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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추모 행사 땐 어김없이 나타났다”

파독 광부·간호사 고국 초청 행사 파행시킨 김문희 정수코리아 회장의 정체

안성모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3.11.05(Tue) 09: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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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도 없고 자금도 없고, 딱 보기에 이건 아니다 싶었다.” 파독 광부·간호사 모국 방문 행사를 추진해 물의를 일으킨 김문희 정수코리아 회장이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을 상대로도 협찬을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래전부터 친박 활동을 해온 한 인사는 “행사에 참여해달라고 해서 한 번 찾아간 적이 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회장과 특별히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굳이 사무실까지 찾아가게 된 이유는 이전부터 얼굴은 알고 지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 박정희 전 대통령 사저와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소 등에서 추모 행사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김 회장이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행사 취지는 좋다고 생각했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역량이 부족해 보였다.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닌데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조직도 자금도 없이 너무 일을 크게 벌이는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파독 광부·간호사를 상대로 국내 초청 행사 사기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김문희 정수코리아 회장이 10월2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회장의 정수코리아가 개최하기로 했던 ‘파독 50주년 기념 광부·간호사 모국 방문 환영회’ 행사는 시작부터 황당했다. 7박 8일간 방한 프로그램을 개최한다고 홍보해 224명을 10월22~23일 국내에 입국시켰지만, 주최 측이 숙박 제공 약속조차 지키지 못한 채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다. 재외동포 참석자들은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나서면서 최악의 사태는 막았지만 고국의 환대를 기대했던 이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다행히 방문 일정을 무사히 마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10월30일부터 출국했지만, 행사 파행에 책임이 있는 김 회장은 사기 혐의 등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그가 후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관심은 이런 대형 사고를 저지른 김 회장이 과연 어떤 인물인지로 모아진다. 그동안의 행적을 살펴보면 우선 유력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김 회장은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정치인들과 찍은 사진을 여러 군데 올려놓았다. 새누리당 재외국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의원과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 등이 그의 SNS에 등장했다. 김 회장이 유력 정치인과 사진을 찍은 것은 대부분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있을 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해외 교포의 지지를 모으는 활동을 했다고 한다.

   
50년 전 독일에 건너가 눈물로 세월을 보냈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 224명이 10월26일 경북 구미시 초청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 뉴시스
정치권에 큰소리…‘정수’ 의미 오락가락

그런데 김 회장과 정부·여당 측 주장이 엇갈린다. 김 회장 측은 박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새누리당 의원들과 소속 지자체장들에게는 강한 불만을 내비친다. 2005년 일본에서 박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찍은 사진에 대해 김 회장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민단을 방문했을 때 만나 인사한 것 뿐”이라며 “이를 과시해 이권을 얻거나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이번 행사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협조를 구한 건 사실이다. 당시 의원들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정수코리아 측이 청와대 측에 제출했다는 탄원서에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여러 명의 의원이 모두 협조하지 않았고, 늘 만나주던 유정복 장관과 김무성 의원과도 갑자기 불통이 됐다는 것이다. 또 김문수 지사가 있는 경기도, 홍준표 지사가 있는 경상남도를 비롯해 그 외 지자체들도 행사를 모두 취소했는데, 그 이유가 단체 이름에 ‘정수’가 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정수’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가장 유명한 곳은 정수장학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正)과 육영수 여사의 수(修)에서 따왔다.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역임한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고 최필립 이사장에 이어 현재 이 장학회의 장학생 출신들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지낸 김삼천 JSN코리아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수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우선 박 대통령 가족을 떠올리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김 회장 측이 정수코리아의 ‘정수’가 무슨 의미인지를 두고 말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를 정(正)에 손 수(手)라며 기존의 정수회와는 무관하다고 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를 기리기 위해 만든 단체라고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수회는 2007년 박 전 대통령 부부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김 회장도 인연이 있는 곳이다. 그가 정수회 해외협력회장직을 맡으려고 했다가 여의치 않자 2011년 서울정수회를 직접 만들었고,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수코리아로 이름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50주년 맞아 행사 움직임 많아져

이러한 정황을 놓고 볼 때 김 회장의 정수코리아가 ‘정수’라는 이름을 내세워 행사를 추진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기 시작한 때는 1963년 12월이다. 박 전 대통령이 산업화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확보하겠다며 해외로 인력을 송출한 것이었다. 1년 뒤인 1964년 12월 독일을 방문한 박 전 대통령 부부가 광산이 있는 함보른의 한 강당을 찾았을 때 강당 안이 울음바다가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파독 광부·간호사와 관련한 사업에 관심을 가져온 단체는 오래전부터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참여정부 때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지낸 이구홍 재외동포신문 발행인은 “별의별 아이디어가 다 있었다. 그게 다 돈과 연결이 돼 있었다.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을 때 그런 계획서를 가져와 지원을 요청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는데 한마디로 잘라버렸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에서는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파독 50주년을 맞으면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초청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고 한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친박계 인사는 “김 회장은 아니지만 대선 때부터 파독 광부와 관련한 행사를 같이 해보자며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내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 단번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행사는 성공해도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재정 문제가 구설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스폰서를 잡아도 마찬가지다. 정부 기관이 주체로 나서거나 대기업이 직접 하지 않는 이상 결과는 똑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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