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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허리 사진 찍는 건 돈 낭비

진통제와 스트레칭이 요통 특효약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3.12.31(Tue) 15: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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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기홍씨(47)는 며칠 전 사무실 의자에 앉은 채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집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며칠 동안 요통에 시달린 그는 혹시 척추 디스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병원을 찾았다.

신체 활동이 줄어든 겨울철,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미끄러운 빙판길에 넘어져서 생긴 요통은 원인이 뚜렷하므로 치료 방법도 명확하다. 그러나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요통이 찾아오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 척추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는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모든 사람이 평생 한 번쯤 경험하는 요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생기는 급성 요통과 오랜 기간 지속되는 만성 요통이다. 급성 요통은 감기와 같아서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도 1~4주 후에는 저절로 회복된다. 만성 요통은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할 대상이다.

   
허리 운동을 하지 않아 약한 허리를 가진 직장인은 요통에 시달리기 쉽다. ⓒ 시사저널 임준선
요통은 몸이 보내는 신호다. 반복되는 외부 충격에 척추 신경은 통증을 일으켜 치료하라는 경고를 보낸다. 급성 요통을 그대로 놔두면 만성 요통이 된다. 만성 요통은 더 이상 몸이 보내는 신호가 아니라 질병이다. 지속적인 충격이 사라져도 신경은 흥분 상태에서 계속 통증 신호를 보낸다. 게다가 만성 요통은 폐렴, 우울증, 심장병, 치매, 자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요통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요통이 잘 생기지 않고 요통이 생겨도 통증에 덜 민감하게 된다. 운동으로 허리 근육이 강화된 덕분이다. 스트레칭과 같은 운동은 허리 근육 발달에 좋다. 윗몸 일으키기는 허리 건강에 좋을 것 같지만 그 반대다. 허리에 꾸준한 충격을 가하는 행위이므로 오히려 디스크에 무리를 준다. 윗몸 일으키기는 요통 전문의들이 말리는 운동이다. 정성수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설사 디스크에 문제가 생겨도 허리 근육이 강하면 어느 정도 보완해주므로 요통이 덜하다”며 “많은 환자를 접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운동 가운데 걷기가 허리 건강에 가장 좋다. 복근, 허리 근육, 다리 근육, 엉덩이 근육에 다 좋다. 특히 엉덩이 근육이 건강하면 늙어도 꼬부랑 할머니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허리가 아프면 어떻게 할까. 의사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처치법은 이렇다.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서 먹으라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일단 참아보다가 못 참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면 약을 먹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허리 통증은 그렇지 않다.

진통제는 통증을 줄이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통증의 강도는 0부터 10까지로 표현하는데, 8은 출산 때 느끼는 통증의 강도다. 4 정도로 비교적 약한 요통을 느끼는 환자가 약국에서 산 진통제를 먹으면 통증 정도가 확실히 약해진다. 이런 환자가 약을 먹지 않고 참다가 통증의 강도가 심해지면 일반 진통제로는 효과를 볼 수 없고 더 강한 진통제(마약성)를 사용해야 한다. 또 통증이 심하지 않을 때 약을 먹으면 통증이 점차 심해지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정성수 교수는 “신경이 흥분하기 전에 가라앉혀야 통증이 심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4에서 8로 갈 통증인데도 약을 미리 먹으면 8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허리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다른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대가 끊어졌거나 근육이 손상됐거나 디스크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원인으로 요통이 생긴 경우는 되도록 허리를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원인이 불분명한 단순 요통은 오히려 몸을 움직여야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 걷기와 스트레칭은 권장되는 운동이지만, 훌라후프 돌리기는 그렇지 않다. 허리가 건강한 사람에게 훌라후프 돌리기는 유연성을 기르기에 좋은 운동이지만, 허리가 약한 사람에게는 지속적인 충격을 주므로 피해야 할 운동이다.

허리뼈가 부러졌거나 뼈에 염증이나 암이 생기면 통증이 나타난다.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판에 문제가 생겨도 요통이 생긴다. 이처럼 뚜렷한 원인에 의한 요통은 전체 환자의 10% 내외다. 나머지는 뾰족한 원인이 없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병원에 가서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도 콕 짚이는 원인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요통의 원인은 워낙 많고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복부 혈관이나 췌장에 이상이 생겨도 허리 통증이 생긴다.

요통도 유전 성향이 있다

심리적인 원인으로 요통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많은데, 직장에 대한 불만으로 허리에 통증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황창주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의학 교과서에는 요통의 원인을 찾기 위해 X선 촬영도 필요 없다고 돼 있다. 경과를 지켜보다가 사진을 찍어도 늦지 않다”며 “무턱대고 허리 사진을 찍는 일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낭비”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원인을 알아야 치료법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요통의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허리에는 척추·추간판(디스크)·관절·인대·신경·혈관·근육 등 다양한 조직이 있다. 조직에 이상이 생기면 통증을 느낀다. 흔히 디스크로 허리가 아프다고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디스크가 요통의 실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약한 허리’가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아 허리 근육이 튼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창주 교수는 “요통 환자는 정상인보다 허리 근육량이 적다”며 “근육이 약한 허리는 조금만 무리해도 요통이 쉽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허리가 약한 데다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거나 허리에 반복되는 진동을 받으면 요통은 더 쉽게 생긴다. 이삿짐을 나르는 사람, 공사장에서 무거운 건설 자재를 운반하는 사람, 자동차 진동을 받는 운전기사,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사람 등에서 요통이 잘 생기는 이유다.

국내 한 척추 전문 병원이 2012년 11~12월 사이 척추·관절 부위 통증을 호소한 30세 이상 환자 3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명(29.8%)이 흡연자였다. 이런 조사를 하는 이유는 흡연이 척추와 관절 질환의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울 때 생기는 일산화탄소는 체내 산소 공급을 방해하고 모세혈관을 축소시킨다. 척추에 피가 잘 돌지 않아 영양 공급도 어려워진다. 허리에 요통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허리 통증이 영양 상태와 관계 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생명과학연구소는 디스크의 세포가 정상 기능을 유지하려면 포도당이 필요한데, 디스크가 무리한 충격을 계속 받으면 피로 물질(젖산)이 쌓여 세포의 영양 상태를 파괴해 결국 망가진다고 밝혔다. 골고루 먹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허리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요통과 흡연의 연관성은 오래전부터 밝혀졌다. 관련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같은 요통이라도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통증을 강하게 느끼며 치료를 받더라도 그 효과가 떨어진다. 또 흡연은 기관지를 자극해 기관지염과 만성 기침을 유발한다. 이때 복부와 디스크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디스크가 파열되기도 한다. 담배를 피우면 골밀도가 감소해 골다공증 위험이 커지고 골절이 발생하기 쉽다. 니코틴이 콜라겐을 파괴해 근육이 약한 환자는 통증을 더 강하게 느낀다.

요통은 유전 성향이 강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성수 교수는 “프랑스에 사는 40대 후반 한국 여성의 목 디스크 수술을 했는데, 그 후에 그의 40대 중반 동생과 70대 아버지도 같은 부위를 수술했다”며 “가족 가운데 한 명이 척추 질환에 의한 통증을 호소하면 다른 식구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환경·나이·성별보다는 유전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요통의 원인을 설명할 길이 없자 의학자들은 뇌로 눈길을 돌렸다. 미국 노스웨스트 대학 생리학연구팀은 뇌 스캔으로 만성 요통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요통 환자 46명을 1년 동안 관찰했더니 절반은 통증에서 벗어났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못했다. 그 1년 동안 4차례 환자들의 뇌 영상을 찍어 통증이 계속된 환자는 뇌 특정 부위의 크기가 점차 줄어든 현상을 발견했다. 요통에서 회복된 환자는 특정 뇌 부위의 크기에 변화가 없었다. 이 연구팀은 뇌를 스캔한 정보로 만성 통증으로 진행될지를 80%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요통 환자의 뇌에 대한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찾아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요통 때문에 허리 수술을 받았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요통 환자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황창주 교수는 “요통을 없애기 위해 수술을 하는데, 과연 몸에 칼을 댈 일인지 생각해볼 문제”라며 “요통은 재발이 흔한데 수술로 요통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일러스트 정현철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는 10% 불과

요즘은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줄기세포를 주입해서 낡은 디스크를 재생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의사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디스크에 주입한 줄기세포가 꼭 디스크로 분화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는 몸의 모든 기관으로 분화할 수 있지만 사람이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또 일반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정성수 교수는 “줄기세포 등으로 디스크를 재생하는 치료가 요통을 사라지게 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며 “디스크로 생긴 요통보다 다른 원인에 의한 요통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가 요통의 원인을 찾느라 통증을 완화하려는 노력은 게을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병원에서 뾰족한 치료법을 찾지 못한 환자는 한의원을 찾기도 한다. 특히 침을 맞고 요통을 고쳤다는 사람이 많다. 2012년 만성 요통에 시달리던 김수현씨도 3주 동안 침 치료를 받고 뻐근하던 허리 통증에서 벗어났다. 지금까지 침으로 요통을 고친 사례는 많지만 어떤 원리가 작용하는지는 의학적으로 증명이 어려웠다.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한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척추 관련 학술지에 실려 관심을 끌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2012년 만성 요통 환자 130명을 대상으로 침의 효과를 분석했더니 평균 57%가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침 치료는 기혈 순환을 도와 통증 완화에 효과를 준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한 상태가 아닌 만성 요통에 침 치료가 대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국제적으로 침 치료는 만성 요통 치료의 선택 사항으로 돼 있다.

그러나 급성 통증은 제외였는데, 2013년 4월에는 급성 요통에도 침 치료가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자생한방병원은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걷지도 못하던 환자가 침 치료 후 걷게 됐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침을 맞은 환자는 움직이지 말아야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침 치료술은 그 반대다. 침을 맞은 환자가 의료진의 부축을 받아 걷고 움직이면 뭉친 근육이 풀리고 기혈 순환이 좋아져 통증 개선 효과가 30분 이내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급성 요통이 발생한 지 4주가 지나지 않은 환자 5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앉거나 일어서는 것도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한 환자들이었다. 29명씩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침 치료, 다른 그룹에는 진통제를 주사한 후 30분, 2주, 4주, 24주 후의 상태를 관찰했다. 침을 맞은 환자들은 30분 후부터 증상이 개선됐다.

침이 중추신경을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엔도르핀)의 분비를 늘리고 근육을 이완시켜 통증을 줄인다는 원리다. 특히 침을 맞은 후 부축을 받아 몸을 움직이면 통증 부위에 가해진 비정상적인 압력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침 치료의 통증 완화 효과는 진통제보다 5배 이상 크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침 치료술은 급성 요통을 감소하는 응급 처방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증상이 줄어들었다고 치료를 중단하거나 다급하게 일생생활로 복귀하는 것은 무리여서 일정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호에는 천식·비염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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