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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의 치명적인 ‘향기’

체내 성호르몬 농도에 따라 이성 유혹하는 냄새 분비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ㅣ | 승인 2013.09.16(Mon) 15:56:50 |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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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냄새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사람은 숨을 쉴 때마다 냄새를 맡는다. 물론 사람에게도 냄새가 난다. 그래서 ‘사내 냄새가 물씬 난다’ ‘여자 냄새가 은은하다’ 같은 말을 쓴다. 사람에게 나는 냄새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연인을 유혹하는 남녀의 체취는 어떻게 다를까.

인체 중 냄새가 가장 심하게 나는 곳은 겨드랑이다. 누구나 약간의 쉰 냄새는 나지만 정도가 심할 경우 썩은 계란과 양파를 섞은 듯한 냄새가 난다. 그런데 예전에는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이 냄새가 연인을 황홀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항상 전령을 통해 그의 연인인 조세핀에게 편지를 보내곤 했는데, 전쟁터에서 돌아오기 직전 마지막 편지에는 항상 ‘조세핀, 앞으로 3일 후면 파리에 입성할 예정이요. 그러니 지금부터 목욕을 하지 말고 기다려주시오’라고 썼다. 여자의 옆구리에서 나는 냄새가 남성의 동물적 본능을 사로잡은 것이다.

   
ⓒ 일러스트 임성구
안드로스테놀 냄새에 여성들 성적 흥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는 연인들이 이른바 사랑의 사과를 교환했다. 부인들은 껍질을 벗긴 사과를 겨드랑이에 끼워두었다가 땀에 흠뻑 젖으면 꺼내 애인에게 줘 그 냄새를 맡도록 했다. 오늘날 발칸 반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축제 동안에 남자들이 겨드랑이에 손수건을 넣고 다니다가 춤을 추는 상대에게 건네주는 풍속이 전해지고 있다.

흔히 암내라고 불리는 액취증은 겨드랑이에서 나는 땀 냄새다. 액취증은 아포크린 땀샘 수가 늘어나거나 땀의 양이 많아지면 생긴다. 인체에는 두 가지 종류의 땀샘이 있다. 에크린샘과 아포크린샘이다. 에크린샘은 전신에 200만?300만개가 분포하는데 특히 손바닥, 발바닥, 손등에 많다. 200만?300만개의 이 샘은 한 시간에 2000?3000cc의 땀을 만들어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체취는 풍기지 않는다.

사람의 체취를 만드는 장소는 아포크린샘이다. 아포크린샘은 털이 특별히 집중된 겨드랑이, 외음부 주위에 많이 분포한다. 배출관이 모낭에 붙어 있어 땀을 직접 피부 표면으로 배출하지 않고 모낭의 윗부분을 통해 체외로 배출한다.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땀은 원래 대부분이 물이다. 약간의 염화나트륨과 염화칼륨 등으로 구성돼 냄새가 거의 없다. 그러나 땀이 분비된 지 1시간 정도 지나면 피부의 박테리아가 땀 성분을 분해하면서 악취성 물질인 지방산과 암모니아 등을 발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악취가 나는 것이다. 물론 머리 피부, 성기, 항문 주변에 몰려 있는 기타 분비선의 분비물이 불쾌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악취가 날 가능성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적다.

미국 듀케인 대학의 생물학자 새라 우들리 교수는 ‘일반 및 비교 내분비학(General and Comparative Endocrinolog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동물처럼 사람도 페로몬을 방출하며 냄새로 이를 감지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냄새는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고 한다. 우들리 교수에 따르면 남자의 땀에 있는 안드로스테놀이라는 물질이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과 같은 역할을 해 여자를 성적으로 흥분시키며, 남자는 여성의 질 호르몬인 코퓰린 냄새를 맡을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속히 올라가 성욕을 자극받는다.

남자와 여자의 냄새에 차이가 나는 것은 체내의 성호르몬 농도에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남자는 땀을 통해 테스토스테론 분해물인 ‘안드로스테놀’과 ‘안드로스테논’을 분비한다. 이 중 안드로스테놀은 사향이나 백단향나무 향기와 비슷한 냄새를 발산하는데, 여성들은 이 냄새를 맡으면 성적 흥분을 일으킨다.

그 이유는 각성 반응을 일으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코르티솔이 많아지면 여성의 혈압이 올라가고 심박동과 호흡이 빨라질 뿐 아니라 성적으로 흥분돼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여성, 질 통해 코퓰린 호르몬 분비

반면, 안드로스테논은 지린 오줌 냄새가 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이를 악취로 느낀다. 그럼에도 안드로스테논이 남성들의 향수 성분 중 하나로 쓰이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어떤 여성은 이 냄새를 꽃이나 바닐라 향기처럼 달콤하게 느끼는 데 반해, 어떤 여성은 땀이나 오줌에서 풍기는 악취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예 이 냄새를 맡지 못하는 여성도 있다. 안드로스테논은 수퇘지가 암퇘지를 유혹하기 위해 분비하는 화학물질(페로몬)이다.

물론 여자도 남자처럼 겨드랑이 땀을 통해 안드로스테놀과 안드로스테논이 분비된다. 하지만 그 양이 남자보다 5~6배쯤 적어 악취로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여성은 생리 때 몸 냄새가 강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여성호르몬 클리닉센터의 루안 브리젠딘 박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생리 2주 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가면서 땀구멍의 피지가 증가하고 코의 감각 수용체가 민감하게 된다. 따라서 냄새 또한 잘 맡는다.

여성은 질을 통해 코퓰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아로마 향의 이 호르몬은 여성들을 더욱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도록 해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 예로 여성이 자기의 가슴에 코퓰린이 함유된 향수를 발랐을 때 자신과 상대자의 성적 행동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남성의 뇌에서 코퓰린이 감지되면 무의식적으로 끌리게 된다는 얘기다.

냄새에 남는 기억은 말로 되살아나는 기억이 아니라 감정의 기억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냄새 하나로 상대방의 좋고 싫음이 결정된다. 이는 여자든 남자든 본능적으로 좋은 냄새에 끌림을 당하게 되는 인체의 작용 때문이 아니겠는가.  


겨드랑이 땀 없애는 방법 


특정 신체 부위에서 5분 동안 땀을 100mg 이상 흘리는 증상을 앓는 사람, 바로 다한증 환자다. 다한증은 우리나라에서 인구 100명 가운데 1명일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오로지 겨드랑이에서만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이 땀이 나는 ‘겨땀(겨드랑이 땀)인’은 극히 드물다. 다한증은 23~53%가 가족력이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겨땀’ 체질을 물려받은 사람이다. 땀이 많이 나면 냄새가 심해지기 때문에 다한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게 있을까.

먼저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발한 억제제를 발라 땀이 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다.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겨드랑이에 파우더를 뿌려주는 것도 좋다. 털이 많을 경우에는 제모를 하거나 면도를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땀구멍을 막는 수준이라 대용량 겨땀인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이온영동치료법’이라는 게 있다. 전류를 이용해 몸에 발한 억제 물질을 주입하는 것인데, 부작용은 없지만 자주 병원에 가야 하고 효과도 짧다. 마지막으로 땀을 분비하는 교감신경을 제거하거나 절단해버리는 방법과 겨드랑이에 보톡스를 맞는 방법도 있다. 보톡스는 썩은 통조림에서 생기는 독소다. 그 독을 맞고 여자들은 근육을 마비시켜 젊음을 찾지만, 겨땀인들의 땀샘에 분포된 신경전달물질을 마비시켜 땀 분비를 차단할 수도 있다. 효과는 뛰어나지만 비싼 게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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