 역시 ‘대목’이란 말이 사라져버렸다. 인천어시장에서 바지락 장사를 하고 있는 김 아무개씨는 “지난해 이맘때는 하루에 못해도 200만~300만원을 벌었다”며 “어제는 겨우 50만원 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김씨는 “여름엔 자반고등어가 싸기도 하면서 잘나가는 품목인데 최근 들어 매출이 50% 급감했다”며 주변 상인들의 상황을 전했다.

수산물 시장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급기야 일본산 수산물은 아예 팔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곳도 나타났다. 성남 중앙시장과 모란 민속5일장, 돌고래시장 등 경기도 성남 지역 10개 전통시장 상인회는 8월27일 ‘일본산 수산물 없는 청정 구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산 수산물 판매 금지 선언을 주도한 성남중앙시장 상인회 신근식 부회장은 “가게에서 수산물을 취급하다 보니 피해가 극심하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다고 해도 소비자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는다”며 “결국 우리가 먼저 일본산 수산물은 취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29일 성남 중앙시장에는 이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또 생선을 취급하는 가게 곳곳에 ‘일본산 수산물을 일절 판매하지 않습니다’라고 쓰인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성남 중앙시장 상인들은 표지판을 설치한 이후 책임감을 가지고 수산물의 원산지를 확인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 오히려 늘어

번질 대로 번진 공포의 불씨가 쉽게 꺼질 리 없다. 일반 소비자가 국내산과 수입산 수산물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악용해 수산물 원산지를 조작하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최근 민주당 최재천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올해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0년까지 연간 7만t 규모를 넘어서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해인 2011년에는 4만466t, 2012년에는 2만3233t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올해 7월31일까지 수입량은 1만5207t에 달해 올해 말까지의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수입량을 월평균으로 환산해보면 약 2170t 규모로 지난해 월평균 수입량인 1936t을 넘어선다.

국내에서 소비가 많은 일본산 고등어 수입량은 2010년 8895t에서 2011년 1만2806t으로 오히려 늘어났다가 지난해에는 2579t으로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고등어 수입량(3만1943t)의 8%에 달한다. 꽁치 수입량은 2011년 219t으로 급감했다가 2012년에는 865t으로 늘어났고 올해 7월 말을 기준으로 765t에 달해 원전 사고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또 있다. 일본 내 ‘방사능 청정 구역’으로 알려진 수역에서 포획된 수산물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이 8월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일본산 수입 식품 방사능 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1000여 km나 떨어진 나가사키·구마코토·가고시마 현 등 일본 서남부 지역에서 잡힌 수산물에서도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역은 후쿠시마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일본 해류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른다는 점 때문에 일본에서는 방사능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지대로 알려져 있다. 검출된 방사성 세슘의 양은 대개 1kg당 2~3Bq/kg(베크렐)로 극소량이지만, 일본에 ‘방사능 청정 지역은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홋카이도산 냉장 대구에서 방사성 세슘 검출

후쿠시마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수역에서 잡힌 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최재천 의원실 관계자는 “식약처의 설명에 의하면 양식 어장의 사료 탓으로 보인다”며 “도쿄, 시즈오카 등에서 잡힌 일본 까나리 등의 어류가 양식 어장용 사료로 분쇄되고 이 사료가 일본 전역으로 유통됐다”고 설명했다.

최재천 의원실과 김성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1년 3월 이후 ‘일본산 수입 수산물 방사능 검출 현황 자료’를 보면 방사성 세슘 검출치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허용 기준치인 1kg당 100Bq/kg 수준에 근접한 경우도 있었다. 2011년 7월 홋카이도에서 수입된 냉장 대구에서는 98Bq/kg의 방사성 세슘이 나왔다.

자료를 보면 홋카이도산 냉장 대구에서 꾸준히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 3월 수입된 홋카이도산 냉장 대구에서도 25Bq/kg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고 같은 해 4월에도 홋카이도산 냉장 대구에서 25Bq/kg의 방사성 세슘이 확인됐다. 일본 내 대다수 지역의 수산물에서 10Bq/kg 이하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고 있는 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대구 역시 회유성 어종이다.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다 하더라도 허용 기준치인 100Bq/kg 이하면 얼마든지 국내에 유통될 수 있다. 2011년 3월 이후 일본산 수산물 131건, 총 3011t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지만 허용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로 모두 국내에 유통됐다.

과연 인체에 쌓여도 큰 위험이 없는 ‘방사능의 허용치’란 게 있을까. 의학 전문가들은 “안전한 방사능 수치란 없다”고 일축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인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이미 방사능 피폭량이 증가함에 따라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안전한 방사능 수치란 게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허용 기준치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령 후쿠시마 원전에서 500m 떨어진 항만에서 채취한 바닷물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리터당 50~70베크렐 수준”이라며 “현재의 허용 기준치는 결국 후쿠시마 앞바다의 오염 수준에 맞춰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산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하거나 수입하더라도 세슘 허용치를 현재의 100분의 1 수준인 3.7Bq/kg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일본산 식품의 관리 기준이 다른 나라보다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후쿠시마 등 10개 현에서 생산된 전체 식품 및 가공식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했다. 10개 현에서 생산되는 수산물도 모두 수입 금지 대상이다. 타이완은 5개 현에서 생산된 모든 식품에 대해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8월29일 경기도 성남시 중앙시장 생선 가게에 일본 수산물 반입 금지 및 판매 금지 안내판이 붙어 있다 . ⓒ 시사저널 전영기
환경단체들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요구

한국은 일본의 출하 금지 방침에 따라 저절로 수입이 금지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 스스로 출하를 금지한 후쿠시마 현 등 8개 현의 49개 품목에 한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출하를 제한한 후쿠시마·이바라키·군마·미야기·이와테·도치기·지바·아오모리 등 8개 현의 까나리·산천어·황어·은어·잉어·붕어·쥐노래미 등 49개 품종이 이에 속한다. 또 일본산 수입 농산물이나 가공식품, 식품첨가물의 경우에도 일본 정부가 출하를 제한한 13개 현의 26개 품목에 한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정부의 방침에 대해 환경·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월1일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녹색당, 한국YMCA연합회 등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8월30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및 식품 안전 조치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결의안은 일본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때까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 내년 한국에 영향 미칠 것”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지난 2년간 매일 300t씩 말 그대로 ‘콸콸콸’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이미 일본 바다 전역이 방사능에 오염됐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렇다면 일본에 인접한 한국 바다는 방사성 물질로부터 안전할까.

이와 관련해 8월27일 국립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 연근해 해수에 대한 방사능 측정 결과 일본 방사능 오염수가 우리나라 해역으로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수산과학원은 3년간 조사한 결과 방사성 요오드 131과 방사성 세슘 34는 검출되지 않았으며 극미량의 방사성 세슘 137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검출돼 후쿠시마 원전 유출수가 우리 바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매년 작성하는 해양 방사능 보고서를 보면 특이한 정황이 포착된다. 2012년 보고서의 해양 생물에 대한 방사능 검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해역 어류에서 검출된 방사성 세슘 137의 평균 농도는 180mBq/kg(킬로그램당 밀리베크렐)이다. 그런데 강릉과 완도 해구에서 잡힌 숭어에서 검출된 방사능 수치는 각각 2432mBq/kg, 294mBq/kg로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능분석실의 최석원 박사는 “후쿠시마 사고 때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뻗어나가 일본 규슈를 거쳐 한국의 부산으로 유입됐고, 그것이 낙진 및 강수에 의해 육상으로 떨어졌다. 지표수를 통해 바다로 흘러간 과정에서 바다 밑 퇴적물이 된 것을 일부 숭어가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바다 퇴적물 속 유기물을 섭취하는 숭어의 특성 때문에 세슘이 검출된 것이지, 방사능 오염수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결국 방사능 오염수뿐만 아니라 대기 중 방사성 물질로도 바다와 해양 생물이 오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방사능 전문가인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세슘이 퇴적물 형태로 된 것을 섭취한 생물체들도 오염이 될 수 있는데 이를 생물학적 농축이라고 한다. 방사성 물질이 퇴적물 형태로 바닷속에 있다면 바닷물도 얼마든지 오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현재 검출된 밀리베크렐 단위는 문제가 될 만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검출하기까지 몇 단계의 농축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 또한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 근해는 오염되지 않았다”며 “일본 해류 방향이 미국 쪽으로 향해 있다. 방사능 오염수가 순환해 우리나라로 오기까지 최소 5년은 지나야 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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