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치킨집들, 전지현 업어줘야겠다
  • 정덕현│대중문화 평론가 ()
  • 승인 2014.03.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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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대륙에 ‘치맥’ 문화 심어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가 판매

“눈 오는 날에는 치맥인데….”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가 던진 이 한마디는 중국에 예전까지는 없던 ‘치맥 문화’를 만들어냈다. ‘치킨에는 맥주’라는 우리네 문화와 달리 중국에는 치킨 가게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치킨에는 콜라’라는 문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별그대> 열풍은 ‘치콜’을 ‘치맥’으로 바꾸는 힘을 발휘했다. 항간에는 조류인플루엔자로 힘들어하던 중국 양계업계를 살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별그대> 열풍으로 인해 중국에서 한국 잡지를 파는 곳과 한국의 치킨집에서는 2시간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국영방송 CCTV 시사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도 교수, 별에서 왔나?’라는 제목으로 <별그대> 열풍을 9분간 다뤘다. 중국의 국영 채널에서 다뤄졌다는 것은 이 드라마의 중국 내 유명세가 허명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이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별그대>가 중국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웨이보와 바이두 검색어 톱5 중 4개를 휩쓸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3월2일을 기준으로 전지현의 웨이보 인물 검색 순위는 1위, 김수현은 10위를 기록했다. 전지현보다 뒤늦게 알려졌지만 김수현의 웨이보 팔로워 수는 46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베이징 대학 교수는 “<별그대>의 도민준이 가져온 것은 한국 문화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한국의 문화·습관·유행 등을 중국에 가져왔고 단순한 사회적 현상을 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터넷 방송 보기 주요 사이트인 iQiyi, pps, LETV, kankan, PPTV의 조회 수는 3월1일을 기준으로 22억건을 넘었다고 한다.

ⓒ 일러스트 김세중·SBS제공
중국에서는 <별그대> 신드롬에 마케팅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극 중 여주인공인 전지현이 입고 나왔던 1만 위안(한화 약 174만원)이 넘는 명품 의상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어났고 그가 극 중에서 바른 립스틱 제품도 인기를 끌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올해 중국 화장품 시장의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다. <별그대> 마케팅이 쏟아지면서 ‘별그대’ 혹은 ‘도교수와 천송이’ 같은 이름을 내건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주인공이 입었던 의상과 신발 등의 짝퉁 상품도 공공연히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드라마 속에 간접광고로 등장한 네이버의 라인 애플리케이션은 그 효과를 중국에서도 보고 있다고 한다.

전지현, 중국 SNS 웨이보 인물 검색 순위 1위

<별그대>의 중국 열풍을 말해주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가로 ‘베이징 행복 영사 매체’에 판매됐고 아이치이(愛奇藝)와 같은 중국 현지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서만 6억명이 시청했으며 마지막 회를 보기 위해 팬들이 천문대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또 김수현의 광팬이 그의 생일을 축하하고 팬미팅을 특별하게 알리고자 중국 유력 신문에 전면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는데 광고비가 무려 34만 위안(5900만원)이었다고 한다.

<별그대> 열풍을 알리는 소식은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 소식에는 여지없이 ‘최고가’ ‘1위’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현재 <별그대> 같은 콘텐츠가 어떤 방식으로 중국에 수출되고 그 수익은 의미 있게 나오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찾아보기 어렵다. <별그대> 열풍의 실익은 어느 정도이고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한류는 어느 단계까지 온 것일까.

현재 <별그대> 같은 우리 드라마가 중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중국인에게 노출되고 있는가를 알 필요가 있다. 흔히들 위성TV 같은 방송국에 콘텐츠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별그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 드라마는 그 내용 때문에 중국의 위성 채널이나 지상파 방송에는 수출되지 못했다. 그것은 중국의 광전총국(우리나라의 방통위 같은)의 외국 드라마 수입 규정에 이 드라마가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광전총국이 외국 드라마 수입을 제한하는 내용 중에는 기존 역사를 바꾼다거나, 타임슬립(시간 이동) 기법을 사용하는 것, 또 귀신이나 외계인을 등장시키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대중을 현혹시키고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별그대>는 광전총국 심의를 받지 않는 인터넷을 선택했다. 방송사가 아닌 ‘베이징 행복 영사 매체’에 판매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영됐던 것. 결국 <별그대>의 중국 열풍은 방송사가 아니라 인터넷 열풍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방영이 가진 힘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 방송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방송사도 중국 진출에서 인터넷 업체에 콘텐츠를 판매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SBS는 특히 이 부문에 적극적인데 이미 <상속자들>로 인해 중국 내에서 이민호 열풍이 분 것도 인터넷 업체를 통한 콘텐츠 유통이 가진 파급력에서 비롯된 바 크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쓰리데이즈>가 방영되기도 전에 중국에 판권을 판 곳 역시 중국 내 최대 가입자와 접속자를 가지고 있는 동영상 사이트 유쿠(youku)다. 판매가는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쓰리데이즈>의 제작사 골든썸픽쳐스 김용훈 대표가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회당 1만 달러도 되지 않는 금액을 제시했는데 이번 <쓰리데이즈>는 그 5배에 육박하는 금액에 판매됐다”고 말한 데서 가격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한류 열풍 막는 중국 정부

회당 1만 달러라는 금액은 최근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우리 드라마의 제작비를 회수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이런 사정은 중국 내 방송국 판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중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아빠! 어디가?> 중국판 포맷 수입도 처음에는 고작 회당 1만 달러 정도였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일단 성공을 거두고 나면 그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는 것이다. <아빠! 어디가?>는 현재 포맷 수입이 10배 정도로 뛰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국에 현재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중국 정부다. <아빠! 어디가?> 열풍이 일자 광전총국에서 1년에 방송사당 수입할 수 있는 포맷을 1개로 규제한 사실은 중국이 한류 열풍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류 스타의 입국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중국의 한류 스타로 자리 잡은 이민호나 송혜교는 비자 발급이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이것은 <아빠! 어디가?>로 중국에서 ‘예능의 신’으로 불리는 김영희 PD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갑자기 규제로 돌아서면 한류 열풍은 한순간에 꺼져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열풍이 불고 있는 건 맞지만 판매 수익이 현실화되지 못했다는 점과 정부 규제라는 위험 요소를 가진 중국은 그래서 너무 들뜰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한류의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김영희 PD는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으로 “단순 판매나 출장비 받는 포맷 수출이 아니라 공동 제작, 협력을 통해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수익 셰어(분배)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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