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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추신수·윤석민 “잘 치고 잘 던져라”

전문가들 메이저리거 3인방 올 시즌 전망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ㅣ | 승인 2014.03.11(Tue) 1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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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윤석민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2년 연속 700만 관중 돌파에 실패한 KBO는 흥행 감소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국인 메이저리거 류현진(LA 다저스)·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의 대활약을 꼽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MLB 시청률은 한국 프로야구 시청률을 넘어섰고 많은 야구팬이 KBO보다는 MLB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문제는 MLB의 약진이 올핸 더 거세질 게 분명하다는 점이다.

KBO 관계자는 “미국 서중부에서 활약하는 류현진·추신수에 이어 동부에서 뛸 예정인 윤석민까지 가세하며 새벽 1시부터 다음 날 오후 1시까지 온통 MLB 중계가 안방을 점령할 것 같다. 그럴 경우 한국 프로야구는 일본처럼 점점 인기를 잃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지난해처럼 맹활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 연합뉴스
류현진 “2년 차 징크스 없다”…첫 체중 감량

2012년 한화 좌완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한 MLB 전문가는 “미국 무대가 어떤 곳인데 한국 투수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 망신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류현진은 빅리그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엄청난 성적을 냈다. 막강 다저스 선발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192이닝을 던져 14승 8패 154탈삼진 평균자책 3.00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다저스 신인 투수로는 2002년 이시이 가즈히사의 14승 10패 이후 최다승이었다. 지난 시즌 빅리그 신인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무엇보다 류현진의 호투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1위를 차지해 디비전시리즈까지 올랐다. 재미난 건 한 MLB 전문가가 류현진의 성공을 ‘운’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최근 만난 이 전문가는 “MLB 구단이 류현진에 대한 입체 분석을 끝냈을 것이다. 지난 시즌과 같은 ‘운 좋은’ 성적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그의 주장은 이번에도 허언이 될 게 분명하다. 우선 류현진의 대비다. 류현진은 체중을 많이 줄여서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얼마나 뺐는지 말해줄 수 없다”며 농담으로 넘기지만 팀 관계자는 “10kg 이상 감량한 게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화 시절에도 류현진은 감량을 시도한 적이 거의 없다. 어째서 류현진은 체중 감량을 한 것일까. 다저스 트레이너는 “류현진이 무거운 몸으론 충분히 러닝을 소화할 수 없다는 걸 안 것 같다. 투수는 러닝을 많이 해야 한 시즌을 버티는 체력이 완성되는 만큼 류현진이 체력 보강 차원에서 감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제구가 좋다는 것도 호재다. 지난 시즌 류현진은 MLB 투수 평균 속구 구속인 91.7마일(시속 147㎞)보다 낮은 90.3마일(시속 146㎞)을 던졌다. 그럼에도 좋은 성적을 낸 건 9이닝당 사사구가 2.34개에 그칠 만큼 뛰어난 제구 덕분이었다.

2월 하순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전 다저스 투수 이시이 가즈히사는 “류현진처럼 제구가 뛰어난 투수는 빅리그에서 기복 없이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크다. 투구 폼도 원체 부드러워 부상 가능성이 작은 만큼 타선만 도와준다면 올 시즌 15승도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 연합뉴스
추신수, ‘FA로이드 후유증’ 대비

류현진이 2년 차 징크스와 싸워야 한다면 추신수는 ‘FA로이드 후유증’과 맞서야 한다.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둔 선수들이 무슨 약물(스테로이드)이라도 먹은 것처럼 호성적을 기록한다고 붙여진 ‘FA로이드’라는 신조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야구계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FA 대형 계약을 체결한 선수 가운데 상당수가 계약 첫해 부상과 부진으로 헤매면서 요즘엔 ‘FA로이드 후유증’이 화두로 자리 잡았다. 추신수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대부분 ‘FA로이드 후유증’에 대한 것이다.

2월 초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추신수는 그런 우려를 아는지 일찌감치 훈련장에 나와 몸을 만들었다. 텍사스 메이저리거 가운데 가장 빠른 캠프 합류다. 추신수는 아침 일찍 훈련장에 나와 웨이트트레이닝과 캐치볼 그리고 간단한 타격 훈련을 소화했고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매일같이 훈련을 반복했다.

추신수는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다. 이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아메리칸리그 투수와 겨뤄봤기 때문에 리그 적응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FA로이드 후유증’을 앓았던 선수 대다수가 부상에 따른 부진이었음을 고려할 때 추신수는 예외가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야구 전문 에이전트인 TNB스포츠의 이헌탁 대표는 “류현진에게 뛰어난 제구력이 있다면 추신수는 리그 최고의 선구안을 갖고 있다. 선구안이 좋은 타자는 일시에 무너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른 살이면 체력과 경험이 최고 조합을 이룰 나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추신수의 욕망이 강한 만큼 갑작스러운 부상만 없다면 올 시즌이야말로 커리어 최고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윤석민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들

류현진과 추신수를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선에는 부정보다 긍정이 많다. 그러나 윤석민은 반반이다. 윤석민의 성공을 확신하는 쪽은 “류현진이 미국에서 통했다면 윤석민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윤석민이 한국 최고의 우완 선발투수였음을 상기하면 지나친 얘기도 아니다. 특히 윤석민은 미국 야구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며 경험도 많이 쌓았고 국제 무대에서도 늘 호투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은 “류현진은 한국에서 뛰던 7년 내내 꾸준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윤석민은 9년 동안 10승 이상을 거둔 적이 단 2번뿐”이라며 “체력과 몸 상태도 류현진보다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볼티모어와 다소 늦게 계약한 것도 데뷔 시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 만난 한 MLB 스카우트는 “아시아 선수의 경우 대개 1월부터 몸을 만드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윤석민처럼 빅리그 팀과 늦게 계약하는 바람에 충분히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선수는 대부분 데뷔 시즌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윤석민은 이러한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 눈치다. 윤석민은 “계약 협상과는 상관없이 빡빡한 스케줄에 따라 개인 훈련을 했고, 어깨 상태도 어느 때보다 좋다. 빅리그 선발을 맡는다면 반드시 그 기회를 잡아 풀타임 선발 투수를 꿰차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3명 이상이 동시에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뛴 적은 한 번도 없다. 세 선수가 과연 새로운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석민, 몸값 제대로 못 받았다” 


   
ⓒ 연합뉴스
대박은 없었다. 배수진도 통하지 않았다. 볼티모어와 계약한 윤석민을 두고 하는 소리다. 2월14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언론은 “한국 프로야구 출신 투수 윤석민이 볼티모어와 계약했다. 계약 기간 3년에 최대 1300만 달러(약 138억원)를 받는 조건”이라고 보도했다.

3년에 1300만 달러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연봉 400만 달러(약 42억7000만원)면 웬만한 일본인 투수보다 호조건이다. 야구계 인사들은 “만약 윤석민이 국내 팀과 FA 계약을 체결했다면 한 해 40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었겠느냐. 모두의 예상을 깬 대박”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박은 고사하고, 저평가된 금액’이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윤석민의 순수 보장액은 1300만 달러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 언론이 차후 발표한 세부 계약 조건을 보면 윤석민의 계약금은 67만5000달러다. 2014년 연봉은 75만 달러, 2015년 연봉은 175만 달러, 2016년 연봉은 240만 달러다. 이 금액을 모두 합치면 557만5000달러로 최초 발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1300만 달러는 어떻게 나온 금액일까. 이는 모든 옵션을 채웠을 때 받는 돈이다. 문제는 대다수 옵션 조항이 윤석민이 선발로 뛸 경우를 가정했기에 불펜에서만 활약한다면 옵션은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윤석민은 선발로 뛸 수 있을까. 윤석민은 빅리그 진출 배수진으로 ‘선발 보장’을 꼽았다. 그러나 볼티모어는 “선발 보장은 한 적이 없다”며 윤석민의 정확한 보직에 대해 지금껏 함구하고 있다. 볼티모어 지역 언론은 아예 윤석민을 불펜투수로 분류한 상태다. 미국 언론도 윤석민이 잘해야 ‘대체 선발(Spot Starter)’로 뛸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소 놀라운 건 미국 야구계의 반응이다. 윤석민의 계약액에 아쉬워하는 한국 야구계와 달리 기자가 미국 취재 중 만난 빅리그 스카우트는 하나같이 윤석민의 계약을 “베스트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한 스카우트는 “볼티모어를 제외한 빅리그 팀 대다수는 끝까지 윤석민의 어깨 상태를 의심해 영입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설령 윤석민에게 관심이 있어도 한 해 연봉 100만 달러를 최고액으로 봤다”고 귀띔했다. 이 스카우트는 “몇몇 팀에선 윤석민 측에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거 신분일 때와 마이너리거 신분일 때의 내용을 따로 명기해 계약하는 것)을 제시했다”며 “풀타임 불펜투수로 뛰길 원한 팀도 있었던 만큼 선발 가능성을 열어놓은 볼티모어와의 계약은 윤석민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계약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 중 만난 아메리칸리그 팀의 한 스카우트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윤석민이 볼티모어와 협상을 벌일 때 한국의 빅마켓 팀에서 윤석민에게 4년에 1200만 달러(약 128억원)를 제시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돈으로만 따진다면 한국에 남는 게 유리하다. 윤석민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 쪽에 물었더니 ‘윤석민은 돈보다는 도전을 선택하고 싶어 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그제야 윤석민의 진정성을 알게 됐다.”

몸값이 어떻든 윤석민은 오랫동안 자신이 원하고 꿈꾸던 무대에 서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윤석민은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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