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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부자 부영, 분양 전환 가격은 왜 높을까

임대주택 사업으로 재계 20위…입주민 “분양 전환 가격 높다” 소송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4.01.28(Tue) 19: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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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깊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건설 시장에 건설 전문 그룹인 부영의 깜짝 성장이 이목을 끌고 있다. 쌍용건설·극동건설·현대산업개발 등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불황으로 몸집이 급격히 작아지고 있는 사이 지방에 소형 임대아파트만 짓는 것으로 알려졌던 부영이 재계 20위권 그룹으로 성큼 발돋움한 것이다.

재계에선 ‘부영의 성공=임대아파트 성공’으로 보고 있다. 임대아파트라는 틈새시장을 독점해 남보다 빨리 블루오션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이중근 부영 회장은 ‘세발자전거론’을 편다. 세발자전거는 두발자전거보다 빠르지 않지만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간다. 부영도 ‘천천히 안전하게 가겠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일반 건설사들이 대규모 아파트단지 ‘선분양 후시공’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둘 때 이 회장은 반대로 임대주택 시장에 ‘올인’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임대주택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브랜드 가치만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중근 회장은 개의치 않았다. 부영은 1983년 회사 창립 후 23만여 가구를 공급해왔는데 이 중 18만 가구가 임대주택이고, 그중 4만8000가구를 분양했다. 경기가 불황이든 아니든 매월 엄청난 임대료 수입이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서울 중구 서소문동 부영그룹 본사 전경. ⓒ 시사저널 구윤성
분양 전환 미뤄 포트폴리오 다변화

부영 측은 “지금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시점이라 임대아파트 사업이 부각되는 것일 뿐이다. 그동안 임대주택 사업을 꾸준히 해왔고 갑자기 어떤 일을 벌여서 수익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 10년 전 분양이 잘되던 시절 ‘선분양 후시공’으로 한 번에 큰 이득을 챙길 때 부영은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는 사업을 통해 5년 임대, 10년 임대 방식으로 분양 전환을 미뤄 이익 회수 시점을 다변화시켰다는 얘기다. 부영 관계자는 “이익 회수가 늦어지는 것일 뿐 안정적인 이익 회수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부영은 이런 방식으로 2012년에 순이익 3328억원, 이익잉여금 8700여억원을 거뒀다. 이는 건설업계 수위를 다투는 현대건설의 2012년 순이익(3470억원)이나 대림산업의 순이익(4889억원)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실적이다. 덕분에 재계 순위도 껑충 뛰어올랐다.

부영의 성공 신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부영이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지은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부영이 정부 지원금으로 리스크 없는 임대주택 사업을 벌이면서 높은 분양가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턴다”고 비난한다.

경남 김해 장유지구의 부영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영철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23년째 직장에 다니는 그는 2002년 김해 장유지구에 있는 부영 임대아파트 102.48㎡(31평형)에 입주했다. 보증금 3700만원에 월 20만원 임대료 조건이었다. 임대료는 해마다 5%씩 올랐다. 월 38만원까지 가자 그는 보증금을 5200만원으로 올리고 대신 월세를 5만원으로 낮췄다. 빚을 내서 보증금을 올려주고 월세 부담을 줄인 것이다. 그러다 2008년 10월 분양 전환을 신청해 꿈에 그리던 내 집을 마련했다. 당시 전환 가격은 9400만원(시가 반영). 그는 국민주택기금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아 집을 샀다.

부영은 기존에 국민임대주택을 지을 때 가구당 국민주택기금에서 저리로 지원받은 5000만원의 지원금(부채)을 이씨에 대한 분양 대금으로 털어낸 셈이다. 부영 입장에선 분양 전환으로 이자 부담도 덜고 현금 수입도 생긴 것이다.

여기서 부영과 임대아파트 입주민의 이해가 갈린다. 이영철씨는 분양 전환을 받은 뒤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금 중간 정산을 받아 3000만원을 갚았다. “국민주택기금 이자가 월 24만원인데 3년 거치 20년 상환이다. 나같이 지방에 사는 서민 입장에선 3년 뒤 이자+원금을 20년 동안 갚아나가려면 허리가 휜다.”

이씨는 같은 단지에 사는 사람들과 분양 전환 가격이 건설 비용이나 땅값에 비해 “너무 높다”는 데 동감하고 부영을 상대로 법정 싸움에 나섰다. 2011년 4월 대법원에서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가격은 표준원가가 아닌 실제 투입된 건축비를 기준으로 건설 원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건설회사들은 표준원가를 기준으로 분양 전환 가격을 책정해왔다. 이영철씨는 법원을 통해 아파트의 실제 건축비(땅값+건축비)를 확인한 결과 7100만원이었는데도 부영이 표준원가를 적용해 8400만원으로 계산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씨는 “부영이 장유지구에서만 세대당 800만~1000만원씩을 과다 계상해 분양 전환을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3민사부는 지난해 12월 김해 장유 갑오마을 5단지 입주민이 ㈜부영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분양 전환 가격 산정에서 표준건축비가 아니라 김해시에 신고한 과세표준액인 실제 건축비로 해야 한다며, 건설사에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반환 금액은 원고들이 제기한 가구당 671만원씩이다.

   
부영 “재판 중이라 입장 밝힐 수 없다”

1심에 불복해 항소한 부영 측은 이 사안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부영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가 임대주택으로 폭리를 취한다고 하는데, 폭리를 취할 수 있었다면 왜 다른 대형 건설사에서 안 하겠나. 부동산 상황이 안 좋으니까 부영의 임대사업이 눈에 띄는 것일 뿐이다. 대기업 건설사들은 우리보다 높은 분양 이득을 취했음에도 비난받지 않았다. 우리는 그동안 수익률이 낮아도 다른 데 쳐다보지 않고 이 사업만 계속해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영철씨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월 임대료 5만원 인상에도 힘겨워한다. 다들 먹고살기 바쁘다. 임대사업자는 자기 돈 크게 안 들이고 정부 혜택 보면서, 기금 이자도 임대료에 포함해서 받아가면서 전환 가격으로 더 큰돈을 벌려고 욕심을 부린다”고 비판했다.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현금 유동성을 장기간 확보한 부영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한 임대사업자나 건설사가 등장할 것은 분명하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월세가 확산되고 있어 집 없이 수도권 이곳저곳을 떠도는 월급쟁이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부영 같은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을 통한 이윤 확보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 사업으로 벌떡 일어선 부영이 전세 시대에서 월세 시대로 진입하는 초입에서 심판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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