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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서울 에어쇼’에 고춧가루 뿌렸다”

제2롯데월드 건립 탓에 장소 변경…경제 효과·흥행 차질 불가피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3.10.02(Wed) 13: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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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5일 청주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3’(이하 서울 에어쇼)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전시회와 에어쇼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관행을 깨고 각기 다른 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1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는 에어쇼의 흥행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서울 에어쇼는 2005년부터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격년으로 개최됐다. 주활주로인 서편 활주로에서 전시회(비즈니스 데이)가, 부활주로인 동편 활주로에서는 에어쇼(퍼블릭 데이)가 동시에 열렸다. 반응도 좋았다. 2011년에만 31개국 314개 업체가 참가해 6억5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수주 상담액은 100억 달러에 달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에어쇼를 통해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항공우주 산업을 홍보하고, 자연스럽게 수주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07년에도 사천공항이 서울공항과 에어쇼 유치 경쟁을 벌인 적이 있다”며 “당시 사천공항은 에어쇼를 하는 활주로와 전시회 장소인 항공박물관이 떨어져 있어 후보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 10월23일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서울 에어쇼. ⓒ 연합뉴스
‘1조원 파급 효과’ 차질 예상돼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비즈니스 데이’와 ‘퍼블릭 데이’가 각각 다른 장소에서 개최된다. 에어쇼는 청주공항에서, 전시회는 일산 킨텍스에서 나누어 열리다 보니 파급력과 흥행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청주에서 킨텍스까지 거리가 160km에 달한다”며 “수주액이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와 국가 홍보에 크게 기여하는 행사가 뒤틀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2009년 허가를 받아 현재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10여 년간 끌어왔던 제2롯데월드 건설을 전격적으로 허가했다. 제2롯데월드와 인접해 있어 안전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의 방향을 3도 틀고, 공사비를 롯데가 대주는 조건이었다. 관련 공사는 마무리된 상태다. 이로 인해 서편 활주로의 정비 공사가 늦어지게 됐고, 서울 에어쇼 장소도 청주공항으로 바뀐 것이다.

에어쇼 개최를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측은 “동편 활주로 공사가 7월에 이미 끝났기 때문에 에어쇼 일정과 겹치지 않는다”며 “에어쇼가 청주공항에서 열리는 것과 제2롯데월드 건립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에어쇼와 전시회를 다른 장소에서 진행하는 것도 충분히 홍보했다”며 “행사 진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8년 8월 공군본부가 작성한 ‘서울기지 운영 방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공군은 4가지 방안을 가지고 제2롯데월드 신축을 검토했다. 이 중 가장 현실성 있는 2안을 최종안으로 채택했다. 롯데가 공사비를 대는 조건으로 동편 활주로의 방향을 3도 트는 것이 골자였다. 서울공항을 드나드는 항공기나 제2롯데월드에도 안전 설비를 보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자 저속통제기와 서울 에어쇼를 다른 기지로 이전하는 안을 제시했다. 대통령 전용기도 김포공항으로 이전할 것을 검토했지만, 총리실 주관 회의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해 없던 일로 했다. 결과적으로 공군이나 국방부는 특정 기업(롯데)의 이익을 위해 국가 행사마저 왜곡한 셈이 됐다.

실제로 공군이 제2롯데월드 건립을 승인한 배경에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이 처음 제2롯데월드 건립을 추진한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었다. 롯데물산은 1994년 5월 108층(396m) 건물의 신축이 가능한지를 송파구청을 통해 공군에 질의했다. 당시 공군은 서울공항의 안전을 이유로 “164.5m까지만 가능하다”고 롯데 측에 통보했다.

참여정부 때는 청와대 정책실장 주재로 대책회의까지 열렸다. 고용 창출 효과 등을 염두에 두고 제2롯데월드 건립을 전향적으로 검토했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항공안전본부는 2004년 2월 미국 FAA(연방항공청)에 자문을 구했고, ‘비행 안전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종석 전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2009년 한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지시로 가능한 모든 기술적 방안을 검토했다”며 “공군은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검토했지만,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할 방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롯데는 2004년 11월 108층(396m)을 112층(555m)으로 바꿔 서울시에 다시 승인을 요청했다. 당시 국방부는 FAA 규정을 근거로 203m까지 건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서울시에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와 공군이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울시가 2006년 2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제2롯데월드 건축 계획을 심의 가결했기 때문이다. 공군은 6월에 행정협의조정을 신청했다. 공군은 신청문에서 “서울공항 최종 접근 경로에 인접한 초고층 건물은 사고의 잠재 요인이 된다”며 승인 불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사고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해 대형 참사를 예방하는 것은 군의 사명이자 군 최후의 양심”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위원회는 2007년 7월 공군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2롯데월드 건축 고도를 203m로 제한하기로 했다. 참석 위원 9명이 모두 같은 의견을 냈다. 롯데는 위원회의 권고대로 서울시에 40층의 설계 변경안을 요청했지만,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이를 부결했다.

하지만 공군과 국방부는 2009년 1월 신축 가능한 3가지 방안을 제출하면서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전체 비행기 사고의 84%가 이착륙 단계에서 일어난다’는 보잉사의 통계 자료를 인용하면서까지 반대했던 입장을 뒤집었다. 고도 제한의 근거로 제시했던 국제 기준 대신 국내법을 적용하기도 했다. 김광우 국방부 시설기획관은 2009년 2월 국회 국방위원회 공청회에서 “확률론적으로 신뢰할 만큼 안전도를 보장하고 있다. FAA 기준에 의하면 항공기가 (제2롯데월드에) 충돌할 확률은 1000조 분의 1”이라고 답변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 승인, 무엇이 문제인가
참여정부 때도 대통령 지시로 검토했다 접어

국회 안팎에서는 공군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를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연결 지어 해석하고 있다. 2008년 4월 이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도시는 옮길 수 없지만 군부대는 옮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회의에 배석했던 이상희 국방부장관은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외국 귀빈을 태운 대형 항공기가 서울공항을 이용할 때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그런 식이니까 14년 동안 결정이 안 난 거 아니냐. 날짜를 정해놓고 그때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제2롯데월드 건립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은 2009년 1월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발언 이후 공군이 활주로 각도 변경안과 장비 보강 방법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제2롯데월드 건설에 부정적이던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이 경질되면서 뒷말이 나왔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때도 롯데에서 650억원을 기탁받는 조건으로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가했다”며 “공군과 국방부의 말 바꾸기는 결국 이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서울 에어쇼 개최와 함께 제2롯데월드의 인허가 문제를 놓고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사저널>은 공군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는 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왕자의 난’ 터지나 


   
ⓒ 시사저널 임준선
롯데그룹을 둘러싼 이슈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관계 또한 심상치 않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한국롯데=신동빈, 일본롯데=신동주’라는 등식을 기정사실로 인식해왔다. 하지만 올 초부터 신동주 부회장이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잇달아 매입했고,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여기에 맞불을 놓으면서 지분 경쟁이 벌어졌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두 형제가 과자 시장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동남아 과자 시장은 그동안 한국 롯데제과가 맡아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롯데도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현지 공장을 잇달아 인수했다. 이로 인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측은 “신동주 부회장이 롯데제과 주식을 사들인 이유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신동빈 회장의 경우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율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매입한 롯데케미칼이나 롯데제과 주식 역시 최근 저평가돼 있어 주식을 매입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다르다. 형제간의 지분 매입 경쟁이 경영권 다툼의 ‘신호탄’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롯데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롯데쇼핑은 현재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이 각각 13.46%, 13.35%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미한 수준이지만 신 회장 지분이 조금 많다. 그러나 신 부회장은 지배력을 행사하는 호텔롯데를 통해 8.83%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케미칼·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롯데손해보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 부회장이 사재를 털어 계열사 지분 매입에 나서자 결국 신 회장도 그룹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입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도 제기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그동안 롯데그룹 지분을 네 자녀에게 순차적으로 넘겨줬다.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잔여 지분은 현재 롯데쇼핑(0.93%)과 롯데칠성(1.30%) 등 6% 정도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두 아들끼리 지분 경쟁이 붙어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행사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신 총괄회장은 여전히 경영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초까지 홀수 달은 한국에, 짝수 달은 일본에 머무르며 셔틀 경영을 해왔다. 지난 3월에는 롯데몰 김포공항점을 깜짝 방문했고, 5월에는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 잔치를 벌였다. 이런 신 총괄회장이 두 아들의 지분 경쟁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때문에 그가 두 아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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