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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왔다가 물 먹을라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 한국 진출 콘텐츠 차별성 없이는 성공 불투명

최진순│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ㅣ | 승인 2014.03.18(Tue) 11: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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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The Huffington Post).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이라면 뉴욕타임스가 꼽히지만 적어도 미국 워싱턴 정가와 지식인들은 2005년 창간된 블로거 기반의 이 인터넷 신문의 존재를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비롯해 찰스 영국 황태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노엄 촘스키 교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가수 마돈나 등 이름깨나 날리는 필진을 5만여 명이나 아우르고 있어서다. 미국 공화당 정치인으로 주지사 선거까지 나섰던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의 인맥이다. 이들은 정치·비즈니스·엔터테인먼트·문화·미디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칼럼을 쓰고 논쟁한다. 초대를 받은 유명 블로거들은 기존 언론사 뉴스를 큐레이팅해 주로 논쟁적인 의견 뉴스(opinion news)를 만든다.

팩트에 기반한 자체 취재형 뉴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온 미군의 사회 적응 문제를 다룬 데이비드 우드 군사 전문 선임기자의 10회짜리 기획물 ‘전장을 넘어서’는 2012년 퓰리처상까지 수상했다. 최근 외신 보도에는 ‘허핑턴포스트’ 단독 뉴스가 자주 눈에 띈다. 그만큼 콘텐츠 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훌륭한 기자들을 영입한 것은 단지 어그리게이터(aggregator·외부에서 생산된 뉴스를 모아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뉴스 공급자)에 그치지 않고 고유의 콘텐츠 생산에도 중점을 두고 있음을 방증한다.

   
2014년 3월13일 허핑턴포스트 한국판(왼쪽)과 미국판 메인 화면.
SNS 연동 플랫폼 힘입어 급성장

월간 순방문자 5820만명, 월간 페이지뷰 6억3000만 건. 이용자가 주도하는 참여형 뉴스 사이트치고는 놀라운 기록이다. 온라인 뉴스 미디어 시장에서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유수의 전통 매체들도 웹 사이트 순위가 뒤로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이 같은 급성장세는 허핑턴포스트가 처음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효율적으로 연동되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설계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계정으로 뉴스 생산과 공유가 가능하고 다른 소셜 친구의 활동 이력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는 활동 수준에 따라 ‘배지’를 받는다. 댓글도 허핑턴포스트 블로거 자격 기준이 된다. 이렇게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게임 기법, 보상 체계를 적용한 결과 기존 매체의 10배에 달하는 뉴스 전파력을 이뤄냈다. 하루 등록되는 댓글만 수만 건에 이를 정도로 상호 작용성도 두드러졌다.

허핑턴포스트는 현재 해외 및 지역 뉴스 시장, 비디오 스트리밍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1년 전후 미국 인터넷 서비스 기업 AOL(아메리카온라인)에 인수되면서다. 비용 지출을 줄이는 무료 블로거 시스템이 한계에 직면한 것도 이 무렵이다. 유명 블로거들이 수익 배분을 요구하면서 저비용·고효율의 허핑턴포스트는 새로운 시장 진입을 위한 돈과 배경이 필요했다.

캐나다·영국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 일본까지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2월28일 창간한 허핑턴포스트 코리아(huffingtonpost.kr)는 그 연장선에 있다.

자유주의적인 시각을 갖는 허핑턴포스트가 손잡은 파트너는 진보 매체인 한겨레다. 이 신문이 상대적으로 매체 신뢰도를 인정받고 열성적인 젊은 이용자층과 가깝다는 점을 평가했을 것이다. 한겨레 입장에서는 허핑턴포스트 이름값을 영향력 확장의 발판으로 삼을 만하다. 그간 주류 매체의 대안적 성격을 띠는 독립형 인터넷 신문 등에 밀려왔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온라인 뉴스 미디어 환경은 북미·유럽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두 매체의 조합에 대해 의문을 갖는 분석도 적지 않다. 우선 블로그와 저널리즘이 결합한 허핑턴포스트 모델은 신선도가 떨어진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콘셉트로 2000년 2월 창간한 오마이뉴스는 전 세계에 이 방식을 수출해왔다. 이후 국내에는 독립형 인터넷 신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온라인 뉴스 시장을 가득 메웠다.

물론 파워블로그나 이용자 생산 콘텐츠(UGC)는 주류 미디어와 협력적 저널리즘의 틀 속에서 구현되진 못했다. 이러는 사이 뉴스 시장은 포털에 얽매인 낚시성 제목이나 검색어 기사 남발로 망가졌다. 주류 미디어도 전통적인 필자들을 관리하는 데 급급할 뿐 온라인 영향력자들이나 창조적인 유명인들과의 관계 모델은 외면했다. 

주류 미디어가 새로운 이야기 생산자들을 기피하는 동안 한국의 파워블로거들은 자신의 콘텐츠가 도둑질당하거나 저평가된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무보수 기고 논란에 대해 아리아나 허핑턴이 “블로그들은 단지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를 확보했다는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일축한 것은 한국 시장과는 먼 이야기다. 

더구나 네이버·다음 등에서 검색 효과를 누린 블로그들은 포털 플랫폼을 박차고 나가기 어렵다. 정치인이나 지식인 같은 여론 주도층도 새로운 온라인 뉴스 미디어를 수용하는 속도가 턱없이 느리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포털 사이트와 관련을 맺지 않은 채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자체적으로 유의미한 트래픽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결국 콘텐츠의 차별성을 담보해야 한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가 지금까지 생산한 뉴스만 놓고 보면 오마이뉴스의 재탕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들려줄 블로그들이 굳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참여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다른 미디어 환경 적응해야

이런 가운데 허핑턴포스트 코리아가 다른 언론사의 뉴스를 짜깁기만 한다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인터넷에서 정보가 범람하고 있는 만큼 재구성을 통해 좋은 정보로 바꿔주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아웃 링크로 원생산자에게 페이지뷰를 넘겨주는 편집 방침도 온라인 저널리즘에서 익숙한 관습이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저널리즘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높다. 현장에는 가지 않고 책상에 앉아 남이 쓴 뉴스를 베끼는 것이 예사고 사실 왜곡이나 선정주의, 광고주 관계를 고려한 뉴스도 판을 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서 발행되는 뉴스를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소비하기에는 저널리즘 환경 역시 녹록하지 않은 셈이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중요하다. 한국인은 온라인에서 뉴스를 가장 많이 소비하지만 질 높은 저널리즘에 구독료를 지불하려는 성향은 약하다. ‘제목 소비’ ‘탈매체 소비’ 경향도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실시간 검색어를 중심으로 한 포털 뉴스 이용 경험에 이미 푹 빠져 있다.

지금 국내외 뉴스 산업은 소셜 미디어로 진화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점점 개인화하는 뉴스 비즈니스 역시 ‘소셜 접점’을 확보하는 방향이 명백해지고 있다. 검색엔진 최적화(SEO) 등 허핑턴포스트의 기술 노하우 도입과 한국의 뉴스 시장 및 소비자 문화에의 적응을 조화롭게 안배하는 것,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로선 피할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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