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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중국-일본 일촉즉발 긴장감… “2014년 한바탕 전쟁 벌어질 것”

박승준│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ㅣ 승인 2014.02.12(Wed) 15: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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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이 ‘춘제(春節)’라고 부르는 설날인 1월31일 오전 9시35분(한국 시각 오전 8시35분). 동중국해 연안 중국군 모 비행단 작전당직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모 공역(空域)에 불명(不明)의 목표가 출현했으니 긴급 발진해서 확인하라!”

당직을 서고 있던 부대대장 런취안성(任全勝)과 옌쥔(嚴軍), 겅옌페이(耿艶飛), 양난(楊楠) 등 4명의 조종사가 비상 출격을 했고 잠시 후 목표를 발견했다. 불명의 전투기와 중국 전투기들이 상승과 좌우 회전 등 상호 견제 비행을 벌인 끝에 낮 12시23분 불명의 외국 전투기가 기수를 돌려 사라졌다. 런취안성 부대대장이 지휘하는 중국군 전투기 편대는 인터셉트(차단) 임무를 마치고 기지로 돌아왔다. 때마침 춘제라 기지 근방에서 터지는 폭죽 소리와 꽹과리 소리가 편대원들에게는 런취안성 편대가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개선한 것을 축하하는 소리로 들렸다.

   
이상은 중국 해군의 공식 웹사이트인 ‘중국 해군망(中國海軍網)’이 설날 당일 전한 내용이다. 사흘 뒤인 2월3일 홍콩에서 최다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동방일보(東方日報)’는 중국군 소장 뤄위안(羅援)의 말을 인용해 “출현했던 외국 전투기는 일본 전투기였으며, 춘제 오전에 있었던 도발에 대응해서 비상 출격한 중국 전투기는 Su-30 전투기 2대로 실탄을 장착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해군이 제공해서 동방일보에 실린 중국 전투기의 비행 사진에는 2대의 Su-30 전투기 날개에 열추적 공대공미사일이 장착돼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동방일보는 이 2대의 중국 전투기 소속이 중국 동해함대 해군항공대 제4사(師) 10단(團)이라고 전했다.

동방일보는 이와 함께 중국 전투기들의 이번 긴급 발진에 대한 일본 측 반응은 아직 없으며, 영국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서 12월 사이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 대상이 되고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들이 모두 138소티(sortie, 1회 출격이 1소티)의 긴급 발진을 했다고 전했다.

   
2012년 6월29일, 홍콩 주권 반환 15주년을 기념해 열병한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왼쪽 사진). 2013년 10월27일 일본 사이타마 현에서 열린 자위대 열병식(오른쪽 사진). 아베 총리가 직접 참관했다. ⓒ EPA 연합
“중국 방공식별구역에서 중·일 충돌 우려”

현재 중국과 일본 사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 인식, 집단 자위권 행사,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헌법 개헌 등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해군 당국의 인터넷 뉴스와 홍콩 신문 등 최근 일련의 보도는 심상찮은 분위기가 고조되는 동북아 정세를 잘 보여준다. 즉 중국이 지난해 11월23일 설정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상공과 댜오위다오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들과 일본 전투기들 사이에 근접 조우(遭遇)가 빈번하게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중국이 댜오위다오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 내에 전격 포함시킴으로써 중국과 일본 사이에 언제든 충돌의 불꽃이 튀겨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 문제 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1월2일 ‘2014년은 한바탕의 전쟁이 벌어지는 한 해가 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올해는 1914년 세르비아에서 울린 한 발의 총소리를 시작으로 1차 세계대전이 터진 지 100년 되는 해이며, 1894년 중국과 일본 간의 갑오전쟁(청일전쟁)이 개전한 지 120년이 되는 해”라고 전제하고 “2014년에 중국과 일본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가장 큰 광경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서 양국 전투기들 사이의 공중전이나 해상 전투가 발생해서 수십 명 정도가 사망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와 방공식별구역 공역 및 해상에서 충돌하고, 이로 인해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을 미국의 격월간 국제 문제 전문지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도 2월5일 발행된 최신호에서 제기했다.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조지프 보스코 연구원이 쓴 ‘아시아에 커다란 붉은 선(비행 금지선) 그리기(Draw a Big Red Line in Asia)’라는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만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아시아 일원에서 중국의 잘못된 행동을 제어하기 위한 붉은 선을 잘못 그릴 경우, 세계는 또다시 (딘 애치슨 국무장관의 오판으로 빚어진) 1950년의 한국전쟁을 보게 될지 모른다. (닉슨 전 대통령의 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는 한국전쟁에 대해 다음과 같은 표현을 썼다. ‘우리 미국은 (북한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고, 중국은 (전쟁에 즉각 개입한) 우리 미국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 키신저가 말한 이러한 상호 오판이 되풀이될 경우 이 지역과 세계에서는 한국전쟁 당시보다 훨씬 더 비극적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CSIS의 보스코 연구원은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을 통해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은 1950년 애치슨 국무장관이 동아시아에 공산주의 저지선을 그리면서 한반도를 제외시킨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중국과 북한에 맞서 한국·일본·필리핀·호주에 대한 방어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베 과욕으로 ‘힐러리 구상’ 헝클어져

일본이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해 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시점은 2011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와이에서 열린 APEC(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를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하와이 이스트 웨스트 센터에서 ‘미국의 태평양 세기(America’s Pacific Century)’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태평양 서쪽 동아시아에 번영하는 시장경제 지역을 건설할 것이며, 중국에 대해서는 국제 규범을 잘 지키는지, 인권을 소홀히 하지 않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 정책을 전개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미국의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는 한국·일본·필리핀·태국·호주 등 전통적인 맹방 5개국과 협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연설은 중국의 굴기(起)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이들 5개국을 가르는 커다란 ‘레드 라인’을 그린 셈이다. 실제로 이후 일본과 필리핀은 중국과의 영해 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북부 홋카이도(北海島)에 배치돼 있던 자위대 최강의 탱크부대를 남하시켜 오키나와 쪽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이제 더 이상 러시아가 일본의 주적(主敵)이 아니라 중국이 주적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재개입’이라고 불리는 힐러리 클린턴의 정책 선언 이후 일본은 ‘근해 해군’의 개념을 벗어나 ‘원양 해군’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던 중국의 해양 확대 전략을 저지하기 위한 적극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해군력을 건설하지 않았던 중국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임기 후반부터 시진핑 현 국가주석 임기 초반에 이르는 동안 일본 남부 오키나와에서 동남아의 말래카 해협을 연결하는 이른바 제1 도련(島)을 넘어 일본 동부 해안에서 뉴질랜드를 연결하는 이른바 제2 도련으로, 다시 말해 태평양 중심부에 가까운 해역으로 이동해서 해군 훈련을 실시해왔다. 이 훈련에는 특히 중국 최초의 항모 랴오닝(遼寧) 호도 참가해서 일본과 미국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일본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일본 열도 남단에 근접한 항로를 통해 제1 도련을 넘어 제2 도련 해역으로 항해하는 중국 해군의 전함들을 공중에서 감시하기 위해 전투기들을 파견해 추적했다. 중국군은 일본 전투기들의 이런 추적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과 중국이 120년 전의 1894년 청일전쟁 당시처럼 충돌할 경우 그 불꽃의 진원지는 어디가 될까. 중국 전투기와 일본 전투기가 중복해서 순찰 비행을 하고 있는 댜오위다오 상공 또는 해역에서 공중전이나 함포 포격전의 형태로 불꽃이 튈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의 개전이 엉뚱하게도 세르비아에서 울린 한 발의 총소리로 시작된 것처럼, ‘총소리’가 엉뚱하게도 한반도 주변이나 이어도 상공에서 울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재개입을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의 구상대로라면 현재 동아시아 정세는 중국과 북한이 한 편이 되고, 한국·일본·필리핀·태국·호주가 한 편이 되는 진영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확고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판단한 아베 총리의 과욕은 이런 구조를 완전히 헝클어뜨리고 말았다. 아베 총리는 이 기회에 일본을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 국가로 변화시키기 위한 개헌을 하겠다는 선을 훨씬 넘어 한국의 고유 영토인 독도마저 분쟁 지역으로 만들고, 중국과 영해 분쟁을 빚고 있는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에서도 중국에 대한 공세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과정에서 중대한 착각과 실수를 저질렀다. 전쟁범죄자인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이라는 혈통에서 출발한 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의 갈등에 불을 붙인 오판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당초 미국이 구상했던 중국·북한 대 한국·일본·필리핀·태국·호주 구도는 헝클어졌다. 한일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는 한국을 활용해서 일본에 대한 공세를 펼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 때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한중 사이의 갈등 요소인 이어도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이어도는 해수면 아래의 암초이므로 우리와 한국 사이에 영토 분쟁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축전 보낸 시진핑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승부수를 주목한다. 만약 시진핑 주석이 말래카 해협 부근에 남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경우 동북아 정세는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말래카 해협은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를 실은 일본 유조선들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지역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 1월31일 “중국이 곧 남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것”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2월1일 논평을 내고 “일본 우익 세력들이 마치 중국이 남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것처럼 떠들면서 자신들의 개헌과 군사력 확대에 대한 국제적인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려 애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는 남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격발용 방아쇠에 걸려 있는 시진핑의 손가락이 언제 당겨질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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