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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도발, 아베의 폭주

미·중·일·러의 눈초리 매서워졌다

감명국 기자 ㅣ kham@sisapress.com | 승인 2013.12.31(Tue) 1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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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21세기 미래의 부가 중국·일본·한국으로 대표되는 동북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책에서 산업혁명을 통해 유럽(EU)으로 넘어간 부의 주도권이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미국으로 옮겨갔고, 다시 지식 혁명이라는 제3 물결과 함께 그 흐름이 아시아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중·일 세 나라를 직접 거론하며 동북아를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지목했다.

‘G20’ ‘APEC’ ‘아세안+3’ 정상회의 등 동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그리고 전 세계에서 한·중·일 세 나라가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은 크다.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의 이목이 동북아에 집중되고 있다. 돈이 있는 곳에 힘이 실리고, 이것을 차지하기 위해 열강들이 개입하기 마련이다.

   
ⓒ EPA 연합, ⓒ 청와대 제공
미국은 2010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기고한 글에서 ‘아시아 중심(Pivot to Asia)’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가며, 향후 미국이 아시아 중심의 대외 정책으로 변화할 것임을 알렸다. 오바마 대통령 2기 정부의 외교 정책 사령탑인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3년 11월20일 워싱턴 조지타운 대학 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은 오바마 외교 정책의 주춧돌”이라며 “아시아의 우방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관심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순방길에 오를 예정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3기 체제 핵심 정책으로 동북아를 향한 ‘극동 정책’을 확고히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5월 정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극동개발부를 신설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이 유럽보다 빠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강한 러시아’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미국과 러시아, 아시아 중심으로 정책 전환

미국·러시아를 비롯해 세계에서 동북아를 주목하는 이유는 경제력 때문만이 아니다. 역사적·지정학적 특수성을 갖고 있는 한·중·일 세 나라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배경에 깔려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체제로 평가되는 북한의 존재다. 2013년 12월 세계 뉴스는 온통 동북아발(發)이었다. 자신의 고모부를 전격 처형하면서 공포 정치로 존재감을 알린 김정은 북한 조선로동당 제1비서를 향했던 시선은 2013년 12월26일 전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아베 총리 쪽으로 옮겨갔다.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과 한국과 일본의 역사 문제 갈등도 계속 전파를 타고 있다. 이런 불안정성은 2014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북, 도발·강경책보다는 유화책 가능성 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지금 최대의 관심은 ‘동토(凍土)의 땅’ 평양의 움직임이다. 김정은 제1비서가 내부 체제 결속을 위해 대남 도발 및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 등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정영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 제1비서는 일단 유일 영도자의 위력을 보이려 할 것이다. 1998년 김정일이 고난의 행군을 마치고 로동미사일을 쏘아올린 것처럼, 김 제1비서 역시 헌법과 당 규약을 김정은식으로 재정비한 다음 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한번 거치고 난 후 대외적으로 대화를 제의해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장은 도발이 어렵겠지만, 한국·미국 등 외부의 반응이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판단되면 일정한 냉각기를 가진 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려스러운 것은 장성택 제거로 인해 대화·온건파는 더욱 위축되고 보수·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점”이라며 “당장은 먹고사는 문제가 급하기 때문에 군부가 경제 협력 등을 때려치워라 하는 식으로 나오진 않겠지만, 북한 체제의 자주와 존엄이라고 생각하는 핵문제에 대해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본다. 이런 게 어떤 한 계기가 촉발돼 밖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체제가 당장 대남 도발이나 대외 강경책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일단 유화책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많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내부 체제가 얼마나 빨리 안정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장성택 처형 때문에 나빠진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대외적으로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6자회담 재개 등 실질적인 진전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열어간다는 맥락에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를 제의해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집권 후 첫해(2012년)는 군사력 강화에 비중을 뒀고, 두 번째 해(2013년)에는 경제에 비중을 뒀다면, 세 번째 해인 2014년에는 경제와 함께 외교에 비중을 둘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북·중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역시도 김 제1비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원하듯 핵과 관련해서 양보할 수 있는 카드를 가져가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미국을 중시했다. 그는 “미국이 2015년에는 사실상 대선 체제에 접어들기 때문에 2014년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 것이다. 민주당 정권의 미국과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을 김정은 제1비서는 간절히 원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 관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장성택 숙청의 명분이 인민 생활 향상에 장애를 조성한 까닭이라고 한 점 때문에라도 향후 김 제1비서는 인민 생활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차원에서 일단은 유화 제스처를 취할 전망이고, 그래도 잘 안 되면 도발이나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 등 주변 4대 강국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일본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모두 집권 2년 차 이상의 안정기에 접어들며 좀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북한 김정은 체제의 예측 불가능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곳으로 중국이 첫손에 꼽힌다.

중국·미국은 당분간 김정은 체제 지켜볼 듯

최근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의 처형으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제1비서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졌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는 “사실 중국 입장에서는 김정은이나, 장성택이나, 또는 김정남이나 그 누가 집권하던 큰 상관이 없다. 다만 북한이 내란 상태로 가느냐, 아니면 누군가 중심을 잡고 안정된 체제로 가느냐가 중요하다”며 “만약 내란 상태라면 일단 핵이 제일 큰 문제이기 때문에 신속히 개입해서 핵을 빨리 장악하고, 그다음에 북한 난민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이다. 실제 그런 훈련을 지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기본적인 대북 정책은 김정은 체제를 계속 지켜보자는 쪽에 가깝다. 뭔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면 개입하더라도 지금은 지켜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란 존재는 ‘한·미·일 공조’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끌어안고 있어야 하는 존재”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김 제1비서는 시 주석과의 대화를 간절히 원할 테고, 시 주석으로서도 대화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뭔가 약속을 받아내려고 할 것”이라며 “핵실험이나 남한에 대한 도발에 대해 뭔가 제동장치를 걸어두는 조건을 달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로동당 제1비서(가운데)를 중심으로 왼쪽에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오른쪽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 Xinhua 연합
“새해 북·일, 북·러 대화 가능성 크다”

미국 국무부 수석통역관을 지낸 김동현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전략은 ‘주시 전략’이다. 주도면밀하게 평양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핵문제 때문에라도 얼른 손을 못 대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도 북한 문제에서만큼은 상호 긴밀히 협력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 제1비서가 핵실험 등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 한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제재에 나설 리 없다”며 “그러나 장성택 숙청 과정을 통해 워싱턴에서의 김정은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고, 북미 대화 가능성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다만 북한이 향후 체제 안정을 이루고, 4월의 한미 합동 훈련 때 크게 난리 치지 않고 평화적 제스처를 취한다면 북미 대화 창구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정치학 교수는 “일본의 아베 정권은 북한 문제에서만큼은 한국·미국과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당초 일본은 북한 만경호 입항을 거부하고, 북한에 대한 조총련의 송금 자체를 금지시키는 등 자국민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강경책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런 강경책이 효과는커녕 오히려 북한 미사일 개발 등 위험한 상황만 가중시키자 북일 수교 문제를 먼저 논의하고 납치 문제는 이후 해결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호사카 교수는 “동북아 정세에서, 특히 중국에 맞서 유독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아베 정권이지만 북한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독자적 행보를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김정은 제1비서가 아베 총리에게 대화를 제의해올 경우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은밀하게 북·일 수교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장세호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북한 체제의 안정화를 원한다. 새해에도 이런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푸틴 대통령의 방한 등으로 러시아가 ‘친북’보다는 ‘친한’ 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냐는 국내 전망이 나오는데, 이는 러시아 내부 상황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러시아는 가장 먼저 조문을 했고, 서방을 향해 ‘외부에서 북한을 흔들면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푸틴의 한반도 정책은 기본적으로 등거리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과거 옐친 대통령 때 친한 노선을 견지하다가 오히려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그 때문에 6자회담에서 4자회담으로 바뀔 때 러시아는 중국에 밀려 빠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푸틴은 등거리 정책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최근 푸틴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북한엔 가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등거리 정책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김정은 제1비서가 대화를 제의할 경우 북·러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대 강국의 셈법은 제각각이다. 김정은 제1비서로서도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해 미국·일본·중국·러시아에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한국의 외교 정책도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는 절묘하고 치밀한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승준 교수는 “박근혜정부는 이른바 ‘줄타기 외교’를 잘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공조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중 관계를 잘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현 교수는 “최근 남재준 국정원장이 ‘2015년 통일’ 가능성을 언급하고,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1~3월 북한 도발설’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정부의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앞장서 ‘설’을 말하며 긴장을 조성할 게 아니라, 상대방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국이 갖고 있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캐스팅보트를 쥐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인터뷰에 응해준 전문가들(가나다 순)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동현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교수,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장세호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영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호사카 유지 세종대 정치학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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