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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매섭게 ‘마이웨이’

더 독해진 박 대통령 통치 스타일…야당 무시하고 여당엔 엄한 시어머니

김현일 대기자 ㅣ 승인 2013.11.27(Wed) 17: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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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심상치 않다. 마주 달리는 기관차 형국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는 심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마당에 보건복지부장관과 검찰총장 임명 강행 등 악재는 더욱 쌓이고 있다. 야당은 다른 투쟁 수단을 찾지 못한 채 외길로 내달리고, 국회선진화법으로 손발이 묶인 여당은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 중이다.

비단 여야 관계뿐만이 아니다. 온 나라 구석구석에 미해결 난제가 널려 있다. 결국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존재는 박근혜 대통령뿐이라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11월1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기립해 박수치며 배웅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배신 트라우마’와 보은 그리고 책임

“…” “무슨 일을 이렇게 하세요?” “하기 싫으면 그만두세요.” 박근혜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못마땅한 상대에 대한 3단계 대응 수순이다. ‘외면-레이저 눈총-연락 차단’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그건 아니지요.” “저게 낫네요.” 전날 밤 보고 자료를 받으면 수정·보완을 위한 이메일과 팩스가 대여섯 차례 오간다. 빈틈을 허용치 않는 것이다. 때문에 20여 명이 포함된 인사안이 회의 시작 1시간 전에야 나오기도 했다. 정했으니 따르라는 얘기다. 회의 때 모두발언을 하지 않고 마무리 발언을 고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진화추진위원장 허태열-부위원장 권경석’ 2004년 9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 시절, 당사까지 팔아치워야 하는 상황에서 당의 위기가 고조되자 직업 정치인을 배제하고 과거 청와대에서 일했던 실무 관료 출신을 기용했다. ‘연고가 있는 전문가’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그 사람 안 돼요.”

2006년 강재섭-이재오 두 사람이 당 대표 경합을 벌일 때 ‘박근혜 전 대표’는 연단 맞은편 뒤쪽 가운데 자리에 빨간색 점퍼를 입고 좌정했다. 강재섭 후보의 연설이 끝나고 이재오 후보 순서가 되자 자리를 떴다. ‘무언의 동작과 패션’으로 본인의 속내를 분명히 했다. “그 사람 안 돼요”는 나중에 ‘강재섭 대표’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980년대 야인으로 떠돌던 시절, 롯데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부친이 아끼던 전직 장관이 자신을 외면하던 순간을 얘기할 때면 눈빛이 달라진다. ‘배신 트라우마’다.

“훗날 누가 이런 결정을 했냐고 물을 때를 생각하세요.” 충청권 의원들의 ‘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패할 것’이라는 주장을 이렇게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그 자신이 ‘당장의 필요보다는 나라의 장래와 국익을 우선시’해야 함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이는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과 통한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익은 안중에도 없는 듯 내달리는 직업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감은 청와대로 오면서 더욱 커졌다.

야당 대표 시절의 이러저런 모습들은 오늘의 국정이, 주요 인선이, 여의도 정치권과의 관계가 왜 이렇듯 ‘불통’ 양상인가를 이해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제1야당 대표가 길거리 천막 농성을 해도 개의치 않는다. 묵살했다. 그리고는 3자 회동이니 5자 회동이니 하다가 적당히 흘려버렸다. 문형표 복지부장관 등의 임명 강행도 그렇다. 야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과의 연계가 기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여론 형성이 작용한 측면도 있으나, ‘야당의 생떼 정치’에 말리지 않겠다는 고집이 결정적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를 정부 주요 인선에 배려해달라는 요구를 일축한 것은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의 또 다른 표출로 봐도 무방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서영’(고시·서울대·영남)이라는 비판을 받는 정부와 청와대 주요 인선은 ‘능력과 책임’을 우선하겠다는, 따라서 출신 안배는 아예 고려치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철학에 따른 결과다. 취임한 지 6개월도 안 된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을 김기춘 실장으로 전격 대체한 것도 마찬가지다. 허 전 실장의 경우, 14명으로 알려진 ‘인선 과오’가 조기 퇴장의 이유라고 전해지고 있으나, 청와대 비서실과 정부 장악 및 효율적 당·정·청 운영이 안 됐다는 평가가 결정적이라는 게 정설이다. 김 실장의 경우, 매주 한 차례씩 열던 대통령 주재 수석회의를 한 달에 한 번으로 ‘완화’시킴으로서 신임을 보내고 있다. ‘왕실장’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박 대통령의 치밀함은 퇴근한 장관·참모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전말을 묻는 등에서도 나타난다. 장차관, 참모가 ‘공부’를 하지 않고는 못 배겨나게 돼 있다. 늦어지는 공기업 인사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는 것 또한 박 대통령의 따지는 스타일에 기인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정부 출범 초기의 숱한 인사 에러는 아이러니다.

불복·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배신 트라우마’는 섬뜩할 지경이다. 정수장학회 이사장 진퇴 과정에서 뜻을 거스른 고 최필립 전 이사장의 경우도 한 사례다. 그는 지난 9월 사망하기 전까지 청와대에 몇 차례 서신을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항간에는 최 전 이사장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스캔들 문건’을 퍼뜨린 임 아무개씨를 KT 요직에 천거한 게 고약하게 작용했으며, 임씨를 포함한 상당수 인물의 KT 영입 기도가 이석채 회장에 대한 징벌로까지 비화됐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변의 전언에 따르면, 최 전 이사장이 임씨를 소개한 일부 사실은 맞지만, 이를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결부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다.

‘권위 도전 불용’을 지금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사뭇 조심스러운 행보와 연결시키는 관측 또한 사실이다. 김 의원이 사석에서 발설한 ‘대통령 되기 이전의 편안한 대화’를 운위한 게 발단이 됐다는 후문이다. ‘배신 트라우마’는 추징금 징수와 관련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추상같은 처리 과정이 여실히 보여준다.

‘배신 트라우마’에는 정반대의 이면도 있다. ‘보은’이다. 서청원 의원의 국회 복귀도 그런 소산이다. 애당초 당·청은 서청원 의원의 재보선 출마 반대에 의견을 모으고, 그를 적십자사 총재에 보임하려 했다. 그러나 서 의원이 강원도의 한 휴양지에 진을 친 후 반대 의원을 개별 설득해 반대 목소리가 잦아들게 하자 명분 훼손을 감내하면서 그를 공천했다.

최 전 이사장 후임으로 정수장학회를 맡은 김삼천 이사장도 ‘보은과 신뢰’의 표식이다. 박 대통령은 상청회 회장이던 김씨를 잠시 외국에 나가 있도록 했다가 대통령 취임 직후 이사장에 전격 임명했다. 이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애착이 여전히 남다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여야 정치권 도전에 더욱 날카로워져

박 대통령에 대해선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독선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폐쇄적·수직적·권위주의적 리더십이라고도 한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 우선, 성장·안보 제일주의를 많이 답습하면서 함께 쌓은 1960~70년대 청와대 생활이 그러한 의식과 스타일을 체화시켰다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도 지난해 대선 과정을 통해 상당 부분 ‘유화됐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그러나 당선 후 닥친 험악한 정국 사안이 그를 다시 원점으로 회귀시킨 듯하다.

야당의 강한 투쟁과 여권 내부에서 벌써부터 나도는 ‘차기(대권)’ 운운 등이 그를 더 ‘독하게’ 만든 인상이다. 어떤 이들은 허태열 전 실장 경질 전후가 더욱 매섭게 전환된 시점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야당에 대해서는 무시 내지는 매몰찬 조치가 거듭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강경 이미지가 달갑지는 않으나, 다수 국민이 자신의 편을 들 것이라는 자기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에 정국은 더 가파른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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