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매체 / KBS, 영향력·신뢰도·열독률 ‘3관왕’
  • 김회권·조해수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3.09.16 14:11
  • 호수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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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전 부문 추락…한겨레·경향, 신뢰하는 매체 2·3위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다이내믹’이라는 단어는 언론계에도 해당된다. 특히 올해는 이른바 ‘기삿감’이 넘쳐났다. MBC는 노조 장기 파업의 원인이 됐던 김재철 전 사장이 해임되면서 김종국 사장 체제를 맞았다. KBS 역시 길환영 사장 체제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종합편성 채널들은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적자 논란에 휩싸인 종편들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이 과연 퇴출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편집국 기자들이 파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하루아침에 사무실 밖으로 내몰린 사상 초유의 ‘한국일보 사태’도 기자들이 다시 업무에 복귀함으로써 전환점을 맞았다.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가 확산되던 시점에도 자주 등장하는 말은 이랬다. “방송이나 신문에는 왜 안 나오나?” 가장 최근에는 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문제를 제기하며 ‘언론 권력’이라는 썩 달갑지 않은 용어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덩달아 불만도 높아지는 요즘이다.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의 언론 매체 영향력 및 신뢰도·열독률 조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예년과 비교하면 순위에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순위가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진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지목률이다. 순위는 이전과 비슷해도 영향력·신뢰도·열독률 변화가 눈에 띈 매체들 사이에선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됐다.

KBS 민경욱·이현주 앵커가 을 진행하고 있다. ⓒ KBS홍보실 제공
‘열독률은 조선일보’ 법칙 깨졌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KBS의 독주다. 1996년 언론 매체 영향력 조사가 처음 실시된 이후 KBS와 조선일보는 번갈아가며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자리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점차 영향력의 무게 추는 KBS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KBS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1위를 차지하며 영향력에서 독주했다.

영향력에서 방송에 밀린 조선일보가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던 분야는 ‘열독률’이었다. 최근 5년간(2008~12) 조사 결과를 정리해보면 영향력은 KBS, 열독률은 조선일보, 신뢰도는 KBS·MBC·한겨레 3파전 양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법칙이 깨졌다. 이미 신뢰도에서도 최근 2~3년간 한겨레와 MBC를 밀어낸 KBS는 조선일보의 열독률 자리도 차지하면서 3관왕에 올랐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는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KBS가 낙하산 인사 문제로 내홍을 겪었지만 내부에 견제·감시 역할을 하는 자정 기능이 있으며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이 평가받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특징은 MBC의 지표가 뚜렷한 하강 곡선을 그렸다는 점이다. 경쟁사인 MBC의 하락은 상대적으로 KBS의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MBC는 올해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3위와 4위를 유지했지만 지목률이 급락했다. 2011년 MBC의 영향력은 42%였지만 2012년 30.7%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27.4%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신뢰도 역시 24.9%→17.2%→14.7%로 하락을 거듭했다. 열독률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2011년 5위였던 열독률은 올해 8위로 떨어졌다. 조사 결과가 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MBC 내부의 어려움이 반영된 결과다. 김재철 전 사장 체제 이후 뉴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논란이 됐던 게임 폭력성 실험이나 아스팔트에서 베이컨 굽기 등 데스킹이 제대로 안 된 뉴스들이 대중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 번째 특징은 보수 매체인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과 진보 매체인 한·경(한겨레·경향신문)의 상반된 결과다. 신문 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라고 볼 수 있는 보수 매체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신뢰도는 진보 매체가 앞서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강세다. 최근 수년간 포털은 항상 20위권 내에 진입해 있었지만 올해 결과에서는 지목률이 과거에 비해 더 높아졌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영향력·신뢰도·열독률에서 전년에 비해 지목률이 올랐다. 포털의 대표 주자인 네이버와 다음이 이제는 언론 매체를 누르고 사실상 언론사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딴지라디오·페이스북 빠지고 종편 들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순위 조사에서는 KBS가 63.7%로 1위, 조선일보가 48.8%로 2위, MBC는 27.4%로 3위를 차지하면서 지난해와 똑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주목할 점은 KBS는 지목률이 상승했지만 MBC는 떨어졌다는 것이다. MBC의 떨어진 지목률을 KBS가 흡수한 모양새다. KBS는 2위 조선일보와의 격차를 지난해보다 더 벌렸다. 지난해 11.1%포인트 차이에서 올해에는 14.9%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3~10위권에서도 별다른 순위 변동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사설 공동 기획을 하고 있는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희비가 엇갈렸다. 영향력 면에서 중앙일보는 약진했지만 한겨레는 추락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와 같은 5위였지만 지목률은 13.4%에서 24%로 급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6위를 기록했던 한겨레는 올해 9위에 머물렀다.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은 동반 상승 곡선을 그렸다. 네이버와 다음이 처음으로 20위권 안에 진입했던 때가 2003년이다. 2006년에 들어 동시에 10위권에 진입한 두 포털은 이후부터 안정적인 순위를 보이고 있다. 2011~13년 네이버는 줄곧 영향력 4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네이버는 26.6%로 4위, 다음은 17.5%로 7위에 올랐다. 15.4%로 8위를 차지한 SBS, 5.6%로 10위를 차지한 YTN도 영향력 있는 매체로 이름을 올렸다.

11~20위권에 위치한 매체들은 상위권에 비해 변동이 심하다. 지난해에는 딴지라디오와 페이스북, 야후 등이 이 안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 순위에서는 이들을 찾을 수 없다. 대신 종편이 이 자리를 파고들었다. JTBC(15위·1.2%)와 TV조선(16위·1.1%)이 처음으로 20위권 안에 등장했다. 경향신문과 매일경제가 11위와 12위를 차지했다. 포털 사이트 구글과 네이트가 각각 13위, 17위에 올랐다. 오마이뉴스는 20위로 턱걸이했다. 지난해 11위에서 무려 아홉 계단이나 떨어졌다. 이민규 교수는 “오마이뉴스가 시민 저널리즘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소셜 미디어 등 여러 대안 언론이 등장하면서 과거의 신선함이 약해졌다.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더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순위에서는 SBS의 상승이 눈에 띈다. 지난해 7.2%로 9위에 머물렀던 SBS는 올해 12.1%로 7위에 자리 잡았다. 순위보다 지목률의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1~6위는 지난해와 똑같이 KBS, 한겨레, 경향신문, MBC, 조선일보, 네이버 순이었다. 이 중 지난해에 비해 지목률이 상승한 매체는 KBS와 네이버뿐이다. 나머지 매체들의 경우 순위는 유지했지만 지목률은 지난해에 비해 하락했다. 김창룡 교수는 “한겨레·경향 등 진보 매체는 신뢰도 면에서 2~3위를 다투고 있지만 보수 매체, 특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영향력에 비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점이 특징적이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8위, 동아일보는 11위에 위치했다.

SBS, 신뢰도 상승세 두드러져

KBS는 2011년 26.0%(1위), 2012년 30.1%(1위), 그리고 이번에도 38.7%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신뢰하는 매체 1위에 올랐다. 지난 2년간 12.7%포인트나 신뢰도가 상승했다. 한겨레(2위)·경향(3위)·조선(5위) 등 상위권 매체들의 신뢰도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MBC(4위)는 2년 동안 10.2%포인트나 신뢰도가 하락했다. 중앙일보는 9.9%로 8위, YTN(9.4%)과 다음(8.5%)이 9위와 10위를 기록했다. 11~20위에는 동아일보·한국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 등 일간지와 <시사저널> <시사인> 등 시사주간지, 오마이뉴스·프레시안 등 인터넷 매체가 고르게 포진했다.

신뢰도에서 눈여겨볼 점은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1.5%의 지목률을 기록하며 17위에 오른 것이다. 뉴스타파는 조세 피난처 한국인 명단을 공개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국씨가 세운 유령회사를 찾아냈고 이는 전 전 대통령이 지금껏 내지 않은 추징금을 환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민규 교수는 “뉴스타파와 같은 비영리 언론이 신뢰도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의미가 크다. 비록 지금은 미약하고 작은 지목률이지만 내년에는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왼쪽)는 모든 지표가 하락한 반면, 네이버(오른쪽)는 상위권에 오르며 영향력 있는 매체로 자리 잡았다. ⓒ 시사저널 임준선
네이버, 열독률 3위 올라 ‘기염’

가장 열독하는 언론 매체에서 KBS가 처음 1위에 올랐다. 지난해는 조선일보가 22.5%로 1위를, 한겨레가 21.9%로 2위를 차지하며 신문이 강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KBS가 23.9%를 기록하며 간발의 차로 조선일보(23.0%)를 제쳤다.

네이버는 열독률에서도 22.5%를 기록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는 영향력 4위, 신뢰도 6위, 열독률 3위 등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랭크됐다. 언론으로 비치는 걸 극도로 경계하는 네이버가 막상 대중에게는 언론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경계심을 두고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김창룡 교수는 “네티즌이 많아지면서 네이버가 여타 언론 매체를 누르고 언론 중의 언론으로 기능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의 활성화는 네이버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언론을 부정한다고 언론이 아닌 것’이 아니라 ‘언론 역할을 하게 되면 언론’이다”라고 말했다.

열독률 10위 안에 포진한 매체들은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순위는 혼전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2위였던 한겨레가 4위(19.9%)로 내려갔고 다음이 6위에서 5위(17.5%)로 올라섰다. 경향신문은 한 계단 내려앉아 6위(16.1%)를 기록한 반면, 중앙일보는 공동 7위에서 단독 7위(15.7%)를 차지했다. 2011년 5위, 지난해 공동 7위였던 MBC는 열독률도 떨어지면서 8위(12.2%)를 기록했고, YTN(10.5%)과 SBS(9.4%)는 지난해보다 순위가 상승해 각각 9위와 10위에 자리했다. 지난 2년 동안 10위권 안에 있었던 동아일보와 매일경제는 11, 12위로 밀렸고 한국경제,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한국일보 등이 뒤를 따랐다. 종편 중에 열독률이 가장 높은 매체는 18위에 이름을 올린 MBN(1.5%)이었다.  

 

ⓒ 시사저널 임준선
KBS가 영향력·신뢰도·열독률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념적·지역적·세대적으로 갈등 양상이 심각하다. 지난해 대선 정국부터 올해 공안 정국까지, 정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KBS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나라가 혼란스러울수록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KBS가 객관적이고 신뢰받는 매체로 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

뉴미디어, 다채널·다매체 시대에 KBS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다양한 매체가 출현하면서 방송이 가지고 있던 강점 중 하나였던 속보성은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KBS는 다양하게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신뢰받는 뉴스의 기준을 제시하고, 깊이 있는 심층 보도로 차별화할 생각이다. 9시 뉴스에서 5~7분가량의 심층 보도를 처음 선보인 것도 KBS다. 생활 시간대가 좀 더 빨라진다고 봤을 때 7시 뉴스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9시 뉴스를 통해 그날의 중요한 이슈 5~7개를 깊이 있게 다룰 계획이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온라인 맞춤 뉴스 개발, SNS를 통한 쌍방향 교류 등에도 신경 쓰고 있다.

수신료 인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론도 수신료 인상안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상업방송이 범람하면서 공영방송이 설 곳을 잃고 있다. 그러나 국가 안보 위기, 자연재해·재난 시에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공적인 조직이 필요하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도 공감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 KBS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KBS의 입장이다.

KBS 보도에 대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주로 정파적인 사안들이다. 지난 대선에서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51 대 49로 양분돼 있다. 양쪽 다 만족할 수 있는 공정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팩트’로 확인된 부분은 예외 없이 충실하게 보도하고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도 과거의 기계적인 균형 맞추기에서 벗어나, 찬반 양쪽 의견을 놓고 해법을 찾아가는 입체적인 보도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기성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나아갈 길은.

언론이 ‘공익’과 관련된 이슈들과 관련해 공론을 펼쳐야 하는데, 대중의 ‘흥미’에 영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뉴스의 ‘연성화’를 넘어 ‘오락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KBS는 언제나 ‘정도’를 지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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