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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병원 것은 못 믿어, 다시 찍자”

한 달에 CT 재촬영 10만명…중복 지출·방사능 노출 위험

이혜리 인턴기자 ㅣ 승인 2013.11.05(Tue) 09: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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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노 아무개씨(47)는 지난해 운동을 하다 새끼손가락이 골절돼 동네에 있는 정형외과를 찾아 X선 촬영을 했다. 의사는 그에게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진료의뢰서를 작성해줬다. 그가 진료 예약을 하려고 전화한 한 대학병원은 그에게 진료의뢰서와 함께 동네 의원에서 찍은 X선 촬영 영상을 CD로 만들어서 가지고 오라고 했다. 노씨는 그렇게 했다.

그러나 대학병원에선 진료를 보기 전에 X선 촬영을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이전 영상의 화질이 선명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노씨는 “X선 촬영 영상을 CD로 만들면서 돈을 썼는데 또 재촬영을 하느라 돈이 두 배로 들었다”며 “이럴 거면 왜 이전 병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제출하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검사 결과 자료가 오래된 것이면 재촬영을 해야 한다. 이미 질환이 진행된 상태이므로 새로운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같은 질환으로 병원을 옮기면서 짧은 기간에 같은 검사를 다시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CT 재촬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동일 질병으로 한 달 사이에 두 개 병원에서 CT를 찍은 환자가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1차 병원의 CT 촬영 결과를 사용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CT를 재촬영한 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불필요한 검사비 부담이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환자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CT 촬영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화질 나쁘다” 거짓말하고 재촬영

동네 병원에서 연골 수술을 해야 된다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을 찾은 이 아무개씨(70)는 동네 병원에서 찍은 MRI 결과와 진료의뢰서를 대학병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학병원으로부터 재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병원 진단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로 있는 김 아무개씨(28)는 “대형 병원은 기본적으로 하급 병원에서 받은 진료나 검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런 이유를 들어 환자가 이전 병원에서 일부 검사를 하고 왔어도 모든 검사를 다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진행 속도가 빠른 질환이 아니라면 한 달 정도가 지나도 검사 결과는 병원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병원 수입을 늘리기 위해 재검사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학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이전 병원의 CT 촬영 화질이 나빠 다시 찍어야 한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X선·CT 재촬영은 환자들에게 비용 부담뿐 아니라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심각한 것은 환자들이 불필요한 방사능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일상생활에서 연간 1mSv(밀리시버트: 방사선량 단위) 이내, 진단 목적으론 5년에 100mSv 이내의 피폭량을 권고하고 있다. 방사선은 가슴을 X선으로 한 번 촬영할 때 0.1~0.3mSv, CT 촬영 때는 7mSv가 나온다.

이언주 의원은 “안전한 방사능은 없다”며 “5년에 100mSv란 피폭량은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위중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양해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사능 노출이 축적될수록 유전자 변형 확률이 높아진다”며 “수익을 목적으로 CT를 불필요하게 중복 촬영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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