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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새마을 프로젝트’에 나랏돈 퍼붓기 시작됐다

시사저널, 내년 정부 부처·지자체 ‘새마을 사업’ 예산 자료 단독 입수

이승욱 기자·김민신 인턴기자 ㅣ 승인 2013.12.11(Wed) 14: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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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새마을 광풍’이 몰아칠 것이다.” 2013년을 마무리하는 요즘 정·관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2년 차인 2014년, ‘새마을운동 세계화’ 바람이 더욱 거세게 몰아칠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많은 유산을 물려받았다. 새마을운동은 이른바 ‘박정희 향수’의 대표적인 사례지만 20세기의 새마을운동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21세기 들어와서도 극명하게 갈린다. 이런 논란에도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유산을 놓지 않으려는 집착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제2의 새마을운동’을 위한 강한 드라이브가 그것이다.

올해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박 대통령의 국정 목표인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제2의 새마을운동 추진’을 선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권 차원에서도 새마을운동 띄우기 프로젝트가 조만간 시동을 걸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왔다. 실제 정권 출범 첫해 ‘새마을운동 띄우기 프로젝트’는 정권 차원에서 본격 궤도에 올랐다.

   
ⓒ 시사저널 전영기
‘제2의 한식 세계화’가 될 것이란 우려도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20일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새마을운동 비전으로 ‘공동체 운동’ ‘창조·문화 운동’ ‘글로벌 운동’을 제시하고 “앞으로 정부는 지구촌 새마을운동을 국제 협력 프로그램의 중요 사업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세계화’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인 10월22일,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새마을 장학생 1호’이자 ‘새마을운동 전도사’로 통하는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의 행보가 박 대통령과 오버랩되면서 ‘새마을운동 띄우기 프로젝트’의 본격 신호탄이 올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새마을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대한민국을 근대화의 모델로 삼으려는 저개발 국가들에게 새마을운동은 좋은 교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4년을 앞둔 요즘 정부의 움직임을 불안한 기색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새마을운동 세계화’로 대표되는 ‘제2의 새마을운동’이 자칫 ‘박정희 향수’에 기대는 정권 차원의 전시용 사업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른바 ‘박정희 신격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실제 이전 정권이었던 이명박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한류 바람이 불자 ‘한식 세계화’를 들고 나왔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여기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청와대 내부에서 ‘한식 세계화’가 강조되자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사업 타당성이나 현실성을 정밀히 분석해 평가하기보다는 예산 확보에만 혈안이 된 채 호들갑을 떨었다. 그 후 5년, 예산만 낭비하는 ‘영부인 프로젝트’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흐지부지돼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금 정부 부처 그 어디서도 한식 세계화란 용어는 잘 들리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지원하고, 그의 최측근이 주도하고 있는 ‘새마을운동 세계화’도 마찬가지 이유로 우려를 낳고 있다. 2014년은 박 대통령 집권 2년 차로 박근혜정부에서 주도한 예산으로 국정을 펼치는 첫해다. 내년에 ‘새마을 바람’이 몰아칠 것이란 일각의 우려는 괜한 소리일까. 시사저널은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외교통상부(외교부)·안전행정부(안행부)·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 등 주요 정부 부처와 경상북도 등 지자체에 최근 3년간 새마을운동 사업과 관련한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공적 개발 원조) 사업 예산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를 통해 내년도 새마을운동 사업 관련 예산 자료 일체를 단독 입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970년대 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시절 새마을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외교부, 새마을 사업 예산 20배 폭증 예상

시사저널이 분석한 새마을 사업 관련 ODA 예산 증가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정부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는 징후가 드러난다. 지금까지 새마을운동의 해외 보급 사업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 개별 국가별로 조성한 ODA 자금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 원조 사업의 하나로 이뤄졌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 사업은 200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동안 정부 차원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이러한 경향은 이번 시사저널 분석에서도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부처의 새마을운동 관련 ODA 예산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외교부의 경우 2012년 4억4000만원이던 새마을운동 ODA 예산이 2012년 6억42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4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행부는 2012년 19억9000만원이던 것이 2013년 20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가량 증가 하는 데 그쳤다. 

박근혜정부의 첫 예산안에서 정부 부처의 새마을운동 ODA 사업 예산안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외교부는 사실상 폭증이다. 2013년 6억4200만원이던 외교부의 새마을운동 ODA 예산은 2014년 138억3400만원(예산안)으로 무려 2054.8%나 증액됐다. 이는 2014년 예산안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향후 증감이 있을 수 있지만, 예산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전년에 비해 20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안행부도 2013년 20억7000만원에서 2014년 30억3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6.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부는 2014년 종료 예정인 사업이 많아 총액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7.2%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14년 이후에도 계속되는 실질 사업만 따로 떼어 보면 2013년 20억9800만원에서 2014년 52억2220만원으로 148.9%의 증가율을 보였다. 경북도 역시 전년 대비 22.0%가 늘어났다.

해당 부처와 지자체는 예산 증가 이유에 대해 기존 사업이 확장됐거나, 신규 사업이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외교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4건의 새마을운동 초청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외교부 개발협력과 관계자는 “기존 연수 사업 이외에도 내년에는 초청 연수 4건이 추가되고 두 개의 국제기구 협력 사업이 더 진행될 예정”이라며 “그 외에도 신규 새마을운동 세계화 프로젝트 사업 2건과 민·관 협력 사업도 추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 심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예산안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행부도 새마을운동 초청 연수를 받는 인원과 수혜 대상국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안행부는 또 세계새마을지도자대회를 위한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경북도도 시범마을 조성 사업과 관련해 2014년 30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12월3일 한국국제협력단의 김인 베트남 사무소장(왼쪽)과 응웬 뜩 꾸엉 꽝찌성 인민위원장이 꽝찌성에서 지역사회 개발 지원을 위한 합의 의사록에 서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무조정실, 새마을 담당자 따로 둬

박근혜정부가 새마을운동 ODA 사업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동안 국무조정실 개발협력정책관실은 ODA 사업의 주관 기관으로 돼 있었지만, 역할은 ODA 사업의 정책 조정으로 국한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 1월 국무총리 개발협력정책관실 내에 새마을운동 관련 ODA 사업만을 별도로 담당하는 사무관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그동안 부처별 ODA 사업 입안이나 추진 그리고 구체적인 예산 집행까지 각 부처가 진행해왔다. 하지만 특정 사업을 따로 떼어서 전담 인력이 배치된 사례는 드물다. 새마을운동 사업 전담 인력을 배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새마을운동 띄우기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지난 5월 영남대 국제개발협력원장에 임명됐다. 최 부총장은 지난 8월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새마을운동의 세계화에 대해 논의했다. 영남대는 최 부총장이 국제개발협력원장으로 취임한 이후인 지난 6월 교육부가 주관하는 ‘2013년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 사업’(새마을학 분야) 선도 대학으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영남대는 향후 4년간 24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필리핀 현지에 새마을학과를 신설하는 등 국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최 부총장과 새마을운동 관련 학자 그룹 등을 중심으로 한 민간 부문의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정부 부처가 뒷받침하는 형태로 ‘새마을운동 띄우기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과도한 새마을운동 띄우기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외출 부총장 측의 한 인사 역시 “이전 정권 때의 정부 부처는 새마을운동의 ‘새’자도 꺼내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며 “지금 정부 부처가 적극적으로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위해 나서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갑자기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도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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