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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러 갔다가 책 고르는 재미도 쏠쏠

서울문화사 등 19곳, 롯데마트와 ‘책 읽기 프로젝트’

조철 기자 ㅣ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10.16(Wed) 14: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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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를 꾸려가는 이재준 경기도의원이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동네서점을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올렸다. 지역 주민들에게 동네서점과 중고책방을 활성화시키는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내용이었다. 동네서점의 매출이 2007년을 기점으로 절반으로 뚝 떨어진 시점이었다. 이 의원은 동네서점들이 월 100만원도 채 안 되는 수입에 모두 폐업을 고민하는 상황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까.

이 의원은 “인터넷의 발달과 대형 서점의 입점으로 어렵게 된 동네서점과 중고책방의 몰락을 자연스런 경제 흐름이라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다. 동네서점은 영업 목적만이 아니라 문화 공간의 형태로 도시에 꼭 있어야 할 필수 요소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공모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10월8일 서울 롯데마트 구로점 가을 책 읽기 프로젝트 행사 매장에서 모녀가 책을 고르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동네서점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독서 문화 확산, 휴식과 사색의 공간 확보 등 여러 가지다. 하지만 그 좋은 곳을 찾는 발길이 줄어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최근에는 참고서 파는 곳 말고는 동네서점 찾기가 힘들다. 도서 정가제 문제, 인터넷 서점의 출혈 경쟁, 계속되는 출판계 불황 등 난제가 복잡하게 얽혀 대안만 무성한 가운데 그 많던 동네서점은 천연기념물처럼 돼버렸다.

‘1인당 국민 독서량이 세계 꼴찌’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는 올해도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 달 평균 독서량은 0.8권으로 OECD 국가 중 꼴찌, 유엔 191개 가입국 중 166위’라고 국민 독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런다고 반성하는 국민이 많아질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기 전에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유지하고 활성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일에는 장삿속을 좀 미뤄두는 게 좋을 듯하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접근성의 문제다. 정부가 나서건 출판사가 나서건 독자에게 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보여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시장 논리를 앞세운 대안으로 독서량을 늘리지는 못할 것이다.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풍성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할인 행사 포함한 다양한 이벤트 호응 좋아

최근 롯데마트가 ‘독서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 책 매장 활성화를 꾀하는 이벤트를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마트는 전국 105개 점포 중 90개 점포에서 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0월2일부터 한시적으로 외진 곳에 있던 책 매장을 중앙이나 계산대 근처로 옮겨놓고 할인 행사를 포함한 다양한 이벤트로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가을 책 읽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내건 이 행사에는 서울문화사·김영사·민음사 등 국내 대표 출판사 19곳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대형마트가 나설 일이 아니었다. 롯데마트의 올해 1~9월 서적 매출도 지난해에 비해 11.7%가량 줄어든 마당이다. 5년 전(2008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거의 반으로 줄어든 곳이 책 매장이다. 이벤트를 위해 준비하고 결산해야 할 일도 무척 많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전국 90개 매장에 총 100만권의 책을 고객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새롭게 진열했다. 출판사에서 협조를 받아 파격 할인 행사도 벌이고, 유명 작가의 팬 사인회와 강연회, ‘거실을 서재로’ 프로젝트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그림 공모전 등 다채로운 행사를 벌이고 있다. 책을 사는 고객에게 학습용 벽보, 노트 등의 선물을 덤으로 주기도 해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 구로점의 김화인 서적·음반 담당은 “책 행사는 수익 면에서 기획조차 할 엄두를 못 내게 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실행하는 데도 복잡한 일이 많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오래 걸려 준비한 만큼 호응이 좋아 마음이 놓인다”며 현장으로 안내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그 전에는 책 코너로 발길이 가지 않았는데, 이런 행사를 하니 책 코너가 친근해지는 느낌이다. 서점이 먼 곳에 있는데 아이와 함께 책 고르는 기회를 다시 가질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정중모 도서출판 열림원 대표는 “경기 침체와 출판계 비수기에 책 읽기 프로젝트를 통해 출판계와 독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원영 서울문화사 아동기획팀 팀장은 “출판계를 살릴 미래 독자를 더 많이 만나 책이 주는 즐거움을 공유하려 그림 공모전을 준비했다. 일방적으로 책을 내밀기보다 책을 통해 출판사와 더불어 즐거움과 추억을 나누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독서 저변 확대라는 취지를 살려냈을까. 출판사들은 조금이라도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 롯데마트 본사에 중간 집계를 요구했다. 담당자는 “행사를 시작한 10월2일부터 9일까지 매출을 확인한 결과, 서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7%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상훈 롯데마트 서적음반 팀장은 “책 읽기 붐 조성을 통해 매출 감소로 힘들어하는 출판업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추후에도 정기적으로 기획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마트들의 사정은 그런 계획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하다. 얼마 전에는 대형마트에서 책 매장이 사라지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도 들렸다. 동네서점과 마찬가지 이유로 매장 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게 이유다. 대형마트 내 책 매장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 중심의 경쟁 구도에서 밀려난 동네서점을 대신해 고객의 책 수요를 충족시키려 마련한 곳이다.

그런데 그 좋던 고객 서비스 정신도 매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익성이 떨어지니 영업 면적을 줄이거나 아예 코너를 없애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 매장인 경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할 것 없이 정리 수순을 밟았다.

유통업계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137개 점포 중 서적 코너 28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4년 전인 2009년에는 79개였다. 이마트는 과거 165?231㎡ 규모로 운영하던 책 매장을 2007년부터 절반 수준인 82.5?115.5㎡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책 매장 규모를 20%가량 줄였다. 롯데마트가 ‘가을 책 읽기 프로젝트’를 통해 활기를 찾은 책 매장을 계속 그 자리에 유지할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11월24일 두 딸과 함께 동네서점을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 오른쪽은 폐업 절차에 들어간 국내 한 동네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주민. ⓒ 연합뉴스
일회성 행사보다 동네서점 살리는 해법 찾아야

지난여름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다녀온 한 직장인은 “일본 본토의 최남단 큐슈에서 680km나 떨어진 섬인데, 동네 마트에 서점이 딸려 있었다. 그 규모가 마트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주눅이 들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책에 대한 접근이 그토록 쉬운 나라가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지난해 11월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두 딸과 함께 백악관 근처 버지니아 주 알링턴의 동네서점을 찾았다. ‘소기업의 날’인 이날 영세 업체를 많이 이용해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동네서점을 찾은 것이다. 대통령은 직접 책을 구입해 딸들에게 선물했다. 한국에서도 보고 싶은 풍경이다. 한 출판업계 종사자는 “책 읽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책을 접할 수 있는 곳을 더는 줄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사라진 곳에도 다시 생겨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자들은 와우북페스티벌 등 연례행사도 좋지만 일상 가까이 쉽고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아쉬워한다. 북콘서트 등을 펼치며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동네서점이 문을 닫는 것을 지켜보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대형마트에서도 책 매장이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롯데마트 책 매장에서 책을 고르는 한 여성 직장인은 “퇴근길에 파 한 단, 에세이 한 권 봉투에 담아 집으로 가는 즐거움을 계속 누릴 수 있을지 불투명해 원하던 책을 샀어도 그다지 즐겁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준 경기도의원은 “서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상점이 하나 더 들어온다고 지역 사회가 발전하거나 확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의 도시 어디를 가나 작은 책방과 중고서점이 있는 것이 참 좋아 보인다. 쉼과 문화 사색이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이보다 더 훌륭한 역할을 할 대체재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책 읽고 그림 그리면 상상력이 ‘쑥쑥’  


   
롯데마트가 벌이고 있는 ‘가을 책 읽기 프로젝트’ 행사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문화사가 진행하는 그림 공모전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어린이 교양 만화 <코믹 메이플 스토리>의 그림을 그려 응모하게 하는 프로젝트다. 오는 12월2일 입상자를 발표하고 상장과 함께 롯데상품권, 책 등 다양한 부상도 수여할 예정이다. 응모된 그림은 서울문화사 아동기획팀 편집부의 예비심사를 거쳐 <코믹 메이플스토리>의 서정은 작가가 최종 심사한다. 공모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에게 서정은 작가의 사인이 들어 있는 <코믹 메이플스토리> 브로마이드를 증정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원영 서울문화사 아동기획팀 팀장은 “상상력과 독창성을 중심으로 심사할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어린이들과 저자 간의 소통으로 아이들의 독서량을 늘리고 독서 습관을 기르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읽어도 너무 안 읽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1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에서 1년간 책을 1권도 읽지 않은 18세 이상 성인이 33.2%에 달했다. 이들은 독서를 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일(공부)이 너무 바빠서’(33.6%)와 ‘책 읽는 것이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33.3%)를 꼽았다.

학생들이 독서를 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은 것은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24.9%), ‘학교나 학원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1.7%), ‘컴퓨터·인터넷·휴대전화 이용으로 시간이 없어서’(18.2%) 등이었다.

전자책 때문에 종이책 판매가 급감한 것도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처음으로 실시한 ‘2012년 전자책 독서 실태 조사’ 결과 전자책(교과서·참고서·수험서·만화·잡지 제외)을 1년 동안 1권 이상 읽은 국민은 약 15%였다. 그중 열에 아홉이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읽는다고 응답해 종이책 독자들이 전자책의 주 수요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책 읽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데는 도서관을 늘리는 것도 좋고, 쉽게 다가가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친근한 동네서점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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