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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즐거운 일을 하면서 돈을 받아도 되는지…”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국 작가 베르베르 신작 <제3인류> 출간 기념 방한

정락인 기자·이혜리 인턴기자 ㅣ | 승인 2013.11.27(Wed) 18: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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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출간된 <개미>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140만부가 팔렸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밀리언셀러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올해로 <개미> 출간 20년을 맞아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2)가 신작을 내놓았다. 그의 과학적 지식과 특유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제3인류>(열린책들)다. 이 책은 출간된 지 한 달여 만에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를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베르베르가 한국을 찾아 팬들과 만났다. 11월19일 오후 경기도 파주에 있는 ‘파주출판단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빡빡한 일정에 조금 피곤하기도 하지만 날 사랑해주는 한국 독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영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베르베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 1위다. 그는 모국인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다. 베르베르가 유달리 한국에서 각별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한국 사람들이 똑똑하기 때문”이라는 농담식의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인의 뛰어난 상상력 덕분에 내 이야기가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시사저널 전영기
“한국은 제2의 조국”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그의 작품인 <개미혁명>(1997년)과 <카산드라의 거울>(2010년)엔 한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제3인류>에 나오는 과학자 프랜시스 프리드만 박사는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으로 떠나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로봇 연구가 이뤄지는 곳으로 묘사된다. 한국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베르베르는 “<제3인류>가 후반부로 갈수록 한국에 대한 언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 특별한 추억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강연한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월17일 열린 이 강연에는 베르베르를 보려고 한국 독자 4000여 명이 몰렸다. 그는 프랑스에서도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강연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작가는 “연설 도중 관객들에게 1분간 명상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그 시간 동안 4000명 넘는 사람이 전혀 미동도 없이 내 말에 따라줬다”며 “프랑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그는 “강연을 하면서 내가 갑자기 죽는다고 해도 강연에 참석한 수많은 분들의 기억 속에 내가 살아 있을 것이기에 나는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그날의 감동을 전했다.

베르베르에게도 힘들었던 신인 시절이 있었다. 그는 “초창기엔 책을 내도 나를 찾아주는 독자들이 없었다”며 “그때는 너무나 속상하고 고독했다”고 말했다. 첫 작품인 <개미>는 한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고독했던 그를 한국의 독자들이 가장 먼저 알아준 것이다. 현재 그의 국내 팬클럽 회원은 70만명에 이른다. 그렇기에 그는 한국을 ‘제2의 조국’이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그는 방한 기간 중 자신을 찾은 독자들의 모습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일일이 촬영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11월19일 저녁엔 소수의 애독자들을 초빙해 ‘시크릿가든 파티’를 열기도 했다. 베르베르는 “한국에서의 하루하루가 정말 완벽했다”고 밝혔다. 평소 즐겨 먹던 한식을 매일 먹고, 한국의 팬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과 소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베르베르는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 작가로서 삶을 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 쓰는 것을 돈 벌기 위한 직업이 아닌 매일매일의 즐거움이라고 표현한다. “심지어는 이렇게 즐거운 일을 하면서 내가 돈을 받아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 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들 또한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소설의 핵심 키워드 ‘상상력’과 ‘과학’

베르베르 소설의 핵심 키워드는 ‘상상력’과 ‘과학’이다. 그의 처녀작 <개미>(1991년)는 개미 집단의 특성, 생성과 소멸까지 방대한 관찰과 연구를 통해 마치 개미가 쓴 것으로 착각할 만큼의 사실성과 생동감을 보여줬다. 이후 발표한 <뇌>(2002년), <신>(2011년), <나무>(2011년) 역시 작가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100만부 넘게 팔렸다.

그는 자신의 상상력이 규칙적 습관에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30년 넘게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글을 쓰는 습관을 지속하고 있다. 규칙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도록 뇌를 훈련시켜놓으면 신기하게도 그 시간이면 새로운 생각들이 나온다.”

베르베르는 매일 새로운 과학 정보를 줄 만한 사람들과 점심을 먹는다. 그는 “내년 1월에 출간될 <제3인류> 3·4권에 독특한 심해어가 나올 예정”이라며 “이것도 실제 과학 정보에 따른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해에는 SF소설에나 나올 법한 독특한 심해어들이 산다고 한다. 그는 “깊은 바다엔 몸이 투명하거나 몸에서 빛이 반사되거나, 일정 정도 노화가 되면 다시 젊어지는 어종이 존재한다”며 “이런 과학적 사실들이 내 소설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베르베르는 다양한 것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는다. 그중 특이한 것은 바로 ‘꿈’과 ‘전생’이다. 베르베르는 평소에 꾸는 특별한 꿈들을 기록했다가 소설에 활용한다. 그는 “얼마 전 꿈에서 내가 박쥐처럼 날개를 단 채 센 강을 헤엄치느라 팔이 아팠다”며 “이 꿈도 기록해뒀다”고 말했다.

그는 신앙은 없지만 전생은 믿는다고 했다. 이번 <제3인류>에도 주인공이 전생을 탐험하는 얘기가 담겨 있다. 베르베르는 “전생에 대한 믿음이 소설을 쓸 때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제3인류>는 7~8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그가 지금까지 집필한 작품 중 가장 장대한 스케일이다. 이 작품 곳곳엔 <개미> 출간 20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듯 <개미>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숨어 있다. 주인공인 다비드 웰즈는 <개미>의 중심인물인 에드몽 웰즈의 증손자다. 작품 중간중간엔 에드몽 웰즈가 썼다는 백과사전이 수시로 인용된다. 또한 다비드 웰즈는 여행 중 마냥개미들의 습격을 받기도 하는 등 개미와 관련된 사건들이 등장한다.

<제3인류>의 핵심은 ‘인간의 진화’다. 베르베르는 예전엔 인간이 진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했지만 지금은 진화를 선택할 수 있음에 주목한다. 우리의 조상들은 질병이나 환경을 통제할 수 없어서 수동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 세대는 환경오염·산업화 등의 문제들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인류의 진화 방향에는 특유의 상상력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저명한 고생물학자 샤를 웰즈의 탐사대가 남극 대륙빙 속의 빙저호에 내려갔다가 신장이 17m에 달하는 거인족 ‘호모 기간티스’의 유골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샤를 웰즈의 아들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 다비드 웰즈는 작은 종족인 피그미족 연구·탐사 도중 사망한 아버지가 남긴 수첩을 토대로 현생 인류는 작게 진화하고 있음을 발표한다. 인간이 ‘소형화’된다는 것이다. <제3인류>의 여주인공 오로르 카메러는 ‘여성화’를 통해 방사능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한다. 다비드 웰즈와 오로르 카메러는 인류가 핵, 환경 파괴, 야만적 자본주의 등으로 자멸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해 현존 인류의 10분의 1 크기의 초소형 인간(Micro-Humains) ‘에마슈(MH)’를 탄생시킨다. 이 ‘에마슈’가 바로 제3의 인류인 것이다.

작품 중간중간에 삽입된 ‘가이아’의 독백도 인상적이다. ‘가이아’는 의식이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묘사된 지구다. 작가는 가이아의 독백으로 인간의 자연 파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석유를 살아 있는 지구의 피로 묘사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는 “인간이 석유를 시추하면 지구 안의 석유가 차지하고 있던 공동이 점점 비워지면서 그 자리를 물이 채운다. 그럴 경우 결국 지구 지각판의 균형이 깨져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제3인류>에서 지구상에 발생하는 모든 자연재해는 인간이 석유를 더 많이 시추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에 대해 지구가 보내는 경고로 묘사된다. 베르베르는 <제3인류>를 영화화한다면 가장 중점을 두고 싶은 부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지구가 의식을 가진 살아 있는 생명체임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게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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