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 100] ‘시골의사’ 박경철 선두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10.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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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작가 등 멀티플레이어 조은경 교수, 결핵 관련 기초연구 탁월

의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세 미만의 차세대 인물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49)이 꼽혔다. 의학 부문에서 응답자 19%의 지지를 받아 1위를 거머쥐었다. 의사 출신이면서도 주식 투자 전문가, 인기 강사, 칼럼니스트, 저자 등 사회 활동 영역을 넓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1964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경찰 공무원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영남대 의대에 진학했다. 그가 대학생 시절, 아버지는 퇴근길에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 홀로 남은 어머니가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으면서 가계가 휘청거렸다.

ⓒ 시사저널 임준선
1989년 의대 졸업 후 대전에 있는 병원에서 근무했다. 틈틈이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주식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시장 전망, 세계 경제 거품 붕괴, 주식 폭락 예측 등이 현실로 나타나자 그의 글은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다.

그가 경제에 관심을 둔 것은 대학 재학 때였다. 영어 수업에서 미국 <타임>에 실린 의학 기사를 교재로 사용했다. 그 잡지에 실린 경제 기사를 즐겨 읽었고, 경제 서적도 독파하면서 경제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어머니로부터 얻은 몇십만 원으로 주식에 투자하면서 실전 경험도 늘렸다. 한때 주식 투자로 원금의 50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주식 투자의 관점이 아니라 정보기술·휴대전화 등이 일상화될 것을 예상해 투자했고 이것이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진료보다 다른 길에서 의미 찾는 의사

마흔 전에 고향에 병원을 내자는 동료 의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동에서 개원을 준비했다. 고가의 의료 장비와 건물을 임대할 돈은 없었다. 당시 만기 3개월 남은 적금을 깨서 도와준 친구, 의사 면허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준 지인 등의 도움을 받아 2001년 어렵사리 병원 문을 열었다. 예상과 달리 환자는 많지 않았다. 하루 80명이 와야 적자를 면할 수 있었는데 겨우 20여 명만이 병원을 찾았다. 도와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설날과 추석에도 쉬지 않고 진료를 했다. 거의 하루 24시간 진료하면서 환자를 늘려갔다. 개원 첫날 20명이던 환자 수는 어느덧 200명을 넘었다.

그는 병원에서 먹고 자고 일하면서 의료 혜택에 대해 고민했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환자를 본 이후 의료 기회의 평등을 주장했다. 2007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시절에는 시민단체와 함께 정부의 ‘빈곤층에 대한 진료 제한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극빈자에게 진료비를 받지 말자는 주장을 펴면서 일부 의사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성분명 약 처방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성분명 약 처방은 복제 약을 쓸 우려가 있어서 결국 안전성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의 어릴 적 꿈은 글 쓰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병원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자 그는 2005년 수필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냈다. 자신과 동료 의사들의 진료 경험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독자의 공감을 얻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6년 이후 내놓은 경제 서적과 주식 투자 책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00년 중반 이후부터는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경제 전문가로 거듭났다. 벤처기업에 자문도 하고, 젊은이들의 멘토 역할도 한다. 한마디로 멀티플레이어다.

먹고사는 문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 진료만으로도 수입은 충분하다. 진료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의사들이 할 수 있다.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이를테면 스스로 젊은 사람들에게 멘토가 되기를 원한다. 지천명을 맞아 인생의 선배 그룹에 든 그가 뒤에 있는 후배들에게 시행착오를 알려주는 일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다. 강연도 교육·공공기관의 요청을 우선 고려해서 시간을 잡는다고 한다. 방송·강연 등으로 주중에는 서울 등지에서 활동하고 주말에 안동 병원에 들른다.

이처럼 그는 의사 일보다 다른 일을 더 많이 한다. 이 때문에 그를 두고 의학 분야를 이끌 차세대 리더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박경철 원장은 훌륭한 의사지만 의학계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한 신문 기자는 “박경철 원장은 책, 강연, 언론, 방송 등에서 얼굴이 많이 알려진 탓에 의학 부문의 차세대 리더 1위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의학 발전보다 유명세 덕분이란 지적도

이 부문에서 3위를 차지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 센터장도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치료했던 의사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그는 낙후된 국내 응급의학의 현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지만 특별한 연구 결과를 내놓아 의학 발전에 공헌한 의사, 특히 차세대 리더로는 다소 부족하다”며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아 유명세를 탄 결과로 이번에 의학 부문 차세대 리더에 이름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4위를 차지한 조은경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 교수는 의학 발전에 공헌한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는 의사 출신이 아니면서도 사람의 질병과 관련된 기초 연구로 의학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시사저널>이 선정한 과학 부문 차세대 리더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조은경 교수에 대해서 “조 교수는 결핵 치료제 개발의 기초 연구자로서 국내 최고”라고 평가한 뒤 “묵묵히 연구에만 전념하는 의학계의 보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이 이 부문 5위와 6위에 올랐다. 안 소장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당뇨병 치료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시사저널>이 선정한 차세대 리더 의학 부문 1위를 차지했었다. 

의학 부문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로 고(故) 이태석 신부가 선정됐다. 이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지만, 1992년 광주 가톨릭대에서 신학을 전공하면서 성직자의 길을 걸었다. 2001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선교 활동을 하면서 병원을 세워 말라리아, 콜레라 등으로 죽어가는 원주민을 위해 헌신했다. 2008년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2010년 별세했다. 그의 일대기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소개됐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 고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 황우석 에이치바이온 대표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안철수 의원, 고 장기려 외과전문의가 공동 1위를 차지했었다.


 
 

가장 선호하는 매체    
<의협신문>

<의협신문>이 가장 읽고 싶은 의학 부문 매체로 꼽혔다. 전체 응답자 23%의 지지를 받았다. 대한의사협회가 1967년부터 발행해온 이 신문은 보건의료 전문 주간 신문이다. 2005년부터 제작해온 온라인판 제호는 2010년 <닥터스 뉴스(doctor’s news)>로 바뀌었다. 그 뒤를 <데일리팜> <청년의사> <데일리메디> <메디칼업저버> <네이처메디신> <메디칼타임즈> <병원신문> <라포르시안> <의학신문> 등이 이었다. 지난해에는 <의학신문> <청년의사> <메디칼업저버> <의협신문>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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