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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으로 세계를 감동시키다

<난타> <비밥> 등 퍼포먼스 연출자 최철기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3.12.31(Tue) 14: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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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이자 공연제작사 페르소나 대표인 최철기는 공연 시장에서 진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연출을 맡았던 <난타>(1999년), <점프>(2003년), <비밥>(2011년 5월), <플라잉>(2011년 8월)이 모두 전용관을 열고 지금도 계속 관객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이들 공연을 본 관광객이 2011년 117만명, 2012년 162만명이었다. 2013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브로드웨이(미국)와 웨스트엔드(영국)를 빼고 이렇게 공연물이 관광 상품이 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최철기표’ 퍼포먼스 공연물이 한국을 대표하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 된 것이다.

경주시는 그에게 신라와 경주를 활용한 작품 창작을 의뢰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신라 시대의 화랑이 현대로 타임슬립한 소동극 <플라잉>이다. 이 작품은 2012년부터 경주에 상설관을 두고 오픈 런으로 공연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싱가포르에 거듭 초청됐고, 전국 투어 팀이 순회공연을 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물론 경주 관광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경주를 찾는 외국 관광객과 수학여행단에게도 <플라잉> 관람이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비(非)서울 지역에서 출발한 장기 공연물이 정착한 첫 사례다.

최철기 연출가의 시작은 배우였다. 몸을 표현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극단 사다리에서 배우 생활을 하다가 1999년 <난타> 연출 제안을 받은 후 한국 퍼포먼스 공연물의 간판으로 우뚝 섰다. 2007년에는 페르소나라는 제작사를 차려 제작자 겸 연출자로 <비밥>과 <플라잉>을 만들었다. 그의 배우 시절과 연출자로 만든 공연물을 잇는 공통점은 ‘몸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 시사저널 최준필
경주 관광 랜드마크 상품 <플라잉> 

그가 만든 공연물은 대사가 없는(논버벌) 대신 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난타>는 타악, <점프>는 태권도, <비밥>은 비보이 댄스와 아카펠라, <플라잉>은 기계체조와 리듬체조가 주요 소재다.

가장 최근작인 <플라잉>은 10명의 출연진이 모두 기계체조와 리듬체조 선수 출신이다. 이들은 국가대표 치어리딩 팀 선수에게 치어리딩과 연기를 배운 뒤 무대에 서고 있다. 유연성을 타고난 체조선수들이 연습을 통해서 비보이 댄서보다 더 격렬하게 공중제비를 돌고 기계 장치에 매달려 하늘을 날아오르기에 제목이 <플라잉>이다.

14년째 퍼포먼스 공연물을 만들고 있는 그가 보기에 공연 시장에도 트렌드가 있다. “<난타>가 나올 당시에는 퍼포먼스 공연물이 거의 없었다. 이후 콘텐츠를 바라보는 관객의 눈높이가 계속 높아져 드라마적인 구성이나 각 캐릭터의 재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신체 언어를 주로 쓰다 보니 그쪽 분야 전문가를 스카우트해서 무대에 세우는데 전직 체조선수나 비보이가 연기 경험이 없어 연기 지도하기가 힘들다. 관객들의 눈높이가 점점 올라가고 있어 배우들의 연기 역량도 더 올라가야 한다.”

그는 퍼포먼스 공연물에도 “드라마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유명한 서양 퍼포먼스 작품의 흥행이 대개는 신통치 않다. 우리 관객은 이야기 구조나 캐릭터에 관심이 많은데 서양 작품은 퍼포먼스 자체에 주안점을 두기에 우리 관객이 보기에 지루하다. 중간에 자는 관객도 있다. 서양 작품에는 드라마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타>나 <비밥>에는 줄거리가 있다. 사건이 벌어지고 액션이 따라간다. 그래서 아시아 관객이 좋아한다.”

   
<플라잉>의 장면들. ⓒ 페르소나 제공
“한국적인 색채를 더 뺄 것”

공연으로 한국을 알린 그이지만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강박은 없다. 오히려 “한국적인 색채를 더 뺄 것”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작품 속에 전통 기와, 개량 한복 등 한국적인 소재를 많이 집어넣으려고 고민했다. 10년 전만 해도 해외에선 한국이 공연물을 만든다는 것을 몰랐으니까. 이제는 K팝과 싸이 등으로 한국에 대해 많이 안다. 한국적인 것에 매달려서 작품의 다양성에 울타리를 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람이 만들었고 한국 배우가 하는데 굳이 한국 색을 강조할 필요가 있나.”

그는 중국의 공세를 눈여겨보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 문화부 산하의 CPAA의 의뢰를 받아 <젠>이라는 작품을 연출해 베이징 무대에 올리기도 했던 그는 중국의 엄청난 물량 공세와 발전상에 놀랐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감독 장이머우가 연출을 맡은 5개의 ‘인상(印象)’ 시리즈다. <인상 리장> <인상 서호> <인상 대홍포> <인상 해남> <인상 계림> 등 중국에서 유명한 관광 지역의 실제 강과 호수에 말과 현지 소수민족이 출연하는 ‘실경 산수 무대’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나도 <인상 서호>를 봤는데 그 작품 제작비만 200억원이 넘는다. 나도 경복궁이나 한강을 배경으로 사극 형태의 공연물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는 힘들다.”

그는 “스케일 면에서 <인상 서호>와 <비밥> <점프>는 상대가 안 된다. 공연에서 스케일도 중요한 요소다. 스케일 큰 한국 대표 문화 상품을 만들 때가 왔다. 그게 우리나라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8년째 <구미호> 프로젝트를 품고 있다. 2005년부터 준비해 2012년 구체적인 장면까지 연출안이 나온 상태다. 하지만 최소 200억원으로 예상되는 제작비 마련과 공연 장소 확보 때문에 현실화되기 위해선 4~5년 정도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구미호>에서 그가 선보일 신체 언어는 서커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가 있는 서커스다. 노래도 등장한다. 한마디로 뮤지컬과 서커스를 결합시킨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서커스 쇼는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가 유명하다. <태양의 서커스>는 첨단 과학기술을 응용한 무대 장비 활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 연출가는 “배우의 애크러배틱한 기예와 우리만의 스토리, 여기에 과거보다 진전된 무대 장치를 결합시켜 더 재미있는 공연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무대도 커야 하지만 객석 위에 플라잉 장치가 들어설 수 있도록 층고가 높은 공연장이 필요하다.

페르소나는 한 해 매출이 70억원을 넘는다. 소속 배우가 80명, 서울에 전용관 두 곳을 두고 있는 <비밥>은 네 팀이 공연하고 경주에 전용관이 있는 <플라잉>은 두 팀이 공연을 맡고 있다. 그의 2014년 목표는 해외 활동 강화다. <비밥>과 <플라잉>은 2014년 봄과 가을로 나눠 각기 중국 27개 도시 투어를 할 예정이다. 특히 2013년 이스탄불에서 열린 터키-경주 세계문화엑스포에서 반응이 좋았던 <플라잉>의 유럽 투어도 준비 중이다. 아울러 그의 뿌리인 연극판에도 들어간다. “내가 퍼포먼스계에 입문한 것은 연극만 해서는 먹고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연기를 잘하는 친구도 생활고 때문에 포기를 한다. 공연으로 먹고살 수 있어야 좋은 배우, 좋은 작품이 나온다. 이제 어느 정도 회사를 운영할 정도가 됐으니 일단 소극장 연극과 소극장 뮤지컬로 관객과 호흡하고 싶다. 작가와 함께 대본 작업에 들어갔다. 뿌리가 든든해야 잘 자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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