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반란 “조용기 목사 설교 정지해야”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4.02 09: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법제위 당회 소집 요구…“유죄 판결로 도덕성 훼손”

여의도순복음교회 법제분과위원회(법제위)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조용기 원로목사에 대해 사실상 설교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조 목사는 지난해 6월 검찰에 기소됐다. 영산기독문화원의 아이서비스 주식 25만주를 고가에 매입하도록 교회에 지시해 수백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및 조세 포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는 지난 2월20일 조 목사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월23일 이영훈 담임목사 명의로 입장을 발표했다. 교회는 “오래전 결재됐던 문건으로 (조 목사가)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며 “앞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일 4부 예배 설교는 조 목사가 계속 맡도록 했다. 조 목사는 2월23일 예배에서 “50년의 목회 생활 동안 가장 어려운 고난을 겪었다”며 “하나님이 크고 좋게 만들어주기 위해 이런 시험과 환난을 주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왼쪽)150억대 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3월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오른쪽) 조용기 목사의 시무 정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당회 소집을 요청한 법제위 문건.
조 목사, 유죄 판결 후에도 여전히 4부 예배 

이에 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교계 NGO(비정부 기구) 단체들이 비난을 쏟아냈다. 개혁연대는 2월26일 “이영훈 목사는 더 이상 조 목사의 죄를 옹호하지 말아야 한다”며 “조 목사 역시 잘못을 인정하고 교회 설교를 포함한 모든 공적 직위와 직함을 내려놓을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조 목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교회 법제위 차원에서 임시 당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조용기  목사 ‘퇴출’에 적극 나서는 모습니다. 법제위는 3월9일 당회장인 이영훈 목사 앞으로 임시 당회 소집 요청서를 발송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조 목사의 시무 정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교회 교역자 시무·인사 규정 15조에 따르면 인사분과위원회(인사위)는 형사 기소된 교역자의 직위해제를 심의하게 돼 있다.

인사위는 3월 초 조 목사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지를 법제위에 타진했다. 법제위는 은퇴한 조 목사에게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하고 상위 기관인 당회 소집을 요청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당회가 결의하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조 목사가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며 “당회 결의 결과에 따라 조 목사 퇴진 등 파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는 그동안 당회 소집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당회 운영위원회는 3월9일 설립 취지에 반하는 영산조용기자선재단 이사회를 해산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여의도 CCMM빌딩의 신축 대금 중 반환되지 않은 991억원의 환수 작업도 본격화했다. 2월9일 교회의혹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발표한 13가지 의혹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하지만 조 목사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법제위는 3월23일 장로회장과 당회 분과위원장 앞으로 임시 운영위원회(운영위) 소집 건의서를 다시 발송했다. 3월9일 이영훈 목사에게 당회 소집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법제위원장인 김두식 장로(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건의서에서 “운영위는 정관 제12조에 근거해 조용기 원로목사에 대한 시무 정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당회장은 운영위의 소집을 거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 처리를 더 이상 미루지 말라는 일종의 ‘최후통첩’이다.

이와 관련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실 관계자는 “장로회장을 포함한 임원진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상태여서 당회 소집에 어려움이 있다”며 “내부 문제가 정리되면 필요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순복음교회 측 “내부 문제 정리돼야 후속 절차”

교회 내부에서는 조 목사가 4부 예배 설교를 하지 못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순복음교회의 한 장로는 “교회 규정상 정관 변경 등 일부를 제외한 안건은 운영위원회 결의가 당회 결의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운영위 결의는 당회 추인을 받지 않아도 법적 효력이 있다. 더구나 기존에는 거수로 안건을 결정했다. 이번 임시 운영위에서는 안건을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참석 운영위원 중 과반수만 찬성해도 조 목사의 4부 예배를 포함한 공식 업무가 모두 정지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조 목사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내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 시사저널 자료사진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둘러싼 잡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강남순복음교회 매각 문제를 놓고 조 목사 측과 처남인 김성광 강남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측이 ‘광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 목사는 3월 초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가 400억원에 교회를 매입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주요 일간지에 잇따라 광고를 게재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한 장로가 2014년 1월 초 강남순복음교회를 방문해 매각 의사를 타진했다. 여러 차례 협상 끝에 매각가를 400억원으로 합의했다. 2월14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 사무실에서 이행각서도 교환했다. 2월23일 예배에서는 교인들에게 교회 통합을 공표했지만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성광 목사는 “통합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이영훈 목사가 약속을 했고 계약금도 미리 지불했다”며 “일부 장로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 입장은 다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3월7일 순복음가족신문을 통해 해명 광고를 냈다. 교회 측은 “김성광 목사가 여러 경로를 통해 교회 매입을 요청했고 대표 장로가 강남순복음교회를 방문해 매입 절차를 협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남순복음교회의 매입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강남순복음교회의 부채가 너무 많고 여러 은행으로부터 융자도 거절된 상태였다”며 “재산분과위원회와 재정분과위원회에서 매입 불가를 결의해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표 장로가 강남순복음교회를 방문해 이런 사실을 직접 통보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조용기, 처남인 김성광 목사와도 갈등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잡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성광 목사는 언론에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3월28일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말이 확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광고 내용이 팩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문 광고 문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격해지고 있다. 3월4일 게재된 광고는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수준이었다. 3월14일 일간지에 게재된 광고는 이영훈 목사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확대됐다. 강남교회 매각을 둘러싼 가족 분쟁 역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가 서지 않은 은혜는 거짓과 위선일 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형사 기소된 교역자의 직위해제 여부를 인사위에서 심의하고 있다. 법원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모든 직무에서 해당 교역자를 배제해 성직의 순결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조 목사는 이런 규정에서 예외였다. 원로목사로서 일반 교역자보다 높은 도덕적·윤리적 기준을 실천해야 한다. 교회에 대한 배임과 탈세로 기소됐음에도 그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었다. 지난 2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설교를 포함한 교회 시무를 계속하고 있다. 조 목사는 2008년 은퇴 후 주일 오후 1시에 열리는 4부 예배 설교를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교회 내부에서는 뒷말이 적지 않았다. 전임 장로회장이 조 목사 일가 비리 의혹과 스캔들 문제를 들며 강단을 잠시 떠날 것을 건의했을 정도다. 그럴 때마다 조 목사는 “하나님이나 이영훈 목사, 여기 있는 성도가 물러나라고 요구하지 않으면 4부 예배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법제위에서 최근 조 목사의 시무 정지 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당회와 임시 운영위원회 소집을 잇따라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법제위원장과도 관련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인 원로목사의 잘못을 은혜로 덮지 않는다”며 법제위 소속 장로들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진리와 진실, 정의가 서지 않은 은혜는 거짓과 위선일 뿐이라고 법제위 측은 반박하고 있다. 김두식 법제위원장은 “교회에 대한 배임과 탈세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까지 받은 것은 교회 성결에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며 “운영위 소집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운영위원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