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방선거] 지난번 공약은 “뻥이야”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1.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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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임대주택 8만호, 송영길 3조 기금, 허남식 오페라하우스 건립 약속 못 지켜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유권자와의 공적 계약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장밋빛 공약들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현재 선출직으로 뽑혀 임기 중에 있는 정치·행정가의 공약을 한데 모으면 무려 8만2000여 개나 된다. 이러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투입돼야 할 비용을 다 합치면 1600여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우리 정부 예산 총액이 357조7000여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공약 대부분이 애당초 실현 불가능한 허위 계약이었던 셈이다.

빌 공(空)자 ‘공약’만큼이나 문제가 되는 것이 ‘선심성 공약’이다. 꼭 필요한 약속을 나 몰라라 해서도 안 되겠지만, 쓸데없는 약속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도 위험하다. 공약 이행은 여론 수렴과 함께 가야 한다. 유권자의 삶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을 억지로 추진하느라 혈세가 줄줄 새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오는 6월4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후보의 공약은 유권자에게 ‘세금을 거둬주면 이런 일에 쓰겠다’는 제안이다. 누가 공약을 보고 뽑느냐고 얘기들 하는데, 그건 백지수표를 아무에게나 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제 임기 말에 접어든 민선 5기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은 유권자와의 공적 계약을 잘 이행하고 있을까. 한편으로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독불장군식으로 계약 이행에만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가. 시사저널은 전국 16개 시·도 광역단체장들의 핵심 공약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공약 사업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점검해봤다.

공공임대주택 8만호, 제대로 공급됐나

박원순 서울시장(민주당)은 주요 공약을 대체적으로 달성했거나 무난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013년 6월 발표한 ‘민선 5기 전국 시·도지사 공약 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도 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주민 소통 분야에서는 최고 등급인 SA등급을 받기도 했다. 2011년 10월26일 보궐선거를 통해 임기 중간에 투입된 단체장인 점을 감안하면 공약 이행과 관련해 높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특히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생활 최저선 기준 마련’ 등 기존의 대형 토건 사업으로부터 벗어난 핵심 공약의 경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서울시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목표 달성을 기념하는 백서 발간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서는 반박도 제기된다. 기준 시점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통상적으로 주택 공급량은 분양 공고 시점에 맞추는데 서울시는 사업 계획 확정 시점에 맞춰 공급량을 계산했다는 것이다. 공급 계획이 아닌 분양 공고를 기준으로 따지면 8만호라는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임기 내에 주택을 8만호 공급하는 게 아니라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새누리당)는 위상에 걸맞게 굵직한 사업들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GTX(수도권 광역 급행 철도) 구축’이 대표적이다. 수도권을 한 시간에 연결해 교통난을 해소하는 한편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둔 사업이다. 민자 6조5319억원에 국비 4조2389억원 등 총 13조638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비 타당성 검토에 발목이 잡혀 그동안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하고 있는 예비 타당성 검토가 2월 중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이미 건설 중인 삼성~동탄 구간 외 노선에서도 작업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 다만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의 입장에 따라 재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GTX 사업 시행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닌 셈이다. 김 지사도 공약 이행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도민 무한 섬김’과 ‘아이 행복 엄마 안심’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송영길 인천시장(민주당)은 지역 재정 위기로 인해 공약 이행 전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핵심 공약 중 하나인 ‘3조원 도시재창조기금 조성’이 대표적이다. 당초 송도경제자유구역 등 각종 개발 이익을 통해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국제 금융 위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재정난이 계속돼 사실상 철회한 상태다. 공동어로구역 추진 등 남북 교류 사업의 경우도 남북 관계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송 시장은 지난해 6월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반면 또 다른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경제수도 건설’을 위해 추진한 국제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에는 성공했다. 인천시가 가장 큰 성과로 꼽는 사안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GCF 유치로 연간 38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 기업 및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투자 유치 실적도 좋다. 2013년 1분기 지자체별 투자 유치 실적에서 인천시는 14억6900만 달러를 신고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새누리당)의 공약 이행률은 상당히 높다. 총 132개 사업을 공약했는데, 이 중에서 임기 내 완료를 약속했던 110개 사업의 82%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가에서도 최고 등급인 SA등급을 받았다. 사회적 자본 확충에 매진한 점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지난 한 해 논란의 대상이었다. ‘지상 고가’ 방식의 자기부상열차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지만 건설 방식과 기종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부딪치면서 1년 내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민주당)는 도민들의 참여 속에서 공약 이행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핵심 공약인 ‘도민참여예산제도 활성화’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충남도는 공약 관리 상황을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해 도민 누구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도 연계해 도민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안 지사는 초선인데도 공약 이행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A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또 다른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충남복지재단 설립 및 운영’은 재정 여건 등으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민 프로축구단 창단의 경우 막대한 재정 투입과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안 지사가 직접 도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약을 폐기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010년 8월18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GTX포럼 발족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외형적 성과에도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아

이시종 충북도지사(민주당)의 핵심 공약인 ‘청주·청원 통합 추진’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1994년부터 재통합이 추진됐던 청주·청원은 2012년 6월27일 주민투표 끝에 통합이 확정됐다. 1946년 분리된 지 66년 만이다. 이 지사는 평가에서 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특히 목표 달성 분야에서 최고 등급인 SA등급을 받았다. 반면 또 다른 핵심 공약인 ‘충청고속화도로 조기 건설’은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실제 받은 정부 예산은 총 사업비 6746억 중 185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강운태 광주시장(민주당)은 총 93건의 공약을 내걸었는데 58건이 완료됐고, 35건이 진행 중이다.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인권도시 지정을 위한 인권지수 개발’의 경우 광주시의 3대 시정 방향으로 민주·인권·평화도시를 설정하고 2015년 5월 아시아 최초로 광주인권헌장을 선포하는 등 노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강 시장은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A등급을 받았다. ‘2014년까지 경제 규모 2배, GRDP(1인당 지역 총생산) 3000만원’과 ‘일자리 10만개 창출’도 핵심 공약이었다. 이에 따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외형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민주당)는 굵직한 사업을 많이 추진했다.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히는 F1 대회를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개최했다. 하지만 누적 적자가 1910억원에 이른다. 대회를 열면 열수록 적자 폭이 커진다. 올해는 개최권료 협상 결렬로 경기 자체가 무산됐다. 820여만명이 다녀간 여수세계박람회의 경우 폐막 이후 활용 방안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박 지사는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다른 단체장들과 비교할 때 좋지 않은 점수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민주당)는 규모가 큰 장기 과제를 공약으로 많이 내걸었다. 일단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매년 100개 기업 유치, 1만개 청년 일자리 창출’의 경우 소기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반면 다른 핵심 공약인 ‘새만금 산업단지 및 관광단지 조기 개발’의 경우 평가가 좋지 않다. 새만금 산업단지 개발은 절반 정도 진행이 된 상태로 사업 속도가 더디다.

허남식 부산시장(새누리당)은 공약 평가에서 3년 동안 최고 등급인 SA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토건 중심으로 행정을 펼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달성하는 데 치중했다는 것이다. 강서구 대저동 일대에 추진 중인 에코델타시티의 경우 시민단체들로부터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는 비난과 함께 사업 중단 요구를 받고 있다. 생활·문화 분야에서 공약으로 내건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올해 초 설계를 시작해 2018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시 측에서는 오페라하우스가 부산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며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능가하는 부산의 자랑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부지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상태었다. 시민사회에서는 오페라하우스가 예산 낭비의 표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의 ‘한강예술섬’(오페라하우스) 사업이 반면교사로 거론된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들어가는 비용은 3000억원이다. 공공 건축물로는 부산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롯데그룹이 이 중에서 1000억원을 대고, 부산시가 국비를 포함해 나머지를 부담해야 한다.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2012 F1 코리아 그랑프리’ 결승전을 찾아 경기 종료를 알리는 체크 플래그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오페라하우스 건립, 예산 낭비 논란

박맹우 울산시장(새누리당)은 경제 산업 분야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단지 확충을 통한 기업 투자 유치가 대표적이다. 울산시는 2011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수출 1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반면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은 사업 진행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27일 열린 기공식에 참석차 울산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쳐 향후 사업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박 시장은 평가에서 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새누리당)는 2012년 12월에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도정을 살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난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공약 이행 평가에서 빠졌다. 하지만 1년 정도밖에 안 되는 기간 동안 어느 광역단체장들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진주의료원 노조와의 대립은 전국적인 이슈가 됐고, 밀양 송전탑 갈등은 한 발짝 물러나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도청 이전’의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창원시에 있는 도청을 마산시로 옮기겠다는 것인데, 지역 간 대립이 치열해 성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범일 대구시장(새누리당)은 ‘7대 분야, 20대 부문, 100대 핵심 과제’를 관리해왔다. 이 중에서 ‘교통카드를 활용한 전통시장 결제 시스템 추진’ ‘첨단 재활 테크노파크 조성’ ‘간선 급행 버스 도입 추진’ 등은 대구 시민 배심원단의 권고안을 수용해 폐기됐다. 평가에서 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핵심 공약 가운데서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건립’이 재설계 문제로 착공 시기가 늦춰지는 등 난항을 겪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새누리당)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22만개, 투자 유치 20조’의 경우에는 전국 최초로 일자리경제본부와 투자유치본부 투톱 체제로 일자리 조직을 과감히 개편했으며 외부 평가에서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평가에서 김 지사는 최고 등급인 SA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내실 면에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기업 유치와 투자 유치 등을 통해 확보한 일자리 중에서 제대로 된 양질의 일자리는 전체의 15%인 3만5000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민주당)는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경제자유특구’와 관련해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성공했다. 도민 생활과 밀접한 복지 분야와 효율적 재정 운영 분야에서도 공약 이행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또 다른 핵심 공약인 ‘평화공단 조성’과 ‘평화의 공원’ 등이 대북 관련 사업이라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도민과의 소통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효율적인 행정 개혁을 이뤘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최 지사는 지난해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우근민 제주도지사(새누리당)는 지역 내 여러 문제가 꼬여서 공약 이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해군기지 갈등 합리적 해결’이 대표적이다. 제주도는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지만, 강정마을 주민이나 시민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우 지사가 강정마을 주민들의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직접 찾아와 의견을 듣지도 않아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관광 분야에서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서 핵심 공약인 ‘관광객 200만 유치’를 달성했다. 우 지사는 평가에서 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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