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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은 방송이 체질이네”

예능 프로에서 폴리테이너 인기…정치와 방송 혼재 양상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ㅣ 승인 2013.12.03(Tue) 11: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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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연예인은 닮았다? 실제로 유사한 점이 많다. 모두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살아가며 주목받는 존재이면서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때때로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이 그렇다. 무엇보다 비슷한 점은 이 두 직업군이 주로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비친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서로 자신의 영역이 아닌 다른 영역으로 노선을 바꾸거나 혹은 노선을 확장하는 일이 최근 들어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일이 돼가고 있다.

정치인으로 활동하다 연예인에 가까운 방송인이 된 사례도 있고 거꾸로 연예인으로 출발했다가 정치인이 된 사례도 있다. 각자 정치인과 연예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지만 상대방의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직업이 특정 영역을 구분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어느 한쪽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은 다른 분야로 그 영향력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화된 시대. 그렇다면 현재 이들의 현주소는 어떨까. 그것을 바라보면 현재의 정치와 방송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드러난다.

   
ⓒ JTBC 제공
정치인·연예인·작가·종교인 경계 무너져

연예인으로 활동하다 정치인이 된 경우를 흔히들 폴리테이너라고 하는데, 과거에 정치가 이미지를 위해 연예인을 끌어들이던 시절부터 이런 사례는 많았다. ‘국민 할배’ 이순재씨도 한때는 금배지 단 국회의원이었다. 고 이주일씨는 “정치가 코미디보다 더 웃긴다”는 정치 혐오의 말을 남기고 정치에서 발을 빼기도 했다.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을동씨는 이제 정치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고 유인촌 전 문화부장관처럼 한때의 정치 행보가 그간의 방송에서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회생 불가능한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경우도 있다. 정한용씨나 유정현씨처럼 한때 정치를 하다 지금은 다시 연예계로 돌아온 이들도 있지만 그 복귀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정치인으로서는 ‘비호감 딱지’가 붙었지만 유정현씨와 비교되는 인물이 강용석 변호사다. 강 변호사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다 방송인이 된 사례다. 특이한 건 그가 한때 여자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한나라당 제명,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 기피 의혹 제기 등 일련의 사건으로 ‘비호감’의 대명사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JTBC <썰전> 같은 방송이 끌어안자 강 변호사는 꽤 능력 있는 방송인으로 비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썰전> 이외에도 <유자식 상팔자> <강적들> <강용석의 고소한 19> 등에 출연하며 방송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방송의 ‘이미지 세탁’ 논란에 휩싸여 있다. 물론 과거를 반성하고 방송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것이야 허용될 수 있겠지만, 그가 때때로 정치 복귀 의지를 드러내는 발언을 부지불식간에 던질 때마다 대중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방송 이미지를 업고 정치 복귀를 선언한다고 해도 그것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은 하기 어렵단 얘기다.

강 변호사의 성공 사례(?)에 힘입은 탓인지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한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듯했다. <썰전>의 성공에 이어 JTBC가 야심차게 준비한 <적과의 동침>이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여야 정치인이 함께 스튜디오에 나와 토크도 하고 게임도 하는 이 예능 프로그램에는 새누리당  과 민주당 의원들이 출연해 의외의 예능감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두 달 만에 폐지가 결정됐다. “예능 잘한다고 정치 잘하냐”는 비아냥거림 섞인 비판이 나올 정도로 현재의 여야 대치 정국이 심각해지면서 결국은 프로그램에까지 그 여파가 미쳤다고 JTBC 관계자는 밝혔다.

정치가 예능 통제한 ‘이외수 통편집 사건’

심각한 정치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치인이 웃고 떠드는 장면 또한 대중에게 그다지 좋은 그림으로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웠다. 결국 정치와 방송의 동거는 여야의 극단적인 대치 상황으로 인해 깨져버렸다. <적과의 동침>은 현역 정치인이 방송이 만들어내는 일상적인 이미지의 힘을 얼마나 강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동시에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예인이 이른바 ‘소셜테이너’라는 이름으로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정치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덕이다. 과거 정치에 관심을 가진 연예인이 소셜테이너가 아니라 폴리테이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정치적 행보가 정당에 소속되면서나 가능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셜테이너는 정당과 상관없이 SNS라는 마법의 램프를 통해 사회적이고 때로는 정치적인 사안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김제동은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로서 ‘반값등록금’이나 종북 논란, 4대강 사업 같은 정치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김여진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특히 홍익대학교 청소 노동자의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트위터로 이 소식을 알리고 청소 노동자를 위해 쌀과 반찬을 현장에 직접 나르기도 했다. 소셜테이너의 힘은 ‘정치의 일상화’, 또는 ‘일상의 정치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댓글 하나로 일상 속에서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새롭게 이목을 끄는 인물군은 정치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예인도 아니지만 정치인만큼 영향력을 갖고 연예인만큼 방송에도 익숙한 이들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이외수·공지영 같은 작가나 특정 종교와 상관없이 폭넓게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는 법륜 스님 같은 분이다. 이들은 연예 활동이나 방송 활동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최근 방송의 새로운 경향인 이른바 멘토 찾기 트렌드에 의해 방송에서도 주목받게 됐다.

이외수씨 같은 경우에는 멘토로서 <남자의 자격> 같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 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정치권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최근 벌어진 <진짜사나이>의 이외수씨 강연 통편집 사건은 그 단적인 사례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언론의 ‘무분별한 억측(소설에 가까운)’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외수씨의 과거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강연 내용 방송 불가를 촉구하자 이에 부담을 느낀 MBC 측이 해당 분량에 대해 통편집을 결정한 것. 물론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 진실이 무엇이든 천안함 유족의 아픔을 다시 들춰내는 일을 피하겠다고 결정한 사안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정치권의 방송(시사나 보도도 아닌 심지어 예능까지) 통제’라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렵게 됐다.

정치와 방송. 또 거기서 활동하는 정치인과 방송인 혹은 연예인. 매체가 다양해지고 대중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치와 방송은 점점 혼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안에서 정치인이 연예인화되기도 하고, 연예인이 정치인화되기도 하며 특정 유명인은 양자의 영향력을 모두 갖기도 한다.

정치가 정치인들의 영역으로만 구분되던 시대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굳이 정치인과 연예인, 방송인을 구분하는 것조차 애매해진 현재, 정치는 이제 정치권이라는 틀을 벗어나 일상과 문화와 사회 전역에서 전 방위적으로 벌어지는 것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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