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방선거 이들이 달린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3.10.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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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2 지방선거 직전 실시된 정당 지지율 조사(리얼미터 2010년 5월24~28일 조사)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은 43.3%의 지지율을 얻어 민주당(27.5%)을 15%포인트 차 이상 앞서 있었다. 당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중반기를 맞고 있었지만, 안정적인 정당 지지율을 기반으로 한나라당의 낙승이 점쳐질 때였다. 그런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선거 결과는 딴판이었다.

야권의 2010년 지방선거 승리는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결과였다. 지방선거는 집권 여당의 무덤이라는 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40대와 50대 초반 정치인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새 정치’를 바라는 민심의 요구도 확인됐다.

2014년 지방선거가 7개월이나 남은 시점이지만, 벌써부터 여권 내부에서 불안한 기색이 엿보이는 것도 ‘집권 여당=지방선거 필패’라는 명제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기자와 만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대로 내년 6월까지 간다면 지방선거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며 “그런데 당내 분위기는 50%가 넘는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민주당을 압도하는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에 안주한 채 긴장감이 전혀 없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가 여당 패배로 귀결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탄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박 대통령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김무성·유승민·진영 의원 등 친박계 비주류 인사들의 움직임이 ‘반박 연대’라는 이름으로 본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 표출되는 장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 여당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민심이 자연스럽게 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으로서도 ‘안철수 신당 출현’이라는 변수를 안고 있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이 후보 단일화 등 연대에 실패해 야권 분열로 이어지면 전멸할 공산도 커 보인다. 그 승부처는 역시 서울 등 수도권이다. ‘미니 대선’이라고 불리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는 이러한 복잡한 변수들이 집약된 지역이다.

서울

안철수 측 움직임이 최대 변수

내년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현 시장이 민주당 소속으로 재출마를 선언한 만큼, 박 시장과 여당 후보 간의 빅 매치가 이뤄지면서 최대 관심 지역으로 꼽힌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재보선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박 시장은 재임 후 소통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는 한편, 시민단체 출신이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시정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당으로서는 박 시장과 맞대결을 치러낼 만한 경쟁력 있는 인물을 후보로 정해야 하는 만큼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여당 후보로는 전·현직 의원 출신인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용산),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진 전 장관은 그동안 차기 서울시장 유력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다. 국민연금의 기초연금 연계 논란 당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점이 서울시장 출마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내년 선거에서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조윤선 장관은 나경원 전 후보와 닮은꼴이지만 경력이나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지역구가 강남이라는 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강북 대 강남 구도로 가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당내 일각에서는  “지역구가 서초이긴 하지만, 경제민주화를 주장했고 지금도 그 철학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서민 경제를 위한 적임자"라는 반론도 있다.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의 재출마와 원희룡 전 의원의 복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오히려 당 외부 인사의 영입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박 시장과 빅매치를 벌이기 위해서는 신선한 인물을 수혈할 필요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명박(MB) 정권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호남 출신 김황식 전 총리와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지낸 안대희 전 대법관이 박 시장 대항마로 거론된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교수와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영입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 선거가 3자 대결 구도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독자 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의 선택이 최대 변수다. 안 의원이 2011년 10월 재보선에서 박 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을 창당할 경우 상징성이 큰 서울에서 독자 후보를 내세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따라 주목받는 인물이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홍 전 의원은 “당분간 사업에만 몰두할 것”이라며 여전히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가 안 의원의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여의도 정가에서 끊이지 않는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현재로서는 박 시장의 우위가 점쳐지지만 그건 양자 대결 구도에서 통하는 말”이라며 “다자 대결 구도로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지면 어느 편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2년 전 박 시장과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을 치른 박영선 의원(구로을)과 함께 이인영 의원(구로갑)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박 시장 체제로 선거를 치르면서, 안 의원 측에게 독자 후보를 내세울 명분을 주지 않으려 할 공산이 크다.

경기

지역구 의원 10명 혼전 양상

경기도지사 선거는 김문수 현 지사의 불출마 입장이 확인되면서 여야 후보들이 무주공산을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게 됐다. 김 지사의 바통을 이어받을 여권 후보로는 5선인 남경필 의원(수원병),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김포), 원유철 의원(평택갑), 정병국 의원(여주·양평·가평) 등이 거론된다. 김 지사가 3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남경필 의원이 여론조사에 강하지 않느냐”며 호평해 남 의원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꼽히는 유정복 장관은 관록을 자랑하는 친박계 핵심 인물로 저력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행정고시 출신인 유 장관은 관선 김포군수와 민선 김포시장 등을 지냈다.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요청을 받은 후 출마해 극적으로 당선된 사례는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유 장관은 사석에서 “현재 직무만 충실히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차출 요청이 있을 경우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원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출신인 정 의원도 출마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김진표 의원(수원정)이 공들이고 있다. 김 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유시민 전 장관과 후보 단일화를 통해 후보직을 사퇴한 후, 지난 4년간 와신상담해왔다. 민선 부천시장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원혜영 의원(부천시 오정)과 이석현(안양시 동안갑)·이종걸(안양시 만안) 의원도 도지사 후보군에 속한다. 원 의원은 김 의원과 경기도 정책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야권의 2강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김영환 의원(안산시 상록을)과 박기춘 의원(남양주을)도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인물로 꼽힌다.

서울시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안철수 신당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시장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면, 민주당으로서는 경기도지사 후보를 독자적으로 내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등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후보 단일화 연대 등을 통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양분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경기도지사는 안 의원 몫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인천 

여당의 설욕전 이뤄질까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선거는 최대 이변을 낳은 지역이다. 민주당 소속의 송영길 현 시장은 선거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소속인 안상수 당시 시장에게 지지율이 크게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송 시장은 53.7%의 지지율을 얻어, 안 전 시장(44.4%)을 가뿐하게 따돌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송 시장은 재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에서는 문병호 의원(부평갑)과 신학용 의원(계양갑)의 이름이 거론된다.

여당 예비후보들의 반격도 거세다. 여당에서는 2012년 대선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이학재 의원(서·강화갑)과 설욕전을 벼르고 있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앞서가는 형국이다. 인천 서구청장 출신인 이 의원은 지난 6월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송 시장의 시정 운영과 386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 등을 문제 삼으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의원과 인천시당위원장직을 두고 경쟁했던 박상은 의원(중·동·옹진)과 구본철 전 의원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연수)와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남을)도 인천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 거취가 주목된다. 5선인 황 대표는 하반기 국회의장을 노리고 있어 출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 수석부대표는 최근 원내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듯 보이는 행보로 입지를 굳히고 있어 경쟁력 있는 후보로 분류된다.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만큼 지방선거 상황에 따라서는 당의 설욕전을 위해 차출될 가능성도 있다. 외부 수혈 인사로는 대우그룹 기조실 사장을 지낸 이재명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의 이름은 안갯속에 가려져 있지만 인천의 상황은 다르다. 박영복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의 안철수 신당 공천설이 지역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인터넷 신문 <뷰앤폴>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리서치뷰’와 공동으로 인천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RDD 방식) 결과 송영길·이학재·박영복 후보가 3자 대결을 펼칠 경우 지지율이 송영길(34.2%)·이학재(34.0%)·박영복(16.8%) 순으로 나왔다. 다자 대결 구도에서 승부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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