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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브로드웨이’ 공식을 깨주마

프랑스산 <노트르담 드 파리> 재공연…흥행몰이 이어갈지 관심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3.10.16(Wed) 15: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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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부터 3주째 공연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DP)>의 재공연은 국내 공연 시장에서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국내에 아무런 지명도가 없던 프랑스 뮤지컬의 흥행 물꼬를 튼 <NDP>가 2005년 초연 이후 재공연 때마다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점, 기존 국내 제작사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무너졌다는 점, 이번엔 클래식 3대 공연 기획사로 꼽히는 마스트미디어가 이 작품으로 국내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내 뮤지컬 흥행작을 보면 대부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뮤지컬이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서 지명도를 높인 후 투어팀이 방한 공연을 펼치고, 여기서 성공하면 한국판을 제작해 장기 공연에 올린 것들이다. 이런 공식에서 예외가 있다면 2005년 초에 공연된 <노트르담 드 파리>다. 당시 브로드웨이산 뮤지컬이 지배하던 국내 시장에서 프랑스산 뮤지컬은 생소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리자마자 관객으로 미어졌다. 미국산 뮤지컬에서 듣기 힘든 전염성 강한 멜로디와 무용수의 애크러배틱한 춤이 관객을 끌어들인 것. 이후 이 작품을 수입한 회사가 숫제 뮤지컬 제작사를 차려 장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노트르담 드 파리>
2005년 <NDP> 공연 후 유럽산 흥행 돌풍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 유럽산 뮤지컬 수입 붐이 일면서 오스트리아·체코 뮤지컬이 대거 수입됐고 상당 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문제는 <NDP>의 국내 제작회사가 부도났다는 것이다. <NDP> 이후 무대에 올린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고 이런저런 관리의 문제로 문을 닫은 것. 이는 2000년대 이후 뮤지컬 시장 팽창기에 벌어진 가장 드라마틱한 실패 사례로 두고두고 입길에 올랐다.

<NDP>가 유럽산 뮤지컬 유입에 물꼬를 튼 뒤 <모짜르트> <엘리자베스> 등 오스트리아와 체코 뮤지컬이 국내에 들어와 장기 레퍼토리로 정착했다. 정작 ‘흥행 불패’ 신화를 썼던 <NDP>는 2009년 이후 국내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다들 올리고 싶어 했지만 국내 제작사의 도산으로 판권 문제가 얽혀버린 것. 그러던 중 다시 국내 라이선스를 확보한 마스트미디어가 지난해 1월 영어판 투어팀을 불러와 시장을 타진한 후 지난 9월 말부터 한국판 공연을 블루스퀘어에서 올리고 있다.

마스트미디어는 CJ그룹 같은 대기업이 버티고 있고 기존 제작사도 경쟁 격화로 비틀거리고 있는 뮤지컬 시장에 왜 뛰어든 것일까. 마스트미디어의 김용관 대표는 “안정적인 성장을 갖고 가기에 뮤지컬만 한 분야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CJ·롯데·인터파크·중앙일보 같은 대자본이 뮤지컬 시장에 진출해 전문 제작사와 손을 잡고 있는 게 최근 뮤지컬업계의 흐름이다.

마스트미디어가 뮤지컬업계에 뛰어든 것은 공연계의 지각변동과도 관련이 있다. 클래식 공연 시장의 위축이 심해지자 마스트미디어는 자회사인 마스트엔터테인먼트를 차려 최근 몇 년 동안 ‘태양의 서커스’ 같은 대형 공연과 <다빈치> <인체의 신비> 같은 전시를 통해 외형을 키우고 있다. 뮤지컬 제작도 이런 볼륨 성장책의 하나다. “대형 투어 공연을 유치한 해에는 매출이 연간 300억원대에 이르다가 클래식 공연에만 집중하면 100억원대에 그친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외형 신장이 두드러지는 등 겉보기는 화려하지만 ‘도산한 업체, 잠적한 대표’가 많은 업종 중 하나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최근 뮤지컬계의 아이돌 스타 멀티캐스팅도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중 하나다. 특히 후발 뮤지컬 제작사일수록 안정적인 티켓 판매가 가능한 아이돌 스타 기용에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아이돌 기용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다. JYJ 멤버인 김준수(<모짜르트>)나 조승우(<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스타는 흥행을 쥐락펴락한다. 제작사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NDP>에는 아이돌 스타를 캐스팅하지 않았다. <NDP>라는 작품 자체가 이미 국내에서 유명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새로 뛰어드는 뮤지컬 시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했다. 제작 파트너로 유럽 뮤지컬에 노하우가 있는 뮤지컬 제작사 EMK와 손을 잡고 티켓 판매를 위해 인터파크와 제휴했다. 내년에 무대에 올리는 <태양왕>도 제작은 EMK와 공동으로 하고, 2015년에는 <1789년>을 제작해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또 <NDP>의 한국 공연 10주년을 기념해 2015년 초 프랑스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을 추진 중이고, 내년 1월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저지 보이스>의 투어 팀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벌써 4개의 공연이 예정돼 있는 셈이다.

그가 내년 4월에 무대에 올리는 <태양왕>은 노래만 사들여온 ‘스몰 라이선스’ 작품이다. <NDP>의 경우 음악은 물론 의상과 무대 연출, 안무, 조명까지 그대로 들여온 작품이다. 즉 <태양왕> 국내판에서 지금보다 제작에 깊숙이 관여하는 구조다. “시작 단계인 만큼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는 기본적으로 경영자(흥행업자)이지 직접 무대를 만드는 창작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 제작’은 완전히 시장에 정착한 뒤에나 생각해보겠다는 뜻이다.

   
김용관 마스트미디어 대표가 최근 공연 중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마스트미디어, 뮤지컬계 뛰어들어 지각변동

이는 기존에 라이선스 뮤지컬로 재미를 본 국내 제작사들이 창작품을 만들었다가 엄청난 손해를 본 경험과 무관치 않다. <맘마미아>의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신시컴퍼니는 차범석의 희곡 <산불>을 원작으로 <쉐도우 댄싱>을 만들었다가 큰 내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디컴퍼니도 외국 제작사와 공동으로 거액을 들여 영화 <드림걸스>와 <닥터지바고>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뮤지컬을 만들었지만 아직 투자비 회수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회사들은 <맘마미아> <맨 오브 라만차> 등의 히트작을 재공연함으로써 후유증을 줄일 수 있었다.

뮤지컬계의 새내기 김용관 대표도 이런 완충제 역할을 흥행 보증수표인 <NDP>에 기대하면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예상대로 공연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티켓에서 <NDP>는 3주째 뮤지컬 분야 1위를 달리고 있다. 공연 기간이 두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11월17일)이지만 벌써 연간 뮤지컬 티켓 판매 순위에서 8위에 오를 정도로 ‘흥행 불패’의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용관 대표는 “공연계만큼 부침이 심한 분야도 드물다. 공연 시장에서 지난 10년 동안 대표자 이름과 회사 이름이 바뀌지 않은 회사를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외국에서 히트 뮤지컬이 나오면 국내 제작사의 라이선스 경쟁이 심해진다. 공급 과잉 상태다. 이번 <NDP> 계약도 우리가 <태양의 서커스> 국내 제작사라는 이력으로 그쪽에서 낙점한 것이지, 우리가 파트너를 고른 게 아니다.”

살아남기와 대형화를 동시에 추구하며 치열한 경쟁 국면에 들어간 국내 공연업계가 어떤 모습으로 정리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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