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맘껏 정치적 발언 하는 건 경제에 대한 자신감 때문”
  • 일본 도쿄=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4.02.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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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학계의 거목, 이케지마 마사히로 아시아 대학 총장

“한국인 유학생이 줄어들고 있는데 걱정입니다.”

2월13일 이케지마 마사히로 아시아 대학 총장은 한국인 기자를 앞에 두고 대뜸 한국인 유학생 감소부터 걱정했다. 일본 대학 중 유학생 수로 상위권이라는 아시아 대학이지만 유독 한국 학생만은 감소세다. 이케지마 총장 역시 뚜렷한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와 무관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지지율을 이해하는 열쇳말은 ‘경제’다. 우경화 이야기에 면책권인 양 경제를 끄집어내 설명하는 전문가가 많다. 정말 그런지 확인이 필요했다.

일본 내에서 경제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이케지마 총장은 “정치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 그조차도 정치와 경제를 떼어놓고는 현재의 일본을 말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인터뷰 도중 “정치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이라며 운을 떼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지금의 일본 20대 연령층은 한 번도 호황을 겪어보지 못했다. 대학생들을 가까이서 봤을 때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느끼고 있나.

아베노믹스 그 자체로 경기가 좋아지고 있고 학생들의 취직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캠퍼스 분위기도 좋아지고 학생들도 점점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현 정부의 금융 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많이 낮아졌다. 당연히 자동차 등의 수출업계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실적이 높아지면서 고용도 늘고 임금도 높이려고 한다. 당장 돌아오는 혜택이 보이니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크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기업뿐만 아니라 서민 경제에까지 그 효과가 침투했다고 봐도 되는가.

아베 정부 들어 주가가 많이 올랐다. 과거 어떤 정부도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만성적 고질병이던 경기 불황에서 벗어나게 했다. 대기업이 좋아지면서 중소기업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지금 그 과실을 누리고 있다. 이런 것들이 아베 정부의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아베 총리가 기업을 향해 “임금을 올리라”는 발언을 했다. 유권자를 지나치게 의식한 포퓰리즘적 발언 아닌가.

일본에서는 총리의 발언에 대해 비판이 나오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이 부분은 정부의 강제보다는 기업이 판단할 문제다. 때문에 아베 총리의 발언을 명령이 아니라 “임금을 높이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이라”는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 관계자들은 “아베 정부의 정치적 만족도보다는 경제적 만족도가 높고 그것이 정권 유지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하더라.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아베 총리가 대외적으로 반성할 만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지지율이 떨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오른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생기는 일이다. 매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0% 이상의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아베 정부 1년간 경기가 얼마나 좋아졌다고 보는가.

일본은행이 내놓는 조사 결과를 보면 경영자와 종업원들 모두 경기가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졌고 고용을 더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경기가 나아졌다고 대답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조사는 매년 실시하고 있는데 응답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엔저(低) 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수입 비용에 부담을 준다. 앞으로 경기가 더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을 아베 총리도 인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엔저를 고집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말로 인지하고 있다고 보는가.

아베 정부 입장에서 성장 전략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현재의 성장 전략은 금융 정책과 재정 정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 두 축만으로 성장을 떠받치는 것은 무리다. 반드시 한계가 올 것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산업계 전반의 이노베이션, 즉 혁신을 일으키는 쪽으로 제대로 된 정책을 짜야 한다. 그래야 일본이 올바르게 대응하는 게 된다. 최근 아베 정부를 보면 여성 인력 활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과거보다 대학 등 고등 교육기관에서의 인재 육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실제 그런 정책을 펴고 있다.

경제로 생긴 정치적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법이 주변국들에게 굉장히 도발적으로 다가온다.

일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국제사회에서는 일본을 강한 나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기대에 맞춰 일본의 경제를 어떻게 재성장시킬지에 대해서 아베 총리가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 그것이 국민 지지율을 얻는 이유다.

일본 국민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가.

민주당 정권이 교체되면서 전체적으로 어두워진 일본의 낯빛을 아베가 총리에 오르면서 다시 밝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산업계에서도, 내가 몸담고 있는 교육계에서도 지지를 많이 하는 편이다.

경제 효과에 관해서 일본 전체의 자신감이 상당한 것 같다.

사견이지만 정치와 경제는 일체라고 생각한다. 국제적으로도 주변 국가와 잘 지내야 경제도 발전하는 것인데 결국 그 배경은 정치가 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하는 이유다. 경제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협력해나가는 것을 제대로 해주었으면 하는데, 아베 총리도 아마 알고 있지 않을까.

경제가 주는 효과가 좋기 때문에 일본 국민이 다른 모든 것을 눈감아주는 것 아닌가.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와 경제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정치가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부작용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일본에선 정치와 경제가 일체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나.

그보다는 일체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자. 경기가 회복됐다고 갑자기 모든 것이 좋아질까. 그렇지 않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정치적 판단은 어느 정도 존재한다. 경제적으로 밀접한 양국이 정치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한국과 일본의 정권에도 부담이 된다. 하루빨리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이유다. 역사적 문제가 있긴 하지만 미래에 한일 관계가 어떤 식으로 유지될지는 동아시아 전체의 안전 보장 측면에서 볼 때도 정말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인위적인 ‘엔저’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화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불만은 적절한가.

지금까지는 엔화가 너무 높았다. 일본이 금융 정책을 펼치면서 조금씩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것은 매우 정상적인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원화가 강세로 바뀌면서 한국이 힘들어질 수는 있다. 정책적으로 원화 강세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겠지만 솔직히 지금까지는 엔화가 너무 높았던 것이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원화가 상대적으로 절상됐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한국이 조금 더 글로벌적인 시각을 가지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유지된다면 아베 정권도 계속 유지되는 것인가.

그렇다.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등에 대해서 강하게 발언할 수 있는 이유도 기본적으로 경제가 어느 정도 뒷받침될 것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껏 정치적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이유다.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면 결국 아베 정부가 일본 경제를 어떻게 성장시키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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