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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300만원 ‘막변’을 아시나요

로스쿨 졸업생의 비애…취업해도 생존 게임 몰려

조유빈 기자 ㅣ you@sisapress.com | 승인 2014.02.12(Wed) 14: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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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로스쿨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대학가와 학원가는 흥분했다. 취업난에 허덕이던 대학생들은 로스쿨을 ‘미래를 보장하는 전문직으로 가는 길’로 인식했고, 직장인들은 로스쿨을 통해 ‘제2의 인생’을 꿈꿨다. 로스쿨 학원도 우후죽순 생겨났고, 대학들도 로스쿨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그러나 로스쿨 열기는 얼마 못 가 수그러들었다. 최대 10만명까지 전망됐던 LEET(법학적성시험) 지원자는 2009년 첫해 예상치의 10% 수준인 1만110명에 그쳤다. 2013년 7000명대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337명 늘어난 8965명이 지원했다.

개교 5년 차에 접어든 로스쿨의 현실은 어떨까. 법조계에서는 ‘암울한 앞날’을 이야기한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과 변호사의 포화 상태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매년 변호사 숫자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11년 1만2607명, 2012년 1만4534명, 2013년 1만6547명으로 해마다 2000명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2년 1월31일 수도권 한 법학전문대학원의 두 번째 학위 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거품 빠진 로스쿨, 아직은 불안

수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변호사업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가 ‘2건 이하’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로스쿨을 도입한 취지는 법조계의 개혁과 질 좋은 법률 서비스의 제공이었다. 그러나 변호사 수가 급증함에 따라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 문제, 법률 서비스 수준 저하, 법률 시장 왜곡 등과 같은 문제가 생겨났다.

로스쿨 출신들의 취업률은 어떨까. 2012년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보면 모두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마다 공시하는 취업률은 졸업생들이 ‘변호사’로 취직하는 것만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공기업이나 일반 회사, 금융권 등에 취직하는 경우도 있다. 일명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의 경우 80% 이상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고, 취업률이 가장 낮은 서울시립대도 70% 이상의 취업률을 보인다. 로스쿨 졸업생 10명 중 7명은 취업하고 있는 셈이다. 로펌에서 일하는 로스쿨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는 자격증을 가진 개인사업자다. 취직률로 로스쿨 제도의 성공 여부를 재단하는 것은 로스쿨 졸업생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시기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 악화로 ‘사무장펌’도 등장

취업률이 높더라도 로스쿨 출신들 중 일부는 취업에 관련된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막변’은 과거 ‘막 일을 시작한 변호사’, ‘막내 변호사’ 등을 뜻했지만 요즘은 사건 수임을 못 하고 월급도 변변치 않아 ‘막일 변호사’, ‘막장 변호사’를 뜻하기도 한다. 막상 변호사로 취업을 했더라도 적자를 보는 현재 변호사업계의 불황 때문에 자리를 제대로 못 잡고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월급 300만원으로 살아간다는 로펌의 한 ‘막변’은 “조금만 더 버티다 나와서 로스쿨 출신 사람들끼리 공동사무소를 개업하고 싶지만 경쟁력이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공동사무소 여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능력 있는 사무장의 영입’을 호구지책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사무장펌’이다. 사무장이 영업 및 계약, 간단한 고소장 작성을 직접 맡으며 변호사를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형태다. 전관 경험이 없는 변호사들은 사건을 수임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무장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사건을 수임해오면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사무장이 수임료의 일부를 떼어가고, 100만원 이하의 적은 월급으로 여러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수습 형태로 고용하기도 한다.

사무장들이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탓에 무리한 사건들을 수임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소송에서 패하는 경우 사건을 맡은 변호사에게 책임이 넘어간다. 위험성과 책임을 펌에 소속된 변호사들이 고스란히 끌어안는 것이다.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를 고용해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변호사법 제34조 4항에 위반되는 일임에도 사무장펌은 버젓이 운영된다. 한 로스쿨 학생은 “요새 변호사 월급이 낮고 취업난이 심해지다 보니 사무장펌에라도 들어가야 하나 고민된다”고 말했다.

지방대 로스쿨 출신들이 겪는 비애는 더 크다. 지방대 로스쿨 재학생들은 대부분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서울의 대형 로펌에서 일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성적이 상위권에 들지 않으면 서울에 있는 로펌 취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로펌에 알음알음으로 부탁해 취직하는 경우도 있어 채용 인력 자체가 적은 것도 하나의 이유다.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바른·태평양·율촌 등이 지방대 특별 전형을 통해 지방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채용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비율은 낮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치르는 변호사시험의 성적은 공개되지 않는다. 합격·불합격만을 결정하는 변호사시험을 통과하고 난 후 로스쿨 성적에 따라 채용이 결정된다. 로스쿨의 학부 성적만으로 채용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 이름’이 더욱 부각된다는 주장도 있다.

본래 지방대 로스쿨은 해당 학교 출신 변호사를 배출함으로써 지방 주재 변호사를 늘려 그 지역 사람들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유치됐지만, 서울에서 지방대 로스쿨로 진학하는 비율이 70~80%에 달한다.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위해 다시 서울로 향한다. 지방대 로스쿨의 존재 이유가 흐려지고 있는 셈이다. 지방대 로스쿨을 졸업한 김 아무개씨(32)는 “아무래도 지방은 향판(지역 판사)들이 변호사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을 수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내 변호사 대다수는 서울에 몰려 있다. 2011년 7934명이던 서울의 개업 변호사 수는 로스쿨 1~2기 졸업생이 배출된 2013년 9720명(10월7일 기준)으로 1800명가량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경남은 175명에서 208명, 제주는 37명에서 43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법조계의 메카인 서울 ‘서초 법조타운’으로 향하는 변호사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지리적 요건상 수임을 원하는 변호사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많은 변호사 수 때문에 연봉이 줄어드는 것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

당초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지역 변호사 양성과 함께 각 로스쿨의 ‘특성화’가 화두에 올랐다. 중앙대의 문화법, 건국대의 부동산, 전남대의 공익 인권, 충남대의 지적재산권 등 특성화 과목을 지정해 그 분야 전문 변호사를 길러낸다는 것이 지방 로스쿨의 목표였다. 이러한 특성화는 유명무실해졌다.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센터나 학회 등을 운영하긴 하지만 특성화 과목을 이수하지 않아도 졸업에 지장이 없는 로스쿨이 많다. 일정 학점 이상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규정한 학교는 23개교 중 강원대·경북대·고려대·동아대·아주대·전남대 등 6개 대학뿐이다.

학생들조차 ‘특성화’된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해당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는 드물다. 취업을 이유로 명문대 로스쿨에 진학하려는 것이 첫 번째고, 다음은 ‘합격한 로스쿨’로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입 초기부터 로스쿨 유치를 반대해왔던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로스쿨이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학원처럼 됐다. 상위 로스쿨의 경우는 취업이 잘되니 영향을 적겠지만 지방대 로스쿨은 존폐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무늬’만 남은 로스쿨 특성화

최근 변호사 예비시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박영선 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시험 응시자 중 로스쿨 학생들의 비중이 높아 예비시험이 일종의 ‘모의고사’로 활용되고, 응시 횟수에 제한이 없어 사법시험의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였던 ‘고시 낭인화’ 현상이 나타날 거라는 게 그 이유다.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문제다. 2010년 법무부가 3회 변호사시험까지 ‘정원(2000명) 대비 75% 이상’이라는 합격률을 정했지만, 합격자 수는 사실상 1500명으로 고정돼 있다. 그에 비해 시험에 지원하는 탈락생들의 숫자는 매년 누적돼 2024년에는 합격자의 비율이 24%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로스쿨이 정착하도록 2017년에는 사법시험을 완전히 폐지하기로 했다. 그전에는 해마다 합격자 수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로스쿨이 ‘제2의 사법시험’이 될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로스쿨 측은 로스쿨의 기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합격률 제한을 없애고,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성화 교육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합격률 제한이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로스쿨 낭인’ 양산된다” 
서지완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회장

   
ⓒ 시사저널 우태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는 2009년 재학생들이 조직한 로스쿨 공식 단체다. 10대 협의회장인 서지완씨(31)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로스쿨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로스쿨 제도는 법조인의 특권의식 등 기존 사법시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기성 법조 집단이 변호사 정원을 통제함으로써 그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사법시험의 아류가 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로스쿨 제도의 ‘전면 개편’을 내세우고 있다.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이 서민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예비시험 제도’를 들고 나왔지만, 상임위를 통과할 가능성은 작다. (사법시험 출신의) 법조계 인사들은 새 제도로 변호사들이 배출돼 (법조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변호사 수가 급증함에 따라 법조인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시각이 있는데.

최근 한 일간지에서 보도한 범죄 입건 변호사 수는 2012년과 2013년의 범죄율을 반영한 것인데 당시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얼마 되지 않았다. 연수원 출신 변호사의 범죄율일 확률이 더 높다. 사법연수원 간통 사건 등 연수원 출신이 연루된 경우 서울지방변협은 한 번도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로스쿨 출신을 언론에서 편파적으로 언급하는 면이 있다. 법률 서비스의 질이 낮다면 왜 로펌에서 꾸준히 로스쿨 출신들을 채용하겠나.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하나.

로스쿨이 이대로 운영된다면 ‘고시 낭인’을 없애려다 ‘로스쿨 낭인’을 양산하는 꼴이 된다. 특히나 3년의 교육 기간과 등록금까지 생각한다면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로스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 어떤 것이 시급한가.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로스쿨의 ‘특성화’ 역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로스쿨 학생들이 특성화된 관심 분야에 집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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