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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이 권력을 무너뜨리기 쉬워졌다”

짐 데이토 세계미래학회 회장 인터뷰

하와이=강장묵 고려대 교수·정리 김회권 기자 ㅣ | 승인 2013.09.11(Wed) 14: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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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머리에 아시아인의 피가 섞인 듯한 친숙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상대방에게 호감을 끌어낸다. 그를 만나본 이들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반면 미래를 전망할 때는 80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짐 데이토 하와이 주립대 교수는 우리가 알고 싶어 하지만 알 수 없는 세계인 ‘미래’라는 비밀을 학문적으로 제시하고 풀어낸다. 국내에서는 미래학자라면 앨빈 토플러라는 이름이 친숙하지만 세계 미래학회 회장은 데이토 교수가 맡고 있다.

그는 미래학의 초석을 놓은 사람이다. 1967년 버지니아 공대에서 세계 최초의 미래학 강좌를 개설했다. 1971년 설립된 하와이 대학 미래학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소장직을 맡고 있다. <시사저널>에서 연재 중인 ‘피플 2.0’의 기획 의도를 설명한 후 ‘민주주의의 미래’에 관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 데이토 교수를 만났다. 하와이 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날은 8월21일이다. 인터뷰는 강장묵 고려대 교수가 진행했다.


   
ⓒ 강장묵 제공
당신은 30년 전에 정보기기로 네트워킹하는 개인들이 정보의 질과 양 측면에서 정부에 뒤지지 않게 되면서 정치권력의 통치에 순순히 따르지 않으리라고 예언한 바 있다.

나는 예언하는 사람도, 예언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나는 그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한 것이다. 30년 전에 정보사회와 정보 시대가 시작됐다. 당시 많은 사람이 농경 사회 또는 산업사회와 달라진 정보사회의 재화에 대해 감동했다. 예전에는 내게 땅 같은 재산이 있다면, 상대방은 그것을 가질 수 없는 사회였다. 하지만 내 정보를 다른 이가 공유해도 나는 여전히 그 정보를 가지고 있게 된다. 이 점에서 정보가 이전의 재화와는 다르게 프리(free)할 수 있다고 상상했다. 지금도 정보는 여전히 공유하기 쉽고 무료인 재화다. 이에 비해 우리의 법과 체제는 여전히 과거에 묶여 있다. 이것들도 정보 시대로 발전시켰어야 했다. 30년 전 나의 언급은 법과 체제가 새로운 시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공론의 장 역할을 하면서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 중 하나가 전자 시스템의 직접민주주의다. 민주주의를 원리로 하는 도시가 막 형성되었던 200~300년 전 대표자들로 구성된 대의민주주의 체제는 평범한 개인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이디어였다. 그 당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였다. 한 사람이 말하면 다른 사람은 듣기만 해야 했다. 그러나 나라 전체, 아니 큰 도시만 하더라도 모두가 모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그곳에 없어도 대표자들이 나를 대표하도록 하는 방식을 발명해낸 것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는 사람을 대표로 뽑는 것은 큰 진전이었다. 하지만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다면 우리에게 대의민주주의는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결합하길 바란다. 지금껏 내 이익을 대변해주는 사람을 선택했지만, 만약 내 의견을 내가 직접 표현하고 싶다면 그것 또한 가능하게 해주어야 한다. 4년 만에 한 번이 아니라 매 순간 국회의원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이집트의 경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2년 만에 또다시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오히려 아랍의 봄이 쇠퇴하고 보수 정치로 회귀했는데.

그렇다. 안됐지만 충분히 이해는 간다. 새로운 단계로 진전해나갈 때, 아마도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순수성이 아닐까 싶다. 순수는 새로운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은 ‘생각의 자유’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거의 없다. 고립된 사회인 그곳에 우리가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대의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조차 너무나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직접 이집트·그리스·태국 등을 취재했다. 모두 큰 시위들이 있었던 곳이다. 시민들 사이에 정치권력의 통치에 따르지 않으려는 모습이 있었지만 이후 변화가 없었다.

내 생각에는 이집트·그리스·태국 등은 대의민주주의의 경험이 직접민주주의 체제에 비해 훨씬 적다고 본다.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정부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어떤 문제를 그냥 제기하는 것이 훨씬 쉽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타월을 찢고 울 수는 있지만 이를 새로운 것으로 만들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어렵듯이 말이다. 당신이 언급했던 나라들은 직접민주주의의 형태를 갖추기 위한 준비가 한참 멀었다. 그들은 스스로 배우는 단계에 들어서야만 할 것이다.

당신은 앞으로 인터넷으로 투표하면 되기 때문에 정당이 필요 없어진다고 했다. 정당은 정말 사라질 수 있나.

정당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조직은 필요하다고 본다. 내 주장은 과거 수백 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개인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 의사 결정 시스템을 대의민주주의 체제에 공식적으로 반영하자는 것이다. 단체의 결정을 떠나 개인의 특성·성격을 더욱 많이 모으고 반영할 수 있는 과정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은 의견을 모으기보다 그룹을 다시 재구성한다. 예를 들면 소셜 미디어는 그룹 지향적이지만 동시에 개인적인 성향을 갖는다. 소셜 미디어 속 이야기는 점차 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동시에 그룹 의존성을 낮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지리적인 것에 구애받지 않는다. 더는 가족에 속한 것도 아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그룹에 속하게 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콘셉트를 확장해서 이해하면, 한 번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이 소셜 미디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사람들과 그룹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결을 갖는 정당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경제적인 조건이나 내가 하는 일 혹은 이념적인 관심, 철학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격 혹은 또 다른 특징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조언을 해주겠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결정을 궁극적으로 내릴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종류의 정당이다.

만약 정당이 사라지면 무엇이 정치권력을 대표하게 되나.

정치권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정당은 사실 나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다. 정당은 나와 비슷한 이익과 관심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그룹에 내가 참여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은 내 목소리를 강조해주고 나 혼자일 때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현재 존재하는 서로 다른 종류의 정당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고 여전히 지배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비슷한 것이다. 개개인의 노동자는 그 힘이 매우 약하지만, 그들이 뭉치고 조합을 이루게 되면 도시만 한 파워를 갖게 된다.

인터넷 민주주의를 직접 실천하려는 시도도 있다. 유럽의 해적당이 대표적이다. 독일 해적당의 경우 인터넷 민주주의를 실천하려 했지만 결국 지지도가 떨어지고 대중 정당으로서 힘을 잃고 말았다.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실험적인 일이 있었다. 나 자신도 다양한 경험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나는 부분적으로 과거로 회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고 조율하기 위해, 우리가 직접 통치하기보다는 비판하는 것이 더욱 쉬운 경우가 많을 수 있다. 우리는 저마다 다양한 생각 또는 의견을 갖는데, 그래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하나의 견해를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따라서 반론 등을 통해 소통이 진전되고 견해가 발전한다. 해적당 같은 정당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해적들은 다른 배들을 침몰시키는 것은 잘하지만, 그들과 전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항해를 하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해적당의 문제는 그들의 정부를 너무 쉽게 비판한다는 데 있다. 내 경험상 이런 직접민주주의의 실험은 사람들을 열광시키지만 결국 결과를 얻지 못하고 정책을 변화시키지 못하면서 오히려 실망도 크게 준다. 나는 여전히 직접민주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의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또한 직접 통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수준은 직접민주주의의 창틀을 만드는 정도다. 아직 직접민주주의가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참여’ 부분에서 사람들을 관여시키는 철학과 방법 등이 구체화되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촛불 집회가 벌어지는 등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나.

나는 이미 오래전에 “한국은 여러 측면에서 뉴미디어를 도구적으로 활용해 사회 전체의 변화가 도드라지는 경험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범했던 시민들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모이고, 이들 간에 유대감이 형성되고 조직이 만들어지자 정부의 근심과 걱정도 커졌다. 뉴미디어는 스마트한 군중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또는 앞으로 수년 동안 촛불 집회와 같이 전 세계에 유례없는 경험을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예상은 한국이 촛불 집회를 통해 보여줬다. 참여를 원하고 저항하는 것이 과거보다 쉬워졌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군중은 권력을 무너뜨릴 수도 있지만, 스스로 다스릴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이 가능한지 보기 위해 실험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는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나.

우리는 사회 시스템의 모든 부분이 다른 사회시스템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내게 미래에 대해 질문을 하고, 예측해 달라고 요청해도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래의 정부는 미래의 사회에 달려 있다. 그래도 굳이 이야기를 한다면 현재 시점에서 세계의 주요 정부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환경 문제. 에너지 문제, 경제 문제 등이다. 지난 수백 년간 사회는 여러 도전으로 변화해왔다. 하지만 방금 제기한 문제들은 대중적으로 너무 잘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정보가 폐쇄적이었던 과거의 장애물과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대면한 문제들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 만일 우리가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에너지가 고갈되며, 환경 문제에 직면한다면 사람들과 정부는 분산되고 지역화되며 오히려 농경 사회의 모습으로 갈 수도 있다. 그렇게 작은 지역사회 중심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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