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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처럼 찍힌 낙인, 우리는 한국판 장발장”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비참한 삶…공포에 떨고 만성 질환 시달리고

김지영 기자 ㅣ abc@sisapress.com | 승인 2014.04.02(Wed) 10: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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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의 <쓰레기가 되는 삶들>을 보면, 다음 구절이 나온다. “일단 쓰레기가 되면 영원한 쓰레기다. 왜냐면 복귀한 후에 수행할 쓸모 있는 기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잉여’ 존재가 아니라 영원히 배제된 존재다. 이들은 다시 사회에 편입될 수 있다는 희망 없이 그저 일회적인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형제복지원 생존자 삶이 그랬다. 바깥세상은 형제원보다 더 거대하고 더 위험하고 더 고통스러웠다. 세상은 커다란 ‘형제원’이었다.

이마에 한 개, 눈가에 한 개, 뺨에 한 개. 얼굴 곳곳에 난 흉터다. 빡빡 깎인 머리가 그의 인상을 한층 더 험악하게 보이게 했다. 사람을 구하는 곳에 언제든 달려갔지만 일자리를 얻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천신만고 끝에 구한 첫 직장은 중국집 배달원이었다. 하지만 ‘형제복지원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바로 잘렸다. “내가 인상이 사나운가 봐. 그곳에 끌려가기 전까진 예쁘다, 순하다는 말만 들었는데…. 때라면 벗기기라도 할 텐데 이건 없어지지도 않고, 무슨 범죄자 취급을 하더라.”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수용자들이 감금된 모습.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한 소대에 120여 명이 갇혀 생활했다. ⓒ 김용원 변호사 제공
몸 전체에 새겨진 낙인, 형제복지원

이현덕씨(가명·46)는 15세에 끌려갔다. 이씨를 입양했던 양부모는 파양을 목적으로 그를 형제복지원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실종신고를 했다. 5년 가까이 형제복지원에서 당한 매질로 이씨의 몸 구석구석에는 흉터가 문신처럼 남아 있다. 부산형제원에 수용됐다는 경험은 ‘쓸모없다’는 징표였다. 그것은 낙인이었다. 이씨는 가는 곳마다 차가운 시선을 느꼈다. 점점 말수를 줄였다. 이제 그는 술이 없으면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 못한다.

이씨의 식사 시간은 30초를 넘지 않는다. 밥은 국이 뜨겁든 차갑든 무조건 말아 ‘원샷’한다. 지난 30여 년간 형제복지원 출신 티를 감추려고 애썼지만 이 버릇만큼은 버리지 못했다. “선착순 몇 명!” 식사 시간마다 외친 조장의 목소리가 지금까지 생생하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에선 선착순에 들지 못하면 ‘빳다’를 맞아야 했다. “인덕이 많으려면 밥을 빨리 먹어야 한다고 하드만. 그래서 그라나?” 남편이 형제복지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이씨의 아내는 밥 먹을 때마다 핀잔을 줬다. 아내는 결혼하고 12년이 지난 지난해 말에야 이씨의 아픔을 알았다.

김희곤씨(54)는 10세 때 잡혀 들어가 19세가 돼서야 형제복지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10년 만에 세상에 나온 김씨의 감정은 기쁨과 감사가 아니었다. 좌절과 원망이었다. 미래는 공포와 불안의 동의어였다. 형제복지원과 멀리 떨어지기 위해 상경했지만 곧이어 구치소에 수감됐다. 경찰을 한 대 친 혐의였다.

술집에서 시비가 붙었는데 울분을 참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4개월을 구치소에서 보냈다. 징역 5년, 집행유예 3년을 받고 풀려났다.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형제복지원에서 강제 노역을 하느라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라이’는 그의 첫 일이었다. 식당에서 설거지하는 일을 ‘아라이’라고 한다. 공사판에서 목수로도 일했다. 이마저도 건강이 악화되면서 그만뒀다.

이씨와 김씨의 삶은 그나마 낫다. 살아남은 것 자체가 문제가 된 사람도 있다. 형제복지원에서 2년 정도 있었던 이상기씨(62)에게는 퇴소 후 지적 장애가 왔다. 장애 판정은 받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말은 더듬거리고 기억력도 흐릿하다. 복지원에 끌려가기 전까진 전남 보성에서 미장일을 했는데 이젠 할 수 없다. 수레를 끌고 하루 종일 고물을 주우러 다니는 게 전부다. 하루에 손에 쥐는 건 고작 몇 천 원. 하나밖에 없는 아들(17)을 먹여 살리기 위한 아버지로서의 선택이다. 불편한 몸도 부성애는 막을 수 없었다.

1981년 12월3일. 언제 들어간 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퇴소한 날은 정확히 기억한다. 지충홍씨(51)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퇴소한 그에게 세상은 선물 대신 병든 몸을 줬다. 지씨의 왼쪽 폐에 물이 가득 찼다. 결핵성 늑막염이라고 했다. 그때 나이 열여덟 살이었다. 지씨는 입대 6개월 만에 의가사 제대를 했다.

부산종합병원, 국립 마산요양원 등에 1년가량 입원했다. 결핵은 나았지만 왼쪽 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때 잃은 폐로 지씨는 지금도 숨 쉬기가 힘들다. 수시로 찾아오는 손발 마비로 거동도 불편하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먹는 것 대부분을 게워낸다. 6~7년 전부터는 당뇨도 찾아왔다. 지씨가 먹는 약만 10가지가 넘는다. 역류성 식도염 약, 당뇨 약, 말초신경 혈액 순환제, 항경련제, 위장 운동 촉진제, 간 기능 개선제, 항우울제 등등. 여기에 수면제는 필수다. 갖가지 약물에 취해 지씨는 항상 머리가 어지럽다. MRI(자기공명영상)를 받고 싶지만 돈이 없다.

   
악몽처럼 계속되는 공포의 감각

깨어 있을 땐 통증이, 잠이 들면 악몽이 지씨를 괴롭혔다. 지씨의 평균 수면 시간은 4시간이다. 그마저도 30분 단위로 깬다. 끊임없는 트라우마가 그를 쫓는다. 공포심은 몸뿐 아니라 마음속 깊숙한 데까지 엄습했다. 대인기피증, 어둠이나 밤에 대한 공포 등 미국 심리학자 스탠리 홀이 정의한 갖가지 공포가 그를 따라다닌다. 그에겐 ‘전화에 대한 공포(Telephono phobia)’도 있다. 지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착발신 기록을 꼭 지운다. 휴대전화에 전화번호가 남아 있으면 불안하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올까 봐서다.

공포심을 달래는 것은 술뿐이다. 불과 3~4일 전에도 일주일 동안 하루에 소주 5병씩 마셨다. 밥은 한 끼도 먹지 않았다. 70㎏이었던 체중이 60㎏까지 빠졌다. “술을 마시면 온몸에 마비가 오니까 죽으려고 먹었지. 기절하고 깨어나면 마시고 그랬는데 안 죽더라고 이상하게….” 죽음을 말하는 지씨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일주일만 발 뻗고 자는 것, 그게 지씨의 소원이다.

김희곤씨도 13가지의 약을 먹는다. 일단 관절이 매우 나쁘다. 김씨의 골다공증 수치는 -3.3이다. 병원에선 이 정도면 뼈에 구멍이 송송 뚫어진 것이라고 했다. 골다공증 약을 먹으려면 위장약은 필수다. 그 밖에 스테로이드, 수면제 등 김씨가 외우지도 못하는 어려운 이름의 약들을 먹는다. 항문에서 10년 가까이 하혈을 해서 지난해 수술을 받았다. 김씨도 사람들이 무섭다. 3평 남짓한 방에서 30~40일씩 방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이현덕씨는 지하철을 타지 않는다. 형제복지원 출소 후 생긴 폐쇄공포증 때문이다. 2층 이상 되는 데만 올라가면 다리가 벌벌 떨리고 심장이 벌렁거린다. 그래서 비행기도 탈 수 없다. 이씨의 이발사는 아내다. 아내는 전문 미용사가 아니지만 이씨는 늘 그의 머리 손질을 아내에게 맡긴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남에게 내 머리를 맡기면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덜덜 떨려.” 

이씨는 매일 자기 전 소주 2병을 마신다. 그러지 않고선 잠을 잘 수가 없다. ‘나쁜’ 시도도 했다. 한번은 술 마시고 밥통 코드를 목에 칭칭 감기도 했다. 수면제를 한 움큼씩 먹기도 했다. “잊으려고 오만 짓거리를 해봤는데도 꿈에서 박 원장 일가가 생생하게 나온다. 평생 못 벗어날 것 같다.” 여준민 형제복지원 진상대책위 사무국장은 “피해자 100명 정도와 연락이 닿았는데 5명이 당시의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이향직씨. ⓒ 시사저널 최준필
정치·경제·사회적 권리가 박탈된 삶

형제원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이들은 국가와 사회의 보호 손길이 닿지 않은 ‘벌거벗은 생명’이었다. 이들은 생물학적으로 살아 있었지만 ‘사회적 생존권’은 박탈당한 채 존재했다. 평범한 가정을 꾸린 이는 드물고 대인 관계는 단절됐다. 기초생활수급자·신용불량자로 경제적으로도 파산을 선고받았다. 자존감과 인생의 목표를 상실한 ‘사회적 홈리스’ 상태가 대부분이다.

이상기씨는 나이 40이 훌쩍 넘어서 결혼했다. 아내는 지적 장애 3급이다. “그래도 결혼을 해야 한다”는 모친의 말에 따라 이씨의 친형이 자신의 집에 월세로 혼자 살던 지적 장애인과 그를 결혼시켰다. 이씨 내외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보증금 1100만원짜리 단칸방이다. 이씨의 형제 5남매가 십시일반으로 겨우 마련했다. 이씨의 동생 이희숙씨(63)는 “집에 가면 쥐똥이 한가득 있어. 둘 다 몸이 불편하니까 치우지도 못하고 그러고 산다. 밥은 동네 교회에서 준 것으로 해결하고, 더 도와주고 싶어도 우리도 사는 게 힘들어서…”라며 울먹였다.

지충홍씨에겐 딸(20) 하나가 있다. 젊었을 때 잠깐 만난 여자가 있었는데 딸을 낳자마자 지씨에게 맡기고 도망갔다. 성인이 한 명 누우면 방이 꽉 차는 지씨의 ‘쪽방’에는 딸을 키울 공간이 없었다. 딸은 지씨의 늙은 엄마와 여동생이 키웠는데, 올해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갔다. 티셔츠 한 장도 사준 적 없는 호적등본상의 아빠인 지씨였지만 딸이 대견했다.

그런데 딸은 대학 입학 일주일을 남겨놓고 수면제 50알을 먹었다. 거품을 물고 방 안에 쓰러진 딸을 지씨가 발견했다. 위 세척을 해서 다행히 큰 탈은 없었다. “나를 닮아서인지 딸아이는 우울증이 심각하다. 나는 이래 살다 죽으면 되지만 딸은 이제 한창인데….”

이향직씨(42)는 신용불량자다. 자신의 우편물을 딸(15) 이름으로 받는다. 혹시라도 채권자에게 들킬까 염려해서다. 지금 살고 있는 10여 평 크기의 전세방도 장모 이름으로 돼 있다. 방 두 칸짜리 집에서 장인·장모와 이향직씨 부부, 딸 이렇게 다섯 명이 산다. 부인은 심각한 우울증 환자다. 장인은 중증 알코올 중독이다. 야시장에서 ‘회오리 감자’라고 하는  간식을 파는 것으로 수천만 원대의 빚을 갚을 수 있을지 이씨는 자신이 없다.

2006년 6월30일은 이현덕씨가 주민등록증을 처음으로 발급받은 날이다. 쉰이 가까워서야 이씨는 국가에 신분증을 신청할 용기가 생겼다. 신분증이 없어서 저축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전·월세 계약을 맺은 경험도 없다. 전국 각지의 여인숙과 모텔을 전전했다. 지금 쓰고 있는 휴대전화도 처가댁 이모 명의다. 신분증이 없으니 살면서 투표는 지난 대선 때 딱 한 번 해봤다.

형제복지원 출소자들은 복지원에서 망가진 몸을 치료할 수 없었다. 단절된 학력을 이을 수도 없었다. 그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사회에서 격리되는 일뿐이었다. 형제원에서 살아나온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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