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 때는 ‘굴뚝’에 투자하라
  • 송승용│희망재무설계 이사 ()
  • 승인 2013.12.0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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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안전 투자 가이드…제조업체는 공장·부동산 등 담보 있어

지난해부터 은행보다 이자를 많이 주는 회사채 매력에 빠진 최아라씨. 그는 증권사 직원의 추천으로 STX조선해양과 ㈜동양에 각각 2000만원씩을 투자했다. 얼마 전 그는 날벼락을 맞았다. ㈜동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 그는 동양그룹이 불안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증권사 직원이 괜찮을 거라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바람에 이자는커녕 원금까지 떼일 처지다. 그나마 STX조선해양은 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 협약’을 맺어서 회사채 이자와 원금은 예정대로 지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씨는 투자한 회사가 똑같이 어려운데, 하나는 원금도 못 받고 하나는 이자와 원금을 다 받을 수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워크아웃이고 둘째는 법정관리다. 채권 투자자는 워크아웃이냐 혹은 법정관리냐에 따라 원금을 무사히 돌려받을 수도 있고 다 날릴 수도 있다.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다면 이 부분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채권 투자에도 감식안이 필요하다. 동양증권에 채권을 투자했던 피해자들이 지난 10월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 워크아웃=워크아웃은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다. 부도 위기에 처해 있는 기업 중 살릴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주 활용된다. 은행과 같은 금융권의 채권자가 기업과 협의해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거나 필요한 자금을 추가로 빌려줘서 기업이 살아나도록 돕는다.

워크아웃이 진행되면 개인 투자자는 예정대로 이자를 받고 만기에 원금도 정상적으로 돌려받는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채권자는 ‘협약 채권자’가 되어 이자나 원금을 일부 탕감 또는 유예해주면서 어느 정도 희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은 ‘비협약 채권자’로 분류돼 협상에서도 빠지고 투자 자금도 구제를 받게 된다. 따라서 기업이 위험해지더라도 워크아웃으로 간다면 개인 투자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느슨한 워크아웃(워크아웃의 전 단계)이라고 불리는 ‘자율 협약’ 역시 채권자가 기업과 협의해 자금을 지원해준다. 단, 워크아웃이 모든 채권단이 관여하는 것과 달리 자율 협약에는 주요 채권단만 참여한다. 자율 협약은 워크아웃보다 강도가 약하므로 당연히 개인 투자자는 이자와 원금을 정상적으로 받는다.

워크아웃으로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의 청산 가치보다 계속 살아남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존속 가치가 더 커야 한다. 즉,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고 기존의 매출 기반이 확실해야 한다. 둘째, 우량 자산이 있어야 하고 대주주와 경영진이 회사를 살리기 위한 의지와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 회사에 중요한 자산이나 우량 계열사가 있는지, 대주주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대주주나 경영진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한 흔적이 있어야 한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건설을 살리기 위해 그룹 내 무역 부문과 IT 사업 부문을 떼어내 코오롱건설로 흡수 합병하고 이름도 코오롱글로벌로 바꿨다. 이렇게 되면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많고 부도 가능성도 많이 줄어든다. 특히 부채의 상당 부분을 갚을 수 있는 알짜 자산이나 우량 계열사 등 ‘최후의 보루’가 있으면 더 좋다. 이 점에서 동양그룹은 문제가 있었다. 웅진코웨이처럼 그룹을 살릴 만큼 크면서 우량한 계열사도 없었고 대주주의 능력도 부족했다.

셋째, 채권단 구성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워크아웃을 할 것인지에 대한 협상과 결정을 할 수가 있다. 채권단이 기업과 협상을 해서 기존 부채를 연장해주거나 추가 지원을 해준다. 이때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채권단이 의견을 일치해야 하는데, 개인 투자자가 많을 경우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동양그룹의 경우 은행권 대출보다는 채권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가 많았던 점도 채권단 구성을 어렵게 했다.

■ 법정관리=문제는 법정관리다. 기업이 법정관리를 선택하게 되면 개인 투자자에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법정관리는 부도 위험에 빠진 기업이 법원에 가서 부채를 갚기 힘드니까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걸 말한다. 법원은 기업을 분석한 후 살리는 게 좋은지, 파산시키는 게 좋은지를 결정한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커진다는 점이다.

법정관리가 진행되면 일단 기업의 모든 채무가 동결된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이자와 원금 상환이 정지되며, 채권자는 법원의 결정이 날 때까지 이자는커녕 원금 손실을 걱정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회생 담보권자’와 ‘회생 채권자’다. 용어가 어렵지만 담보를 가지고 있는 채권자와 그렇지 못한 채권자로 나뉜다는 의미다. 담보를 가진 채권자는 담보 가치를 100% 인정받아서 돈을 돌려받기가 수월하다. 은행이 주로 담보를 잡고 대출해주기 때문에 여기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담보 채권이 아닌 채권(무담보 채권)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회생 채권자가 되는데, 회생 채권자는 담보를 가진 사람이 돈을 돌려받은 다음에 남는 자산이 있을 경우에 한해 돈을 돌려받는다. 따라서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작아진다.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채권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대략 원금의 20~30% 정도밖에 건지지 못한다. 이보다 적을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원금 손실이 매우 크다. 때문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한 기업이 법정관리를 선택하지 않고 워크아웃으로 가는 것이 좋다.

■ 투자할 때 체크 사항=채권에 투자할 때는 제조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제조업체의 경우 정상적으로 공장이 돌아가고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면 은행 등 채권자가 지원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제조업체가 공장이나 재고자산 등 유형 자산이 많은 것도 채권자에게 유리하다. 최악의 경우 빚잔치를 할 때도 자산을 처분해서 뭔가 건질 게 있다. 반면 서비스업이나 비제조업체의 경우 유형 자산이 적어 부실해질 경우 채권자가 건질 것이 별로 없다. STX그룹의 경우 제조업체인 STX조선해양·STX엔진·STX중공업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해서 법정관리를 피했고 개인 투자자도 큰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제조업체가 아닌 ㈜STX나 STX팬오션에 투자한 경우 피해가 컸다.

정리하면 자율 협약이나 워크아웃을 선택한 기업은 개인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지급한다. 앞서 언급한 STX조선해양·STX중공업·대한전선 등 자율 협약을 진행 중인 경우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없었다. 반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피해가 커진다. 대우차판매(2011년)의 경우 개인 투자자는 원금을 거의 다 날렸으며, 웅진에너지·웅진홀딩스(2012년)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 역시 많은 피해를 봤다. ㈜동양을 비롯해 동양레저·동양시멘트 등 대부분의 회사가 법정관리를 선택한 동양그룹의 경우도 채권자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은행 이자보다 약간 더 많은 이자를 받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채권이다. 하지만 이자를 조금 더 받으려다 원금을 까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자율이 높아질수록 위험률도 높아진다는 상식을 늘 염두에 두되 투자한 기업이 부도내지 않을 만한 능력, 즉 히든카드가 있는지를 꼭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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