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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 목사와 불륜 의혹 ‘빠리 부인’은 왜 말을 바꿨나

정귀선씨 “허구의 소설”…기도모임 “녹취록에 증언”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4.02.26(Wed) 14: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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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불륜 공방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기도모임)은 지난해 11월 조 목사의 불륜 의혹을 폭로했다. 소설 <빠리의 나비부인>의 저자 정귀선씨(68)에게 조 목사가 입막음용으로 지급한 15억원의 출처가 모호하다는 내용이었다. ‘교회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불륜 의혹은 제외한 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의문만 키웠다.

내연녀로 지목된 정귀선씨는 조 목사 손을 들어줬다. 정씨는 지난 1월 “문제의 책은 허구의 소설로 조 목사와 관련이 없다”며 기도모임 소속 장로 6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정씨는 지난 2월14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한국 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 목사와 성도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 장로들이 2013년 11월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조용기 목사 일가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조 목사의 내연녀로 지목된 정귀선씨의 소설 <빠리의 나비부인>. ⓒ 시사저널 구윤성
이에 대해 기도모임 측은 정면 대응에 나섰다. 정씨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히든카드를 꺼낸 것이다. 기도모임 측은 2003년 소설 출간 당시 정씨가 조 목사를 압박하기 위해 아무개 기자와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그동안 기도모임이 주장했던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정씨의 인터뷰와 기도모임이 공개한 녹취록, 교회 장로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불륜 의혹의 핵심 쟁점을 심층 분석했다.

■ 쟁점 1: 조용기와 정귀선씨의 관계는?

정씨는 2월14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해 11월 기도모임이 제기한 불륜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소설 내용대로 정씨가 처음 조 목사를 만난 것은 1993년 5월이다. 조 목사가 파리를 방문했을 때 강 아무개씨의 소개로 만났다. 이후 조찬기도회 등에서 2~3차례 더 만났지만 단둘이 시간을 가진 적은 없다고 정씨는 밝혔다. 조 목사와의 불륜 증거로 제시된 옷가방과 시계, 호텔 영수증 등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소설에 등장하는 대형 교회 목사는 조용기 목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두 번이나 사랑에 실패했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라도 보상받고 싶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상상으로 지어낸 것이다. 소설에도 어느 교회 누구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도모임이 공개한 녹취록 내용은 정씨의 주장과 정반대다. 기도모임 측은 이 녹취록이 2003년 11월 정씨와 모 언론사 기자가 28분간 통화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통화를 녹음한 음성 파일도 확보하고 있으며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녹취록에서 기자는 소설 속 인물이 조용기 목사인지 묻는다. 이에 대해 정씨는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인물이었다”며 “소설 출간 이후 국민일보 국장도 출판사에 찾아와 어떻게 잘해볼 수 없겠느냐고 얘기를 (했던 것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조 목사의 불륜 증거로 제시된 물품도 모두 시인했다. 정씨는 “속옷이나 반지, 소련제 시계 등은 잡아뗄 수 있다. 돈을 줄 때 (조 목사가) 직접 봉투에 적은 필적이나 호텔 영수증도 가지고 있다. 책 내용이 허구가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심지어 “그걸(속옷 등) 싸가지고 순복음교회에 콱 주고 싶었다. 내가 그걸 왜 갖고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녹취록 말미에는 조 목사와 순복음교회 실명까지도 거론했다. 그런 정씨가 10년 남짓 지난 지금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 쟁점 2: 정씨가 받은 15억원의 진실은?

정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합의금 15억원을 받게 된 배경을 언급했다. 정씨는 소설이 꽤 팔릴 것으로 기대했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도 받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지인인 강 아무개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게 된다. ‘소설이 한국 교회에 누가 되고 있으니 책을 회수하는 대신 보상을 받아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그는 강씨의 소개로 순복음교회 장로들을 만나 합의금을 건네받은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이 아무개 장로와 박 아무개 장로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15억원을 받았다. 6억원은 강씨가 받아갔다”고 밝혔다.

그때까지도 정씨는 순복음교회 측이 합의금을 건넨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장로들이 소설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며 “소설을 폐기하는 대가라고만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15억원의 합의금이 전달된 시점은 2004년 2월과 3월쯤으로 알려졌다. 기도모임 측이 공개한 녹취록 작성 시기는 2003년 11월이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당시 정씨와 만났거나 합의를 유도했던 여의도순복음교회 인사들의 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교회의 한 장로는 “정씨와 세 번이나 만나 합의 과정을 조율했다”며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합의를 했는데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장로는 “조 목사에게 받은 합의금을 우선 내 통장에 입금한 뒤 다시 인출해 전달했다”며 “정씨에게 받은 자필 영수증이 있기 때문에 검찰 조사 과정에서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조 목사는 “조용히 정리되기를 원한다”며 합의금을 15억원으로 결정하고 수표를 내놓았다고 한다. 이 문제 또한 향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 쟁점 3: 정씨는 왜 뒤늦게 소송 제기했나?

정씨는 지난 1월7일 기도모임 소속 장로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2월14일에는 검찰에 나와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정씨는 검찰에서 “기도모임 장로들의 기자회견 내용은 허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가 한국 언론에 대서특필이 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인터넷을 하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며 “뒤늦게 불륜 운운하는 보도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물의를 빚은 데 대해 한국 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 목사와 성도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기도모임 측은 “정씨가 이제 와서 말을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기도모임의 한 관계자는 “정씨가 처음에는 돈을 안 받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다”며 “재판 등으로 도덕적 치명타를 입은 조 목사를 비호하기 위함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기도모임 장로들은 2월18일 정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검찰이 향후 조사 과정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정귀선씨가 1993년 모 언론사에 전달한 조용기 목사와 함께 묵었다는 프랑스 파리 호텔 영수증 사본. 정씨는 11년이 지난 지금 180도 바뀐 증언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 조용기 목사 감싸기 논란 


   
ⓒ 뉴시스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태 초기의 일이다. 노승숙 국민일보 회장은 2010년 9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노 회장은 조용기 원로목사와 사돈 관계다. 차남인 조민제 사장이 노 회장의 사위다. 하지만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과의 갈등으로 물러나게 됐다.

조 목사는 차기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으로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을 추천했다. 국민일보 최대주주인 국민문화재단 이사직도 김 총장에게 양보했다. 조 목사는 재단 이사회의 반대로 김 총장의 국민일보 입성이 무산되자 화를 많이 냈다고 한다. 해마다 국민일보에 제공하는 70억원 상당(판매 지원금 및 인쇄물 외주 포함)의 지원금을 끊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럼에도 국민일보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노사가 공동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조 목사 일가에 맞섰다. 노조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선 긋기’에 나섰다. “이참에 순복음교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측도 완강했다. 백화종 당시 국민일보 부사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 총장이 국민일보에 들어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조 목사가 갈등 진화 차원에서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에 취임했다. 2년 전 은퇴 약속을 깰 정도로 상황이 다급했다.

다시 3년 정도가 흘렀다. 국민일보의 입장은 180도 바뀐 상태다. 과거 조 목사 일가의 파행을 견제하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조 목사를 감싸기에 바쁘다. 지난해 11월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기도모임)이 조 목사 일가의 비리 의혹을 폭로할 때도 국민일보가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언론계에서는 국민일보의 ‘조 목사 감싸기’ 보도에 우려를 표시한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국민일보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17건의 기도모임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임에도 대부분 조 목사 측을 두둔하는 내용이었다. 바이라인을 달지 않아 취재기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기자협회보는 “사설과 칼럼을 제외한 14건의 기사 중 9건이 ‘특별취재팀’이라는 익명의 바이라인을 사용했다”며 “내부 구성원은 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9일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진상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도 마찬가지다. 진상조사위는 기도모임이 제기한 12개 의혹 중 7건에 대해 사실을 인정했다. 나머지 5건에 대해서만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국민일보는 ‘조 목사 관련 의혹이 대부분 왜곡·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폭로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감한 내용임에도 순복음교회의 입장만을 그대로 전해 논란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국민일보가 지난 2008년 1인 주주(국민문화재단)로 독립했음에도 여전히 교회의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종교단체 특유의 고집과 폐쇄적인 분위기가 (국민일보에) 장애로 나타나고 있다”며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국민일보의 관계를 구분 짓는 작업이 없이는 정상적 언론으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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