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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이 중요하다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ㅣ 승인 2014.03.11(Tue) 1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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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여러 언론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는데 결과는 비슷하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50% 후반에서 60% 초에 이르고, 외교와 대북 정책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내정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았는데 특히 인사와 소통 분야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다.

대통령 업무로서 외교와 내정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그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내정이 더 중요하다고 답하겠다. 미국 같은 글로벌 강대국이라면 대외 정책이 매우 중요하겠지만, 우리의 경우엔 대북 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제외하면 안보 외교를 펼칠 여지가 별로 없다.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도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이니셔티브는 제한되어 있다.

대외 관계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재선에서 실패하기도 한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그런 경우다. 1989년 취임한 부시는 소련과 동유럽 공산 체제의 붕괴에 성공적으로 대처했고,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북미자유무역협정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이루어내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부시는 1992년 대선에서 패배했다. 불경기에 지친 유권자들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을 내건 빌 클린턴을 지지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을 사퇴해야 했던 닉슨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전쟁을 마무리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닉슨은 성공적인 외교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유린한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명분이 희박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미국의 군사력은 물론이고 경제력마저 훼손시켰다. 2008년 경제 위기가 닥쳐오자 부시 정부는 허둥거렸고, 그해 가을 선거에서 공화당은 크게 패배했다. 

우리의 경우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노태우 대통령은 북방 정책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나중에 밝혀진 비자금 사건은 그의 모든 업적을 집어삼켰다. 김영삼 대통령도 임기 초 시애틀에서 열린 아·태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호주를 방문하는 등 화려한 순방외교를 펼쳤다. 하지만 임기 말에 일어난 아들 현철씨 사건과 경제 위기는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덮기 위해 대외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1997년에 나온 미국 영화 <왝 더 독(Wag the Dog)>은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스캔들을 덮기 위해 가짜 전쟁을 연출하는 대통령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어려운 국내 정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걸핏하면 외국에 나가는 대통령도 비슷한 심리일 것이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안보보좌관실에서 일했던 리처드 하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선 국무부 실장으로 일했다. 하스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함께 이라크 전쟁을 막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자 사임하고 연구기관으로 돌아갔다. 지난해에 나온 <대외 정책은 국내에서 시작한다(Foreign Policy Begins at Home)>라는 책에서 그는 대통령이 대외 개입을 자제하고 국내 문제를 정상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외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정치·경제 등 국내 문제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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