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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통일 지지 속으론 “그냥 따로 살아”

시진핑은 남북한 현상 유지 원해…박 대통령과 동상이몽

박승준│중국 푸단 대학 국제문제연구원 방문교수 ㅣ 승인 2014.04.02(Wed) 10: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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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대박론’이 한국을 넘어 국제사회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근혜정부가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최근 들어 국내에서는 ‘통일’이란 용어가 부쩍 자주 회자된다. 먼 훗날의 얘기처럼 들리던 통일이 갑자기 코앞으로 훌쩍 다가온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통일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서 변수는 중국이다. 즉 중국의 판단 여부가 한반도 통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지난 3월2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다시 만난 한·중 양국 정상의 회담은 관심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년 동안 벌써 4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번 헤이그 회담에서 두 정상은 특히 한반도 통일 문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청와대 웹페이지는 전했다.   

   
3월23일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조만간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임을 설명하고 통일된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로서 평화의 상징이 되고, 동북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함으로써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한국 측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하며, 남북한 간 화해와 평화를 이루고, 나아가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루기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이틀 뒤인 3월25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하고 정확한 과정이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성과도 있었다. 당면한 급선무는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 9·19 공동성명에서 확립된 각 항의 목표를 현실화하는 일이다. 중국은 한반도에 중대한 이익과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한반도의 무핵화(無核化·비핵화라는 뜻)를 실현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흔들림 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이 밀접한 의사소통과 협조 분위기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반도는 중국의 ‘홍선’, 亂 허용 않을 것”

과연 한반도 통일과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밝혔다는 “남북한 간 화해와 평화를 이루고, 나아가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루기를 확고히 지지한다”는 말만으로는 중국의 속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한반도의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중국 고위 지도자들은 과거 김정일을 포함한 북한 지도자들과 만나서도 똑같은 말을 해왔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속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3월8일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를 취재하고 있는 내외신 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역대 어느 외교부장보다 상세한 견해를 밝혔다.

“조선반도(한반도)는 중국이라는 집의 입구에 있다. 반도의 문제에 대해 중국은 ‘홍선(紅線·red line·최후의 선)’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떠한 전쟁도 어떠한 난(亂)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우리의 입장이 반도의 남북 쌍방이나, 이 지역 각국의 공동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왕 부장은 이어 당면한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세 가지 원칙을 밝혔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파파(爬坡·언덕 오르기), 과감(過坎·장애물 통과), 주정도(走正道·정도 걷기)의 세 가지다. 우선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언덕을 올라야 하는 이유는 핵문제가 현재 한반도가 앓고 있는 증세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야만 반도에 진정한 평화, 지구적인 평화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도의 비핵화라는 언덕이 아무리 길고 가파르더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은 오를 것이다.”

왕 부장은 두 번째의 ‘장애물 통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신뢰의 결핍이 가장 큰 장애물이며, 특히 조선(북한)과 미국 사이에 상호 신뢰가 결핍되어 있다”며 “바로 신뢰의 결핍이라는 장애물이 반도의 정세를 지속적으로 긴장시키고 있으며, 6자회담도 이 때문에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우리는 관련 당사국들이 자제력을 발휘하고, 선의를 갖고 한 걸음 한 걸음씩 상호 신뢰를 쌓아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 번째의 ‘정도 걷기’에 대해 “서로 대항하는 것은 긴장을 가져올 것이며, 전쟁은 재난을 조성할 것이므로 상호 평등한 대화와 협상, 담판이 정도를 걷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자회담이야말로 관련 당사국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대화 시스템”이라며 “우리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회담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회담을 하는 것은 회담을 안 하는 것보다 낫고, 조속히 회담하는 것이 늦게 회담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정숙해군대학과 김책항공군대학 간 사격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한반도 2국가 체제 유지’ 뜻 분명히 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속내와 관련해서 왕 부장의 말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반도의 문제에 대해 우리 중국은 ‘홍선’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어떠한 전쟁도 어떠한 난(亂)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이날 왕 부장은 중국어 원문으로 “생전생란(生戰生亂)을 절대 윤허(允許)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여기서 ‘윤허하지 않겠다’는 표현은 우리의 윤허와는 용어의 외연(外延)이 다소 다르며, 현대 중국어에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도로 쓰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말에서는 제대로 읽을 수 없었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왕이 부장의 말에서 명확히 읽을 수 있다. 왕 부장에 따르면, 한반도는 중국이라는 집의 입구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기서 전쟁이나 난리, 또는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현상)의 변동을 중국은 희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한국과 조선(북한) 양쪽의 이익에도 부합하고, 이 지역 국가들의 공동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채 중국이 ‘한국’과 ‘조선’이라고 부르는 2개의 국가, 엄연히 유엔에 동시 가입한 별도의 국가라는 현상이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의 말에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처럼, 최근 청와대와 새누리당 일각에서 일고 있는 남북 통일 추진론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중국이라는 집의 입구에 해당하는 한반도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2010년 천안함 피격 침몰 사건 때 “성문에 불이 붙으면 성안의 연못에 있는 물고기가 피해를 입는다”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한반도의 분단 상태 변화로 인해 전쟁이나 난리가 벌어지는 것을 중국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는 생각을 중국 지도자들은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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