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깃발이 펄럭이지 않는다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3.10.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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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변수로 접전 지역 부상

‘대한민국 여자 양궁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광주를 비롯한 전남·전북 지역의 지방선거 양상도 이와 비슷하다. 민주당의 절대 아성이던 호남에선 선거의 승패보다 ‘누가 민주당 후보로 나오느냐’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당’ 변수 때문이다. 최근 <무등일보>가 ‘리서치뷰’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 모두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텃밭이던 호남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

강운태 연임 여부가 최대 관건

광주는 강운태 시장의 연임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현재까지 민주당에서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는 강 시장을 비롯해 이용섭(광산을)·강기정(북갑)·장병완(남) 의원 등이다. 현직 시장과 광주 지역구 의원과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까지는 강 시장의 우세가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광주 지역 사정에 밝은 민주당 관계자는 “광주에서 돈 내는 당원(진성당원)이 100명이라고 하면, 강운태 사람이 70이고 나머지 30이 이용섭 등 지역구 의원 사람이란 말이 있다. 조직 면에서 우세하고 또 최근 수영선수권대회 사태 등으로 동정표를 얻어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전했다. 강운태 시장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를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고발당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광주 민심을 자극해 지지율 상승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이용섭·강기정 의원 측은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현직 의원인 만큼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국정감사 등 굵직한 이슈를 챙기느라 선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 경우 상황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의원 측은 본격적인 창당 준비에 맞춰 인물을 물색할 계획을 갖고 있다. 광주 지역의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빨리 창당해서 지방선거부터 치고 나가자는 의견과 대선을 위해 천천히 가자는 의견이 있는데 전자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것이 최근 본격적인 조직화 작업이 이뤄지게 된 배경이다. 연구소로는 정치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다. 새 정치에 부합하는 인물들을 선별해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안 의원 측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장하성 교수 정도다.

새누리당은 아직 뚜렷한 후보군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새누리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민주당과 안철수 측으로 후보군이 몰리는 것이 사실이고, 우린 아직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기 위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기대하고 있으며 기초단체장 한 곳 이상을 잡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전남

박지원 전 원내대표 출마 여부가 변수

전남도지사 후보군 역시 민주당 후보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4선의 이낙연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과 3선의 주승용 의원(여수을)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김영록 의원(해남·완도·진도)도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요즘 공부도 할 겸 해서 전남 지역 22개 시·군을 틈만 나면 다닌다. 일하는 분들 만나면서 각 지역의 애로사항과 그 해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높은 것에 대해) 도민들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보고 최대한 많은 분을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초대 통합 여수시장을 지낸 주 의원은 이 의원과 더불어 강력한 전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전남도지사 적합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22.3%를 얻어 24.9%를 얻은 이 의원과 오차 범위 내 접전을 펼쳤다. 그는 최근 지역 기자들과 만나 “전남이 가진 풍부한 자산을 발전 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역민과 어울리고 현장을 중시하며 현장에서 답을 구하는 도지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록 의원은 아직 이낙연·주승용 의원에 비해 지지율이 낮지만 최근 본격적으로 전남도지사 출마 준비에 돌입했다.

변수는 남아 있다. 바로 목포가 지역구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출마 여부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전남도지사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출마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최근에는 박 전 원내대표가 도지사로 출마하고, 대신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목포를 지역구로 국회의원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도 지역에서 나돌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의 출마 여부가 경쟁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은 안철수 신당으로 출마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으나 본격적인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전남 지역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인사는 “예전과 달리 김 전 의원이 잘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 금태섭 변호사는 “지금 거론되는 인물들은 우리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우선 창당 준비가 되고 방향이 정해져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전남은 광주와 달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뒤지는 걸로 나왔는데 이번에 조직화를 한 이후 처음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을 앞섰다. 남은 것은 인물을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남 지역 역시 광주와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측 후보는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전남도당 관계자는 “후보 선정 작업 중이지만 아직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나중에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전북

새누리당 정운천의 경쟁력은?

전북 지역은 그나마 호남에서 새누리당의 기대가 큰 곳이다. 정운천 도당위원장에 대한 민심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도민들로부터 18%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바 있는 정운천 위원장이 가장 유력하다. 다만 전주 완산을 지역의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당선 무효형을 받으면 내년 7월 재보궐 선거가 열리는데 이곳이 지역구인 정운천 위원장이 둘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조배숙 전 민주당 의원이 안철수 신당 소속으로 전북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전북도당 관계자 모두 입을 모아 “조 전 의원이 출마하고 싶어 하는 것은 맞지만, 정작 안철수 의원 측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는 김완주 전북도지사의 3선 출마 여부가 관심이다. 김 지사가 출사표를 던질 경우 강력한 후보로 떠오를 것이지만 포기할 경우 송하진 전주시장, 유성엽·최규성·김춘진 의원 등의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호남 지역 선거는 민주당의 신뢰 회복과 안철수 신당이 지금의 정당 지지율을 살릴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할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호남은 친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데 여기에 대해 민주당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안철수 신당에 따른) 선거 판도 변화는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과연 안철수 신당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들이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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