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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쓰고 애인 집 들락거린 대통령의 추락

사생활 보도 엄격한 프랑스에서 터진 염문설 인기 없는 올랑드의 위상 탓

최정민┃프랑스 통신원 ㅣ 승인 2014.01.22(Wed) 14: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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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펜은 정치인의 사생활에 관해 어느 선까지 쓸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논할 때마다 언급되는 곳이 프랑스다. 프랑스에선 정치인 스캔들이 보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치와 개인의 사생활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사회적 합의가 불문율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이 규칙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예외인 듯하다. 2014년 벽두부터 그의 염문설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연예잡지 ‘클로저(Closer)’는 1월10일 올랑드 대통령이 여배우인 줄리 가이에(41)와 불륜 관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올랑드가 헬멧을 쓴 채 애인의 집에 들락거렸다고 밝혔다. 이런 기사가 나온 것에 대해 미디어 시장이 열악해지면서 나타난 언론의 변화라는 해석도 있지만,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프랑스인이 자국 대통령인 올랑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살벌할 지경이다.

   
1월14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올랑드 대통령의 염문설을 보도한 주간지 클로저. ⓒ AP연합
‘펭귄’ ‘무슈 3%’로 불리며 조롱받아

2012년 5월15일 올랑드는 프랑스 대통령궁 ‘엘리제’의 새 주인이 됐다. 그날 프랑스 국민들은 냉기가 흐를 정도로 차가웠던 신임 대통령의 행동을 목격했다. 프랑스 정치의 하이라이트는 ‘Passation du Pouvoir’라고 부르는 권력 이양식이다. 엘리제궁전에서 전임 대통령은 후임을 맞이하며 30여 분간 둘만의 대화를 갖는다. 핵무기 사용 권한부터 개인적인 조언까지 나누는 은밀한 시간이다. 대화가 끝나면 새로운 대통령은 물러나는 전임자를 마당까지 배웅하며 완전한 권력 승계가 이루어졌음을 공표한다. 선거 기간 동안 치열하게 싸운 정치인들도 이 30여 분간만큼은 화기애애하게 보냈다. 앙숙으로 유명한 시라크 전 대통령과 사르코지 대통령 사이도 그랬다. 떠나는 시라크의 전용차가 사라질 때까지 사르코지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런데 올랑드는 달랐다. 그런 전례를 깨고 마당으로 내려서지 않았다. 그리고 사르코지가 계단을 내려서기도 전에 등을 돌렸다. 일각에서는 “선거 기간 내내 사르코지에게 받았던 비아냥거림과 무시에 대한 응징”이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사르코지 진영은 권력 이양식의 불쾌함을 노래로 풀었다. 퇴임 이후 새로운 음반을 낸 전 영부인이자 가수인 카를라 브루니는 자신의 신곡에서 올랑드를 ‘펭귄’으로 묘사했다.

2002년 리오넬 조스팽 당시 사회당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고 정계를 떠나면서 사회당은 통째로 올랑드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매번 그의 권력 의지는 의심받았다. 2007년 대선 후보로 자신의 전 동거녀인 세골렌이 올라서는 것을 그는 그냥 지켜봤을 뿐이었다. 심지어 대선에서 패배한 날, 세골렌이 패배의 책임을 지는 대신 오히려 당권을 요구하자 올랑드는 말없이 대표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이랬던 그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부터다. 당시 올랑드의 지지율은 3%였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무슈 3%(미스터 3%)’였다. 별명이라기보다는 조롱이었다. 그런 조롱에 아랑곳하지 않고 올랑드는 변화를 시도했다. 수수했던 머리를 단장했고 두루뭉술한 이미지로 비치던 뿔테 안경 대신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무테안경을 착용했다.

당시 당선 가능성 1순위였던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전 IMF(국제통화기금) 총재가 성추문으로 낙마했지만, 그 빈자리를 올랑드가 차지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르코지 진영에서도 이미 한 번 후보로 나섰던 세골렌을 더 껄끄럽게 여겼다. 그만큼 올랑드는 만만한 정치인이었다. 그런데 대선 전 반드시 이뤄지는 결선 후보 대담에서 사르코지는 의외의 경쟁자와 마주했다. 그게 올랑드였다. 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토론의 달인인 사르코지를 몰아붙이는 올랑드의 기세였다. 우파 내부에서도 “사르코지가 이렇게 허둥대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

그동안 얕보인 게 억울해서일까. 취임 이전부터 올랑드는 강한 카리스마를 추구했다. 올랑드의 정치적 멘토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다. 올랑드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좌우 동거 정부 시절, 대립하고 있던 우파 각료들 사이에서도 꼿꼿함을 잃지 않던 미테랑의 모습이었다. 그는 우파의 각료들조차 “왕의 모습이었다”고 표현했던 미테랑을 닮고 싶어 했다. 그러나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미테랑은 미디어를 다루는 데 능숙했지만 올랑드는 미디어와 태생적으로 거리가 먼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정치적 동반자였던 세골렌과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그녀의 장점은 탁월한 미디어 감각이다. 가족부 장관 재임 시절에는 방송을 통해 넷째 아이의 출산을 공개했을 정도다. 세골렌이 유명해질수록 올랑드에게는 ‘세골렌의 남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세골렌을 인터뷰한 바 있던 발레리 마소노라는 기자가 이후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로 개명했는데, 그녀가 바로 현재 올랑드의 동거인이자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이며 이번 불륜 보도로 가장 상처받은 피해자라는 점이다.

올랑드는 언론을 이용하기보다는 언론의 놀림감이 되는 정치인이었다. 나탈리 코쉬스코 모리제 전 장관은 “사르코지가 언론과 주도권을 놓고 다툰다면, 올랑드는 그냥 자신이 놀림감이 되도록 내버려둔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처리해버리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라고 두둔했다.

‘문제는 단 하나, 바로 대통령’

하지만 언론에게 먹잇감이 되어주는 대신 원하는 것을 취한다는 그의 전략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자유낙하” “날개 없는 추락” “문제는 단 하나, 바로 대통령”. 프랑스 언론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쏟아낸 표현이 이랬다. 감싸주지도 않는다. 지난해 7월 일본을 방문했던 올랑드가 기자회견에서 “중국 인민들에게”라고 말실수를 했다. 홍보팀은 “대통령이 피로하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언론은 실수를 대서특필하며 ‘스캔들’에 가까운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언론의 조롱 때문일까. 2012년 취임 초반 60%대를 기록했던 지지율은 지난해 23%를 기록해 프랑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았다.

권력 이양식 때 전임자에 대한 인사도 없이 구두코를 돌려버린 올랑드의 행동은 당시 좌파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올랑드는 재임 기간 동안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 현재 줄기차게 전개되는 그의 강공 드라이브 역시 국민을 이해시키지 못한다. 부유세 때문에 갑부와 기업들은 줄줄이 프랑스를 떠나고 있고, 농민들은 정부 보조금 삭감에 항의하며 트랙터로 파리 주변 도로를 막아버렸으며, 축구선수들은 부유세에 반발해 파업을 준비하기도 했다. “지금 프랑스의 문제는 현 상황을 모르고 있는 대통령 한 사람이다”라는 자비에 베르트랑 전 고용부 장관의 일갈처럼, 추락하는 올랑드는 어느새 연예주간지의 타깃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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