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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꼰대’가 됐지, 인생엔 자극이 있어야”

반핵 메시지 담은 신곡 낸 가수 한대수

조혜지 인턴기자 ㅣ 승인 2013.09.04(Wed) 1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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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전화해 대뜸 물었다. “아빠, 한대수라는 가수 알아요?” “그 양반? 엄청나게 멋진 꼴통이었지.” 전화를 끊자마자 아버지는 문자메시지로 그의 대표곡 몇 곡을 보냈다.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로>, 최신곡 <Nuke me baby>까지. 듣고 또 들었다. 올해 출간된 그의 e-북도 꼼꼼히 읽었다. 25세의 기자가 65세의 전설을 이해하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했다.

“목사님 설교처럼 이래라 저래라 하면 젊은이들 안 듣잖아. 음악은 귀에 쏙 들어오니까. 존 레넌이 <Imagine> 하면서 여권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이야기한 것처럼.” 푸석한 긴 머리를 투박하게 뒤로 넘기며 그가 말했다. 금세라도 웃음이 터질 것처럼 싱글거리는 얼굴이었다. 공부한 내용을 복기하며 긴장하고 있던 기자를 향해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그의 2006년 문제작 <지렁이>를 이야기하자 한 소절을 직접 불러주기도 했다.

한때 저항과 자유의 아이콘으로 아버지 세대의 신화로 불렸던 그가 이제 그들의 자식 세대에게 새로운 노래를 던진다. ‘반핵 메시지’를 담은 신곡 <Nuke me baby>는 그의 일곱 살 난 딸 양호를 비롯한 미래 세대를 위해 그가 권하는 ‘참여’다. “당신 같은, 내 딸 같은 사람들이 우리 미래잖아. 후쿠시마 핵발전소 터지고 지금 난리 아니야? 남북한 핵실험 한다고 해봐. 아무도 못 살아. 지금 있는 핵발전소도 없애야 될 판인데. 여기서 멈춰야 해. 젊은이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야 돼.”

   
ⓒ 시사저널 전영기
65세의 젊은 오빠

그는 대화 내내 ‘젊음’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았다. ‘젊은 음악’ ‘젊은 여자’ ‘젊은 사내들’ ‘젊은 목소리’. 기자가 올해 스물다섯이라는 말에 ‘참 양호한 나이’라고 했다.

1집 <멀고 먼 길>이 나왔을 때가 그의 나이 꼭 스물다섯이었다. “내 음악엔 장르가 없어. 통기타 하나에 하모니카 불면서 혼자 했던 이유는 동행할 수 있는 세션 플레이어가 없어서야. 나중에 KBS 악단장이 된 정성조씨가 피아노 치고, 배우 조승우의 아버지 조경수씨가 베이스 치고 그랬어. 어려웠지.” 음악을 하기엔 그의 표현대로 ‘양호하지 않은’ 시대였다. 기술과 인력 모두 악조건이었지만 그의 노래엔 지금 음악에선 찾아보기 힘든 묘한 울림이 있다. “뭔가 모자란 것 같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심장을 찌르는 뭔가가 있지. 아름다운 여인이 고급 옷을 입었느냐, 아예 옷도 안 입었느냐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그의 노래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날것 그대로의 음악’으로 통한다. <지렁이>는 그의 아내 옥산나가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센터에 입원했을 때 만들어진 노래다. “거기 있는 70 정도 돼 보이는 할머니가 벽을 보면서 뭐라 뭐라 네 시간 동안 쏟아붓고 있는 거야. 과거에 억울했던 걸 막 그렇게 풀어. 난 음악가니까 그 리듬에 꽂힌 거고. 그게 <지렁이>가 된 거야.” 딸이 태어나기 전엔 신촌 거리를 활보하며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젊은 여인들의 모습, 친구와 수다를 떠는 사내들, 아줌마들의 시끄러운 대화. 모든 장면이 그의 멜로디가 되고 가사가 됐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후의 히피로 불리는 한대수. 당시 그를 따르던 1960~70년대의 히피들이 이젠 ‘꼰대’로 불리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다 나 같은 할배들이 됐지. 어느 사회도 마찬가지야. 빌 클린턴, 앨 고어도 다 대마초 하고 그랬어. 책임 때문이지. 책임이 너무 무거워서 어깨가 내려가는 거야. 그래도 20대 한때는 사회를 바꾸려고 노력한 건 인정해줘야지.”

“나는 시대가 만든 상징일 뿐”

그는 스스로도 ‘꼰대’가 됐다고 했다. “한 가지 다른 건, 내가 음악을 하면서 어떤 아이콘이 되겠다고 결심한 적이 없다는 것. 물론 지나친 독재와 지나친 가난, 그런 내용들은 이해했고 또 극복하고 싶었지. 그건 사실이야. 나 자신의 고뇌와 아픔을 내 세계관으로 말한 거지, 난 누군가의 대변인이 아니야.”

그에게 현재 가장 큰 자극, 즉 영감을 주는 존재는 바로 딸 ‘양호’다. 한대수의 말을 빌리자면 양호는 ‘영감을 주는 동시에 음악을 못하게 만드는’ 난해한 뮤즈다. “6년 동안 기타를 쳐다보지도 못했지. 인터뷰 마치면 픽업하러 가야 되는데 그 시간 이후로 지옥이야. 가위바위보 하고, 밥 먹이고, 샤워하고·…. 음악을 할 수가 없어.” 양호는 행복과 함께 현실을 안고 태어났다. 그가 ‘화폐’라 칭하는 ‘돈’에 대한 압박도 난생처음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신곡 <Nuke me baby>는 양호 덕분에 나온 노래다. 딸을 키우면서 아이가 살아갈 세상의 새로운 갈등들이 더욱 또렷하게 보였던 것이다. 혼혈인 아이가 다른 생김새로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지, 주입식 교육에 지치진 않을지, 각종 오염에 몸이 상하진 않을지. 그가 양호로 인해 고민하는 갈등의 스펙트럼은 젊은 날의 범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가 갈등이 제일 심한 나라라고 하더라고. 투쟁 없이 갈등했으면 좋겠어. 난 그 갈등을 중화할 수 있는 가수이고 싶고.” 그가 열여덟 살에 작곡했다는 <행복의 나라로>의 메시지는 딸 양호가 살아갈 세상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노래가 끊임없이 불려지고, 또 그가 노래를 계속 부를 수 있는 이유다.

“‘No more nuke!(더 이상 핵 실험 하지 마!)’ 하면 너무 설교하는 것 같잖아. Nuke me baby~ 하면서 블루스 착 나오면 ‘오 재밌는데~’ 할 거야.” 설교를 거부하는 그는 사실 ‘꼰대’가 아니다.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그는, 꼰대가 아니라 꽤 괜찮은 ‘어른’이다. “오래 살다 보면 마음의 캔버스가 시커메져. 너무 겪었기 때문에 그래. 인생엔 자극이 있어야 돼.” 그의 푸념 속엔 아직 세상에 대한 ‘고민’이 살아 있다. 그가 지금도 가수로 숨 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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