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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권력 사냥, 정치꾼과 다르지 않다”

<현대문학> 사태로 본 ‘먹물’들의 줄서기 실태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3.12.31(Tue) 14: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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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16일 74명의 작가가 ‘<현대문학>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제하 작가가 소설 <일어나라, 삼손>을 <현대문학>에 연재할 예정이었으나 ‘박정희 유신’ ‘87년 6월 항쟁’ 등의 단어 때문에 거절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대문학>이 비상식적인 기준으로 작품을 제한하고 작가의 메시지를 검열한 것에 대해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작가들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연재를 거절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현대문학상 수상자 두 명이 수상을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논란은 201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문학>은 2013년 9월호에 박근혜 대통령이 10여 년 전에 발표한 수필 네 편과 이를 높게 평가한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의 ‘바른 것이 지혜이다-박근혜의 수필 세계’라는 서평을 실었다. 두 달 뒤 11월호에 한 평론가가 이 교수의 서평을 비판적으로 언급한 평론을 썼는데, 양숙진 <현대문학> 주간의 요청으로 해당 부분을 삭제해 게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현대문학>은 12월17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해 “비난과 오해의 여지가 있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것이 몰고 온 파장은 문인들에게 큰 심려를 끼치게 됐다”고 밝혔다. 양 주간과 편집자문위원들은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서울 양천구 목1동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 위치한 한국문인협회. ⓒ 시사저널 최준필
문단 내 ‘보수 세력의 깊은 뿌리’ 드러나

<현대문학>은 “문학을 정치로부터 보호하고자 했는데, 이는 더 큰 정치적·문학적 비판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국 문단이 정치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는 진보 매체 기고를 통해 <현대문학>과 박근혜 대통령을 회원으로 둔 한국문인협회의 과거 전력을 들추기도 했다.

천 교수는 “1972년 유신이 발표되자 아주 당연하다는 듯 문인협회는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쪽에서 양심적인 지식인과 문학인들의 유신 반대 운동이 서서히 타올랐다. 바로 그때 한국의 글쟁이들과 먹물들이 겪었던 고난은 분명 지성사 전체에서 특기돼도 좋을 한 페이지라고 본다. 박정희는 1974년이 되자마자 긴급조치를 발동하고 재야인사들과 조작된 ‘문인 간첩단’의 소설가와 평론가들을 감옥에 가뒀다”며, 이후 보수를 대변하는 문단 권력이 뿌리 깊게 한국 문단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그 문단 권력이 한 치의 오차와 일탈 없이 ‘친일-친이승만-친박정희-친전두환’ 한 길을 올곧게 걸었다면서, 동시에 문단 내에서 파벌을 만들고 정치꾼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행태로 문단 권력 사냥에 집착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문단 권력이라 함은 문인협회·한국펜클럽·소설가협회·시인협회 등이었다.

‘문단 권력’에 대한 비판은 10여 년 전 고개를 들었던 일이다. 2000년 강준만 교수가 ‘문학 권력’이라는 말을 쓰며 문단을 비판하기 시작하면서 문단 권력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런 맥락에서 황석영 작가는 그해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심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당시 강 교수는 ‘문학 권력’의 부당한 중심에 이문열 작가가 있다고 비판했다.

2004년 김훈 작가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라는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물론 그 책이 문단 권력에 대한 내용이 아닐지라도 그 제목은 한국 문단을 돌아보게 했다. 김 작가는 “문학의 위기는 책이 팔리지 않고 사회 전체에 대한 문학의 위력이 전보다 약해진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이 지나치게 문단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원인이다. 문학은 문단이라는 울타리를 깨고 대중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4년 2월25일 반공법 위반으로 문인 5명이 구속됐다. 첫 공판에 나온 이호철·임헌영·김우종·장병희·정을병 씨(왼쪽부터). ⓒ 뉴스뱅크 이미지
정권 바뀌면 문단 권력도 바뀐다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격변하면서 문단 권력의 지형도 바뀌었다. 어느새 문단의 주류가 바뀐 것이다. 또 문예지와 문학상이 급증했던 1990년대를 지나며 상업주의가 문단 권력의 헤게모니 싸움에 끼어들었다. 진보적인 문예지가 문단 권력의 상징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2012년 말 김지하 시인이 과거의 입장과 달리 ‘쑥부쟁이’ 발언으로 문단 권력의 한 축을 비판했다. 김 시인은 <창작과 비평> 발행인인 백낙청 교수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한류의 분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시인은 이 발언으로 문단 일각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기죽어 있던 ‘보수 문단’의 인용문으로 널리 쓰이기도 하며 문단 권력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2013년 봄 이문열 작가는 “지금 한국의 지식인은 옛날의 나치나 볼셰비키처럼 억압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지하 시인이 문단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을 일컬어 쑥부쟁이라고 말했는데, 나도 그런 논리로 말하는 것이다. 쑥부쟁이가 문단의 길을 딱 가로막고 있는데, 어린 작가들이 문단에 들어가 눈치를 안 보고 어떻게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문단 권력은 촘촘하고 거대하다며, 작가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쥘 수 있는 권력이라고 비판했다. 이 작가 또한 문단 권력의 한 축이었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입장이 바뀌니 문단 권력의 폐해를 볼 수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문단 권력의 90% 이상을 진보 진영이 차지하고 있다며, “돌아보면 나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마저 받는다”고 씁쓸해했다.

이 작가가 지적한 것처럼 진보 진영으로 분류됐던 황석영 작가 또한 한때 문단 권력의 중심에 서서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을 좁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황 작가는 “누구는 살아서도 문학관 만들고, 지방에 집필실도 가지고 그러는데, 나는 그런 것을 해본 적도 없고 생각도 없다”며 “문학상이나 문학관 같은 것 안 하는 사람한테 무슨 권력 이야기를 하나. 나는 프로 작가로 글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다. 나는 조직이나 개인으로부터 신세진 적이 없다. 어디에서 돈 받아본 적도 없고. 문학단체장이나 감투를 써본 적도 없다”고 반발했다.


“비평가들의 용기 있는 투쟁 있어야” 


한국문인협회는 전국에 5개 지회와 100곳에 달하는 지부를 두고 있다. ‘이쪽’ ‘저쪽’ 종합해보면 회원만 1만명이 넘는다. 이러한 각종 문인단체가 문단 권력의 한 축을 차지하기 위해 꼴사나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일부 대학 문예창작과까지 문단 권력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출신 교수와 작가, 평론가들이 각종 문학상과 신춘문예 심사위원 자리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을 출판사 편집위원 자리에 앉히고 유명 작가를 섭외하는 대형 출판사 또한 문단 권력으로 부상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평론가나 교수 사회는 선뜻 나서서 말하기를 꺼린다. 자신이 활동하는 무대를 함부로 짓밟기 싫은 까닭에서다. 평론가들은 즉답을 회피하고 다른 평론가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한 대학 교수는 문단 권력에 대해 질문하자 대뜸 화를 내기도 했다.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에 익숙한 교수 사회에서 말이 조금만 어긋나도 큰 문제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원로 국문학자 조동일 교수는 “문단 권력의 폐해를 줄여 문학을 살리려면 새로 등장하는 진정한 작가들의 비장한 결단과 시비를 제대로 가릴 수 있는 비평가들의 용기 있는 투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출판사와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문단 권력은 상업주의와 결탁돼 있고, 작가들이 작품을 팔아 생존하는 데 영향을 끼쳐 우려할 만한 사태를 빚어낸다고 지적했다. 소설가 하록선씨는 “표면적으로 자연스런 출판 시장에서 권력이 담합과 유기를 통해 그 사회를 착취해먹고 있으면, 애매한 구조 속에서 많은 이들이 저항조차 할 수 없이 당하게 된다. 한국 문단이 이런 악랄한 수법을 문학 사회에 적용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문인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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