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문화예술 / '설국열차' 타고 봉준호 질주하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3.09.16 14:32
  • 호수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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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조수미·김기덕·정명훈 2~4위 영화계 파워 커져

봉준호 감독이 2013년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에 선정됐다. 응답자의 28.4%가 그를 지목했다.

2013년 문화예술계 조사에서 가장 큰 특징이라면 세대교체 조짐이다. 봉준호 감독이 1위에 오른 데서 보이듯 거대한 예술 산업인 영화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기덕(4위), 박찬욱(8위), 임권택(9위) 등 10위권 내에 영화감독이 4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2위에 오른 조정래 작가를 비롯해 이외수(6위), 이문열(7위), 공지영(10위) 등 4명이 포진한 문학 분야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 조정래 작가가 문화예술 분야 1, 2위를 기록한 데는 최근 활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봉 감독의 1위 입성에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영화 <설국열차>가 올여름 개봉돼 흥행에 성공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을 통해 상업성과 예술성을 잘 버무리는 감독으로 평가받아왔다. <설국열차>는 그가 설계도(각본)를 그리고 미국 자본과 유럽 자본을 끌어들여 할리우드 스타를 출연시킨 영화다. 유럽 현지 공장(프라하 스튜디오)에서 직접 조립(감독)한 이 영화는 외국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한국 문화의 브랜드 파워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조정래 작가는 소설 <정글만리>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을 누르고 30만부 넘게 팔리면서 대중에게 존재감을 다시 각인시켰다. 소설 <정글만리>는 지난 7월까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홈페이지에 108회 동안 연재된 소설이다. 네이버 연재 당시 누적 페이지뷰가 1287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고 총 3권의 책으로 엮여 출간된 뒤 하루키를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일흔의 소설가가 모바일·인터넷을 통해 소설을 펴내고 그 덕에 회춘한 것이다. 그가 <시사저널> 조사에서 10위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9년이 마지막이었다.

(왼쪽부터)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포토, ⓒ 시사저널 임준선
“내가 제일 잘나가”

지난 몇 년 동안 3~4위권을 벗어나지 않은 성악가 조수미씨는 올해에도 3위를 지켰다. 올해 그는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스튜디오 녹음 앨범인 <노르마>를 내는 한편 아이돌 가수와도 야외 음악회를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한국 영화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도 올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독특한 작품 세계는 진작 인정받았지만 대중성이 약했던 그는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대중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수 작가와 정명훈 지휘자는 올해 각각 6위, 5위로 밀렸다. 정명훈 지휘자는 올해 서울시향과 함께 녹음한 음반을 도이치그라모폰을 통해 연이어 발매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파워 트위터리안인 이외수 작가와 공지영 작가의 순위가 밀린 것도 눈길을 끈다. 신문에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공 작가는 SNS를 통한 뉴스 메이커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0년 이후 10위권에서 탈락한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 입성작 <스토커>가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다시 지명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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