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에 찌든 우상, 부끄럽지 않은가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2.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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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 양적으로 성장이 멈췄기 때문만이 아니다. 좀 더 근원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바로 사회적 신뢰의 추락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월5일 발표한 ‘2013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한국 교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도는 1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2명이 채 되지 않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한국 교회의 낮은 신뢰도는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또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개신교인만을 대상으로 해도 신뢰도가 47.5%로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2010년 같은 조사에서 59%였던 점을 감안하면 하락 폭이 상당히 크다. 한국 교회가 교회 내부 사정과 활동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는 교인들로부터도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국 교회의 위기가 단순히 교세 확장의 어려움에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2013년 10월5일 서울중앙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그렇다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할 교회가 왜 이토록 불신의 대상이 된 것일까.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 교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우선적 과제에서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이 45.4%로 첫손에 꼽힌 것이다. 2010년 조사에서 28.1%였던 데 비해 급상승한 결과다. 예전 조사에서는 ‘봉사와 구제 활동’이 늘 1위였는데 이번에는 36.4%로 2위로 밀렸다.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윤리·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진영 기윤실 간사는 “최근 들어 대형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가 많이 나온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언론에 보도된 대형 교회 목사들의 비리와 일탈이 교회 신뢰도를 낮춘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의 책임 연구를 맡았던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구체적으로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상관관계를 검토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교회 공금 유용 혐의 재판, 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문제, 삼일교회 담임목사 시절 성추행 문제로 물러난 전병욱 목사의 고액 전별금 및 새 교회 개척 논란 등이다. 여기에다 사랑의교회 등 일부 대형 교회의 경우 예배당 신축을 둘러싸고 비판을 받고 있다. 건축 비용이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초호화 교회’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것이다.

이와 별개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엉뚱한 일로 구설에 올랐다. 법무법인 명의를 위조해 작성한 문서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당한 것이다. 조흥식 교수는 “대형 교회에 대해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면 교회의 신뢰도가 확 떨어질 뿐 아니라 잘하고 있는 교회까지 싸잡아 비난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탈세에 불륜 의혹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단일 교회로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조용기 원로목사와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배임 및 탈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놓였다. 검찰은 지난 1월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 목사에게 징역 5년에 벌금 72억원을, 조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월20일에 예정돼 있다.

조 목사는 2002년 조 전 회장이 이사장이던 영산기독문화원이 보유한 아이서비스 주식 25만주를 적정 가격보다 4배가량 비싸게 사들여 교회에 157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허위 서류를 꾸며 세금 35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조 전 회장이 국민일보 평생 독자 기금을 주식 투자로 날리자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회 돈으로 주식을 고가 매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증여세를 포탈하기 위해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점을 감안하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반면 조 목사 측은 최후 진술을 통해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조 목사의 변호인은 “아이서비스 주식 매각은 실무 장로인 박 아무개씨가 주도했고, 실제 교회 재산에도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징역 2년6월을 구형받았다. 세금 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회계법인이 처리한 것”이라며 조 목사와의 관련성을 차단했다. 한마디로 ‘조 목사는 몰랐던 일’이라는 주장이다.

조 목사 부자는 ‘불륜 논란’에도 휘말렸다.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조 목사를 검찰에 고발한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장로모임)은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 목사가 2004년 입막음용으로 내연녀에게 15억원을 지급했는데 출처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장로모임에서 내연녀로 지목한 이는 2004년 출간된 책 <빠리의 나비부인>의 저자 정 아무개씨였다. 장로모임은 조 목사와의 관계를 함구하는 조건으로 정씨와 이 아무개 장로가 작성한 합의서와 입금 영수증 등을 공개했다.

교회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조 목사의 명예를 실추하기 위해 유언비어 수준의 소문을 재각색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교회 내에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러나 조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교회 측은 장로모임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진상 조사 결과 허위로 밝혀졌다”고 언론에 광고를 내는 등 여론전에 나서기도 했다.

내연녀로 지목된 정씨도 “문제의 책은 허구의 소설이며 조 목사와도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장로모임 소속 장로 6명을 상대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 목사의 불륜 의혹도 법정에서 진실 여부가 가려질 상황에 놓였다. 장로모임 측은 “정씨가 조 목사를 압박하기 위해 교회 인사와 통화한 내용과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다”며 사실관계 입증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조 전 회장의 불륜 의혹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 대상이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었다. 차 전 대변인은 지난해 7월 “조 전 회장과 한때 동거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했으나 조 목사 가족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법적 책임을 회피해왔다”며 서울가정법원에 친자 확인 소송을 냈다. 유명 여성 정치인이 사실상 정치생명을 포기한 채 세간의 손가락질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차 전 대변인은 지난해 12월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목사 부자의 11차 공판 때였다. 2002년 7월부터 2003년 6월까지 조 전 회장이 대주주인 넥스트미디어홀딩스(NMH)의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그는 법정에서 “조 전 회장에게 여러 차례 위증을 부탁받았다”며 “조 전 회장이 2012년 말 검찰에 구속되자 변호인과 측근인 이 아무개씨를 통해 ‘내가 NMH 대표로 아이서비스 주식 매매를 주도했다’고 증언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차 전 대변인 측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초 조 목사 가족이 차 전 대변인을 불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남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혼외 아들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 전 회장이 그해 6월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차 전 대변인이 ‘친자 확인 소송 카드’를 끄집어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6개월의 자숙 기간을 거쳐 2013년 9월22일 교회로 복귀했다. ⓒ 연합뉴스
■ 사랑의교회

수천억 들인 새 예배당 건립 두고 내분 격화

사랑의교회 설립자 고 옥한흠 목사는 한국 교계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종교인으로 평가받는다. 1978년 서울 강남의 한 상가 건물에 교회를 세운 옥 목사는 65세이던 2003년 사실상 조기 은퇴를 하면서 혈육이 아닌 다른 사람을 후임으로 결정했다. 현재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오정현 목사다. 대형 교회의 세습은 지금도 논란거리다. 그런 만큼 당시 옥 목사의 결단은 교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해온 옥 목사는 2010년 9월 별세했다.

하지만 모범 교회로 불렸던 사랑의교회는 현재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오 목사에 대한 찬성·반대 진영이 맞서면서 교회는 조용할 날이 없다. 오 목사는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설교를 중단하고 자숙 기간을 가졌다. 박사 논문 표절이 이유였다. 오 목사는 198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체스트롬 대학(현 노스웨스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표절 시비가 일자 교회에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논문 심사를 벌였다.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2월 논문이 35곳 이상 표절됐다고 밝혔다. 오 목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숙 기간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오 목사가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하지만 내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그해 11월 말 교회는 서울 서초역 앞에 완공된 새 예배당으로 이사했다. 그런데 일부 교인들은 강남 옛 예배당을 떠나지 않았다. 오 목사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는 여기서 마당 기도회를 가져왔다. 처음 600명 남짓이던 교인이 2000명으로 늘어났다. 당회원 장로 49명 중 20명이 기도회에 참석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반면 교회 측은 강남 예배당을 리모델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보와 홈페이지를 통해 갱신위 교인들에게 다시 한 번 강남 예배당에서 나가라고 공지했다. 지난해 12월25일 성탄절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갱신위가 교회를 찾았을 때 예배당 주위는 펜스로 가로 막히고 출입문은 철판으로 용접이 돼 있었다. 예배당을 폐쇄돼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갱신위 교인들은 펜스를 들어내고 용접기로 철판을 뜯어냈다. 이 과정에서 리모델링 업체 직원 10여 명과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오 목사에 반대하는 교인들은 교회 재정 유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8명의 교인은 지난해 11월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오 목사가 헌금을 임의로 사용한 의혹이 있다며 재정 장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교인 2200명이 동의한 서명도 첨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한 교인이 오 목사와 김 아무개 장로를 교회 재정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교인이 의심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2007년 이 아무개 장로로부터 받은 헌금 6억500만원 임의 사용, 서초역 앞 새 예배당 건축 비용 및 절차, 특별 새벽 기도 CD 수익금 등이다. 이에 대해 교회 측은 이 아무개 장로로부터 받은 6억500만원은 ‘목적 헌금’으로 북한 선교라는 목적대로 사용됐고, 새 예배당 건립도 문제될 게 없으며, 특별 새벽 기도 CD 수익금 등은 방침이 결정된 후 잔액을 공금 계좌로 입금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오 목사가 예산을 초과해 사례금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오 목사의 두 아들에 대한 미국 유학비 전액 지원에 대해서는 오 목사를 초빙할 때 당회원들이 한 약속이라고 밝혔다. 2012년 오 목사의 차량 유지비가 2100만원인 예산을 60% 초과해 3400만원 지급된 것은 그만큼 오 목사가 왕성하게 활동해온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 측은 새 예배당 건축을 추진하면서부터 나타난 반대 세력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분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가 2013년 7월23일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임마누엘교회 김국도 목사는 형제다. 개신교계에서는 ‘3도’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들은 모두 교회를 아들에게 세습했다. 특히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개신교계 내 대표적 보수 인사로 꼽힌다. 보수단체에서 주최한 집회의 단골 연사다. 그런 김 목사가 지난해 6월12일 다소 생뚱맞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법무법인의 명의를 위조해 만든 문서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였다. 이는 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 사정을 살피려면 세월을 1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금란교회는 2000년 미국의 한 선교단체로부터 2008년까지 북한에 신도 1000여 명 규모의 교회를 짓는 조건으로 50만 달러(약 5억7000만원)의 헌금을 받았다. 하지만 금란교회가 북한에 교회를 짓지 않자 해당 선교단체는 미국의 한 법무법인을 통해 교회와 김 목사를 상대로 헌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법원은 김 목사 등에게 1418만 달러(약 16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선교단체는 지난해 5월 국내 한 법무법인을 선임해 미국 법원 판결 내용을 국내에서 강제 집행하기 위한 집행 판결 청구소송을 서울북부지법에 냈다. 이 재판에서 금란교회 측은 선교단체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이 2003년 김 목사의 횡령 사건 변호를 맡았는데, 이 법무법인이 당시 사건 자료 등을 미국 재판 진행 중 미국 법무법인에 제공해 패소한 것이라며 그 증거로 한국 법무법인이 작성한 관련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자 이 법무법인은 해당 문서가 위조되었다며 김 목사 등을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김 목사는 2003년 8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돼 40일간 감옥에 있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공소 사실 중 일부는 불륜 의혹 등 김 목사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750만원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선고 내용에서 징역만 2년6월로 줄였다. 2006년 4월 대법원이 김 목사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유죄가 확정됐다. 김 목사는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 고액 전별금 받고 새 교회 개척

‘청년 교회’로 불리던 삼일교회는 최근 몇 년 사이 심각한 홍역을 앓아야 했다. 지금의 삼일교회가 있게 한 주역인 전병욱 목사가 담임목사 재직 시절 성추행 논란과 부적절한 언사 등이 문제가 돼 2010년 12월 교회를 떠났다.

이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전 목사가 전별금으로 13억원 이상의 돈을 받아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여기에다 전 목사가 삼일교회 인근에 새 교회를 개척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삼일교회의 담임목사로 온 송태근 목사는 예배 때 사과를 하고 언론에도 공개 사죄문을 게재했다. 피해자들을 치유하고 사건이 정당하게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후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전 목사에 대한 징계 권한을 가진 노회에서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삼일교회 집사 117명이 징계 청원을 했지만 당회를 거치지 않았다고 거부했고, 교회개혁실천연대의 조사 요구도 외부 단체라는 이유로 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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